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의 정의 #창의성의 두 얼굴 #천재형 vs 노력형
여러분은 ‘창의성’ 하면 어떤 게 먼저 떠오르시나요?
참신한? 비범한? 틀에 갇히지 않은? 관습/고정관념을 깨는…?
좀 더 정확한 뜻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창의성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교육심리학 같은 데서는 조금 더 길게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새롭고, 독창적이고, 유용한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
또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서 새로운 관계를 창출하거나, 비일상적인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능력’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게 바로 이 창의성이죠.
오죽하면 이렇게들 말할까요.
그런데 대체 ‘왜’ 다들 그렇게
‘창의성, 창의성~’ 하는 걸까요?
최근 제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창의성에 대한 관심이
부쩍 더 커진 느낌입니다.
인터넷 혁명, 모바일 혁명에 이어
인공지능AI, 로봇, 3D 프린팅 등
미래 기술의 발전이 우리와 아이들의
일자리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불안과 함께 말이죠.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2023년까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업무의 3분의 1 이상이
AI로 대체될 것이며,
2030년에는 현재 일자리의 90%가
자동화될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물론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미국의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는
“미래 일자리 중 60%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새로운 직업의 탄생을
예측하기도 했는데요.
직업job이 아닌 직무task로 보면
AI, 로봇과 함께할 인류의 미래가
그리 걱정만 할 일은
아니라는 거지요.
결국 개개인에게 있어서 중요한 건
‘빠른 세상의 변화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갈 수 있는 능력’
아닐까요?
그리고 이런 전망, 예측은 결국
기업이나 사회의 입장에서 보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하는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맞닿아 있습니다.
글자는 왜 저렇게 거꾸로 쓰는 걸까요, 아이들은? ㅋㅋㅋ
‘왼손잡이’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남긴 원고 중에는 ‘거울 원고’라고 해서 거울에 비쳐야 비로소 바르게 나타나는 ‘좌우가 거꾸로 된’ 글씨를 쓰기도 했다는데요, 이런 버릇이 그의 남다른 공간지각 능력의 비밀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아이들은 모두 천재일지도 모르죠. 뭐, 민 군의 경우 왼손잡이는 아닙니다만… ㅎㅎ
2045년 – 그러니까, 불과 25년 정도 후.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특이점singularity’이 온다는 시기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한창 사회의 주역이 되어 있을 그 즈음, 과연 어떤 역량과 인성을 가진 인재가 각광받을까요?
여기에 어떤 하나의 정답만 있는 건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직무의 다변화, 융합형 직업의 증가,
그리고 새로운 직업의 출현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컴퓨터, 인공지능, 로봇과는 구분되는
창의적 사고 능력과
종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타인과 어우러져 협업할 수 있는
정서적 공감 능력 같은 것들이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는 거죠.
이게 바로
너도 나도 ‘창의성, 창의성’ 하는
이유 아닐까요?
-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 미래 비전 전략가, <중앙일보> 인터뷰
개인적으로 오랜 관심을 가져왔지만
가족 여행의 테마가 정해지면서
거의 모든 일상이 자연스럽게
‘창의성’과 연관되어 다가왔어요.
한 달 간의 유럽 여행 중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고,
어떤 경험을 할 것인지.
이 모든 것을 꿰뚫을 하나의 키워드가
바로 창.의.성.이 된 거죠.
우리는 독창성과 유용성이라는
창의성의 핵심 측면 중에서도
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독창성’에 우선 집중해 보기로 했어요.
역사적으로 큰 성취를 이룬 것으로 인정받는
화가, 음악가, 작가, 철학자, 과학자들은
하나같이 자기만의 독창성originality을
추구하고 구축한 사람들이었지요.
남의 것을 모방하고, 흉내내기만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이 ‘독창성’이라는 말은 기존과는 다른 무엇이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자기만의 것을 의미합니다.
남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관점으로
대상과 세계를 관찰하고 이해하고,
자기만의 문체, 화풍, 표현 방식으로
재해석해 펼쳐 보여주는 것이죠.
