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세상에서 가장 슬픈
더 새디스트 씽(The saddest thing)
밤새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나 보다.
성에 차지 않았는지 비는 아침나절까지 먼 산을 안개로 가두었고 마을은 온통 촉촉한 공기에 싸여 있다.
여느 일요일처럼 난곡의 요양원에 계신 모친을 뵈러 호암산 자락을 휘돌아 가는 길, 나무에서 아직 떨어지지 않은 단풍과 포도(鋪道)를 뒤덮은 노란 은행잎들이 비와 안개에 젖어 있다.
거스를 수 없는 계절의 섭리를 지켜보며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가을날을 되새기고 있는 듯하다.
여러 해 전 쓰러진 뒤 점점 몸이 굳어져 거동조차 힘들어진 모친, 안쓰럽고 죄스런 마음을 애써 외면하며 요양원으로 모신 지도 벌써 두 해가 다 되어 간다.
이처럼 흐린 날의 늦가을 정취와 딱 맞아떨어지는 노래 중 하나가 멜랑콜리한 음색이 매혹적인 멜라니 사프카(Melani Safka)의 <더 새디스트 씽(The Saddest Thing)>이 아닐까 한다.
어쿠스틱 기타 선율을 타고 흐르는 그녀의 담담한 듯 애잔한 음색의 노래는 느닷없이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이에게 작별을 고하는 것"이라고 단언하며 읊조리듯 시작된다.
그렇다.
이 세상에 작별보다 더 슬픈 것이 어디에 있을까?
작별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겠지만 부모나 배우자 또는 연인이나 친구 등과 잠깐의 별리(別離)가 아닌 영영 떠나보내는 이별 앞에서 그 누군들 덤덤할 수가 있을까?
그 작별이 이 세상과의 마지막 작별일 때야 더 말할 필요도 없을 터이다.
"난 울지 않겠어, 내색하지도 않겠어 대신 '그동안 고마웠어요.'라 말할 거야"라며 터져 나오는 울음을 애써 가까스로 참아보지만 목소리는 벌써 절규에 가깝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라고 읊은 소월의 <진달래꽃>과도 닮아 있다.
슬픔은 대개 친숙했던 것들과의 돌이키기 어려운 격리에서 오는 고립감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유한한 생을 살다 가는 인간이 자신의 숙명을 자각하는 데서 오는 본능적 감정일지도 모른다.
멜라니의 노래는 가사의 뉘앙스에 애절한 음색이 더해져서 이별의 대상이 영영 다시 돌아오지 못할 아주 먼 곳으로 떠날 것이란 걸 직감할 수 있다.
독일의 작가 안톤 슈나크의 에세이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슬픔들이 잘 묘사되어 있다.
그가 산문에서 나열한 "돌아가신 아버지 편지를 발견한 때, 우리 안에 갇힌 동물원의 표범, 오뉴월의 장의 행렬, 가난한 노파의 눈물, 재스민의 향기,..." 등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조금은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우리 주변의 흔한 일상이다.
그중 "가을비 내리는 날 혼자 있게 될 때, 가을밭의 연기" 등 계절과 연관된 것들은 어쩌면 자기 연민에서 비롯되는 슬픔처럼 보인다.
나무들이 한때 무성했던 잎사귀를 낙엽으로 떨궈 보내는 것을 보면서 우수에 젖어들듯...
이처럼 괜스레 멜랑콜리에 젖게 되는 가을날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가 부른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My favorite thing)'의 "고양이들의 작은 수염, 털 벙어리장갑, 바삭한 사과과자, 하얀 은빛 겨울" 등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덧 시간은 흐르고 또 흘러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돌아온 봄도 가고 여름이 찾아왔다.
주말까지 간간이 비를 뿌리고 지나간 태풍 '다나스' 보다 더 사나운 급보에 휩싸인 마음을 다독이며 호암산 자락을 달려 난곡으로 갔다.
눈물과 슬픔의 상관관계는 정비례 곡선일까? '갈 때 한복 한 벌만 넣어달라'시던 말을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난다.
평소 꽃단장은 고사하고 한복 한 번 입혀드릴 일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먼길 떠날 채비를 하시는 모친의 손을 꼭 잡고 평소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인사를 건넸다.
'수고 많으셨어요. 다들 고마워해요.'
이제 머지않아 가을이 물러난 자리에 찬바람과 함께 온전히 겨울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면 나무들도 남아 있던 마지막 잎새까지 다 떨구고 앙상히 가지를 드러낸 채 시린 겨울을 맞이하리라.
계절이 가듯 내 옆에 있던 사랑하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그 어디로 떠나갈 것이다.
자연의 섭리야 어찌 거역할 수 있을까!
다만 그 누군가를 떠날 때나 떠나보낼 때 마음속에 작은 원망이라도 남기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동안 고마웠어요."라고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노래 <더 새디스트 씽>의 마지막 인사말처럼...
The saddest thing..
_In memory of Melanie Safka
It must have rained all night, urging winter, and the rain still didn't seem satisfied as the mountains were kept in mist until morning, and the village was all moist.
On the paths that circle the foot of Mt. Hoam to see mother in the nursing house in Nangok, like any Sunday, the yellow ginkgo leaves that have not fallen from the trees are also wet with rain and fog. It is watching the providence of the season, deep autumn.
One of the songs that fits the late autumn mood of such a cloudy day is "The Saddest Thing" sung by Melanie Safka in a melancholy tone. Her soft tone song, which is singing on acoustic guitar melody, categorically begins with a recitement, saying, "And the saddest thing under the sun above is to say goodbye to the ones you love".
Yes, what will be sadder than good-bye in this world? Among the many kinds of farewells, no will be sadder than such farewell to parents, spouses, lovers, friends, etc.? It is not necessary to say more when it is farewell to the world.
The song continues "But, I will not weep nor make a scene. Just say 'Thank you life,". However, her voice is already close to screaming. It resembles the paradox of Sowol's poem <Azalea Flower> which says, "It's too sad to see off you, however I will not shed tears even if I die."
Sadness usually comes from isolation from familiar things, which may be the primordial feeling of human realizing mortality.
Given that the nuances of Melanie's lyrics add a sad tone to the song, it must be that the person leaving leaves for a very distant place where he will never return.
In comparison, the sad feelings of German author Anton Schnack listed in his prose, "when we discover letters from our late father, leopards in zoos, funeral processions, tears from poor grandmothers, and the scent of jasmine" are those we commonly encounter in our daily lives.
Among them, such things related to the seasons as "When left alone on a rainy fall day, or the smoke of the autumn field" seem like sadness from self-pity, as if I were getting wet with rain while watching the leaves.
On the autumn when getting soaked in melancholy like this, I think it would be a little comforting to think about Maria's "My Favorite Things", singing "little cats' beards, dumbful gloves, crispy apple cookies, and white silver winter" in the movie "Sound of Music". Winter would come with the cold wind, and the trees will greet cold winter with the last leaves left behind, and the branches exposed.
One next to me who loved me and I loved, as the seasons went, will someday go away to somewhere. How could I defy the providence of nature! However, when I leave or let someone go someone, I will not leave a small resentment in my heart. And I just wish I could say "thang you for the time being" like the lyrics in the song 'The saddest 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