아침 8시 30분. 렐루서점 입장을 위해서 나간다. 서점 앞에는 오늘도 줄을 선 사람들이 많다. 나는 서둘렀으나 나보다 한 발 빠른 부지런한 사람들 참 많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사람에 떠밀려보긴 처음이다. 아침 9시 첫 타임 손님으로 입장을 했음에도 렐루서점은 책을 보는 건지 사람 구경을 하는 건지 모를 만큼 분주했다.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기념품 마냥 책을 구입하고 있었다. 책을 구입하면 입장료를 빼주는 건 적절한 마케팅인 듯싶다. 책만 사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근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관광객들에게 떠밀려 다녀야 하는 서점에 가서 책을 사고 싶은 주민들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여기 주민이라면 그럴 것 같아서. 아마도 렐루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는 대부분은 관광객들일 것이다.
렐루서점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포르투에 머무는 내내 렐루서점 문 앞은 매일 관광객들로 문전성시였다. 그래서 생각했다. 여기는 서점이라기보다는 관광지구나.
오프라인 서점을 찾아다니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렐루서점은 내 생각 그대로 관광지와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책을 팔고 사는 사람들이 있으니 서점은 서점인거지. 해리포터의 후광을 제대로 받는 관광지이자 서점.
좀 재미있었던 건,
세계 최고 아름다운 서점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해서 판매하는 책에도 굿즈에도 명시된 그 문구였다.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들은 도대체 누가 붙이는 걸까? 물론 객관적인 지표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참으로 주관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신뢰를 하지 않게 된다.
오전 9시 타임의 입장객들이 아직 빠져나가지도 않았는데 9시 30분 타임 입장객들이 들어오니 좁은 내부는 더 비좁아진다.
포르투갈어의 책들이 대부부인 와중에 영어섹션이 있었지만, 페르난도 페소아의 시집이 눈에 밟혔지만, 나는 빈 손으로 나왔다. 여행 중에 책은 무게만 차지하는 예쁜 쓰레기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에 지금도 무거운 짐가방에 무게를 더하고 싶지는 않았다.
글을 쓰고 보니 렐루서점에 대한 안 좋은 말만 잔뜩 한 거 같다. 근데 애초에 렐루서점에 대한 기대를 많이 접은 상태였기 때문에 실망이라기보다는 인정인 거다. 내가 생각했던 딱 그 정도에 대한 인정. 렐루서점의 방문객 리뷰들이 대부분 비슷하게 이런 생각들이다.
'THE WORLD'S MOST BEAUTIFUL 렐루서점'은 역사와 전통을 가진 포르투의 명소이지만 그냥 내 취향의 서점은 아니었던 것으로, 여기도 한 번 정도 방문해 보면 좋을 관광지 정도로 정리해야겠다.
포르투갈이 아무리 좋아도 좋은 건 좋은 거고 싫은 건 싫은 거고 불편한 건 불편한 거니까-
다시 숙소로 가서 잠시 잠을 청하다 점심때가 되어 포르투 시내로 나간다.
하필 일요일에 걸려서 가보고 싶었던 1순위, 2순위, 3순위 식당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내일이면 파로로 떠나야 해서 시간이 없는데.
선택의 여지없이 다음 순위의 식당으로 간다. 여기도 오픈전부터 대기줄이다. 가성비가 좋으면서 캐주얼한 식당은 아무래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식당 오픈 후에도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식당 내부가 크지 않아서 수용인원이 적어서 최소 1시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앞서 줄을 서 있던 몇몇은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차차차차선의 선택임에도 이런 변수가 생긴다. 결국 기다리기를 포기한다. 오늘이 일요일인걸 탓하면서 다음 순위의 식당으로 가 본다.
'ORA VIVA'라는 이름의 식당이다. 히베이라 광장의 좁은 골목길 안에 있는 식당이다.
포르투에 머물면서 지켜본 결과 가이드북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인기가 좋은 식당들을 몇몇 발견을 했다. 나의 식당 순위들은 그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 식당도 그저 손님이 많기에 알게 된 식당이었다. 주문을 하려고 메뉴판을 보니 메뉴가 엄청 많아서 순간 당황했다. 뭘 시켜야 할까 난감했다. 그럼에도 사람의 의지는 뭐든지 할 수 있게 만드니까, 먹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보니 이것저것 주문을 한다.
대구 크로켓과 샐러드, 참치 타르트, 연어구이까지. 아!! 그리고 화이트 와인까지. 아주 적당한 양(?)이었고 아주 맛있게 먹었다. 참치타르트 좀 남겼었던 것 같다.
와인 2잔에 취기가 많이 올라 숙소로 돌아왔다. 취해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건 나 스스로가 용납이 안돼서.
내일 숙소 체크아웃을 해야 하기 때문에 풀어놓았던 짐을 정리하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방금 전에 깨서 숙소 근처 슈퍼에 물을 사러 나갔더니 일몰시간이다.
그 어디보다도 오랜 시간 잘 머물렀다. 이제는 정말 포르투에서 무엇을 더 해야 할지 모르게 되었으니 떠나야 하는 시간이 맞다. 슈퍼에서 물을 1병 사서 나오면서 포르투와의 작별을 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