가족이 유럽을 여행하기로 한 만큼
예술, 철학, 건축, 과학 등 여러 영역에서
자기만의 독창적 세계를 구축한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 되짚어 가는 것이
창의성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든든한 나침반이 될 터였습니다.
반 고흐의 거처와
세잔의 아틀리에,
모차르트 생가,
루브르 박물관,
피카소 미술관…
- 마틴 스콜세지(Martin Charles Scorsese, 1942~), 미국의 세계적인 영화 감독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인용
창의성에 대한 탐구도 깊어 갔어요.
창의성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선물 같은 것인지
아니면 길러질 수도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부터,
만약 후천적으로 길러질 수 있는 거라면
어떻게 내 아이를 더 창의적으로 크도록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까지.
책과 논문을 찾아 읽고, 동영상을 찾아 보고…
여기 희망적인 이야기 하나.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교는 전 세계 IT 산업의 중심 미국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에서 활약할 인재들을 많이 배출하는 곳으로 유명한데요.
이 대학에는 창의성과 혁신을 가르치는 ‘디 스쿨D. School’이라는 곳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디 스쿨을 이끄는 티나 실리그Tina Seelig 교수는
여러 해 동안 강의실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벌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아인슈타인과 피카소.
20세기 초 ‘상대성 이론’과 ‘아비뇽의 처녀들’로
과학과 예술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동시에 ‘혁명’을 이룬 두 천재.
이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뭘까?
국제 광고제에서 상을 탄 입상작 200개를 분석했는데, 대체로 6가지 정도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었다고 해요.
하나하나 대단히 독창적인 광고로 보이지만
크게 봤을 때는 몇 가지 정형화된 유형을
벗어나지 않더라는 거죠.
연구팀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광고를 잘 모르는 일반인을 데려다가 세 그룹으로 나눠 직접 광고를 만들어 보게끔 했어요.
한 그룹은 아무런 가이드도 없이 무작정 알아서 광고를 만들어 보라고 했고요.
다른 한 그룹에게는 전문가에게 ‘자유연상기법’을 배운 후 광고를 만들게 했어요.
마지막 그룹은 광고제 입상작에서 뽑아낸 6가지 창의적 광고 유형을 보여준 다음 광고를 만들어 보라고 했지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세 그룹이 만든 총 15개의 광고들을
일반 소비자에게 평가하도록 했더니,
마지막 그룹이 만든 작품들에 대해
‘창의적’이라는 평가가 가장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창의성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자질도
어느 정도는 유형화가 가능하고,
그 방법을 따라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통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타석에 많이 들어서야 안타든 홈런이든 칠 수 있다!” ‘번쩍’ 불이 들어 오는 것과 같은 천재성도 있지만 부단한 노력과, 실패에도 굴하지 않는 도전이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함을 일깨워 줍니다.
물론, 흔히 말하는 창의성의 또 다른 모습에는
‘타고난’ 천재성도 있지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아서 밀러Arthur I. Miller 교수가 쓴 『아인슈타인, 피카소: 현대를 만든 두 천재』(작가정신, 2002)에는 두 인물의 천재성이 발현된 과정이 사뭇 다르게 나타납니다.
아인슈타인이 평소의 타율과는 크게 상관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장외 홈런을 쳐 낸 예라면,
피카소는 수없이 많은 평이한 안타를 치다가
때때로 홈런도 때렸고, 그 중 몇 개가 만루 홈런이 된 사례.
불교에서
돈오頓悟는 ‘문득 깨달음’을,
점수漸修는 ‘수행으로 득도함’을
일컫는다고 하네요.
강원국 작가는 『대통령의 글쓰기』(메디치미디어, 2017)에서 돈오를 ‘햇빛이 비치듯 문득 일어나는 깨달음’으로 점수를 ‘거울을 닦아 서서히 밝아지는 것’으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문득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기까지는
반드시 점진적 수행이 필요하다”는 거지요.
- 『통찰』(이음, 2012),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사회생물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