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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와 흉물, 천재와 괴짜 사이

#창의성 #천재와 괴짜 사이 그 어딘가 #런던 랜드마크

창의성... ‘천재’와 ‘괴짜’ 사이

 

런던을 대표하는 아이콘, 상징물은 참 많습니다.

디자인과 브랜딩이 참 잘된 도시랄까요?

 

이층버스, 전화부스, 우체통…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빨간색 트리오’와

빅 벤, 웨스트민스터 사원,

런던 탑, 타워 브리지 등

유서 깊은 건축물들…

 

2천년 전 로마 시대 유적부터

수백 년 전 지어진 건축물,

그리고 현대적 고층 빌딩까지

눈길을 사로잡는 곳들이

도시 여기저기에 넘쳐나지만

 

그 중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더해진

현대적인 랜드마크 중에는

‘런던 아이London Eye가 있습니다.
 

 




런던 아이는  20 , 그러니까 1999

당시 임박한 새천년New Millennium을 기념해 만든 바퀴 모양의 거대한 대관람차로 ‘밀레니엄 휠Millennium Wheel’이라고도 부르죠.

 

런던을 가로지르는 템즈Thames 강변에 서서

밤낮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 랜드마크는

주변을 여러 방향에서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도 꽤 인기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처음부터 지금처럼 많은 사랑을 받은 건 아니었어요.


사실 시민들 상당수가 반대했죠.


가장 큰 이유는 한 마디로

‘안 예쁘다’는 거였어요.

 


 

과거 영광스런 역사에 대한 자부심인지 몰라도

영국 사람들은 유서 깊은 건축물에

유독 더 많은 애착을 보이는 것 같아요.

 

반면 최근 지어진 랜드마크 건물들에는 영국인 특유의 냉소적 유머가 담긴 별명을 붙이곤 하는데  의미가  좋지는 않죠.



런던 아이가 ‘햄스터 쳇바퀴 같다’

비아냥을 받은 것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어요.


 

건축에 들어가서까지 이어진 뜨거운 논란 속에

런던 아이는  년만 ‘시범 운영  

철거하는 쪽으로

운명의 가닥이 잡히는 듯 했어요.


 

그런데 얼마 안 가 상황이 바뀝니다.

운행 2년 만인 2002년,

‘영구 운행’ 허가를 받게 된 것이지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애초 런더너들의 판단과는 달리

런던 아이는 생각보다 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았어요.



런던 아이의 캡슐 모양 관람차.(사진 출처: 런던 아이 공식 웹사이트)

바퀴 끝에 캡슐 모양의 관람차가 32개 달려 있는데,

각각의 칸에 한 번에 30명 가까이 탈 수 있거든요.

 

탑승권 가격에 하루 운행 횟수를 따져보면

매일 수천 만원씩을 벌어들이는 거죠.

 

 매출은 2012 이미 10 파운드( 1 5천억 ) 돌파했고, 이후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과거 런던 시민 대다수의 판단에

‘뭔가 문제가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모르겠습니다.

 

우리 인간은 때로는 개인으로, 때로는 집단으로

‘바보 같은 결정’을 내리고는 하니까요.

 

게다가 심미적 아름다움과 경제적 이득은

전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아무튼, 2017년 기준 연간 3천 750만 명 이상의

유료 방문객을 끌어들인 런던 아이는

현재 영국의 가장 인기있는 관광 명소 중 하나가 됐습니다.

런던 시민들의 사랑도 듬뿍 받고 있고요.

 

이름처럼 명실상부하게

세계인이 런던을 들여다보는 눈이자,

런던이 바깥 세상을 내다보는 눈으로

자리매김한 것이지요.
 





“에펠탑을 보지 않기 위해 그 흉물 속 카페에 들어가는 게 낫다.”


- 모파상(Guy de Maupassant, 1850~1893), 프랑스 소설가










안 예뻐 보이다가도

돈을 벌어다 주니

예뻐 보이게 된

런던 아이보다

훨씬 더 앞서서

 

‘흉물’ 논란을 이겨내고

널리 세상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

더 유명한

랜드마크가 있지요?

 

 

바로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말입니다.








 

매년 2억 명 이상이 방문한다는

프랑스 최고, 아니 유럽 최고의 랜드마크.

 

하지만 1889년 에펠탑이 그 모습을 처음 드러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었습니다.

 

흉측한 모양의 철골 구조물이

파리의 아름다움을 해친다는 혹평 일색이었죠.

 

 

애초 20년 동안만 유지하기로 했던 에펠탑이

1909년 해체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은 것은 의외로

‘통신, 관측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의견 덕이었습니다.

 

 

예정대로 철거의 운명을 맞았더라면 어땠을까요?


지금처럼 많은 이들이 에펠탑 앞으로 달려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일도 없었겠지요?





지구촌 곳곳에서, 너도나도

멋진 볼거리를 만들겠다고 애씁니다.


하지만, 크게 짓는다고, 높이 세운다고

다 사랑 받는 랜드마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멋지고, 독창적인 디자인에

주변 환경과도 어울려야 하고,

나아가 ‘시대 정신’까지는 몰라도,

당대를 넘어 오래도록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자기만의 매력을 가져야 합니다.

 

아! 에펠탑, 런던 아이 같은 대단한 랜드마크도

홀대 받다 사라질 운명을 이기고 다시 태어났다고 하니

어느 정도 ‘운’도 따라줘야 하겠네요.

 



비옷을 입고 타워 브릿지Tower Bridge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민 군. 런던에서 이 정도는 ‘미스트’ 수준, 비도 아니죠.






“에펠탑이 처음 공개됐을 때 프랑스인들은 흉물이라며 끔찍이도 싫어했지. 하지만 에펠은 신경 쓰지 않았어. 애초 기념물로 만든 게 아니었거든. 다른 세상을 찾는 용도로 쓰일 거였지. It was meant to find another world.



영화 <투모로우랜드>(Tomorrowland, 2015)의 대사 한 구절.


 

귀스타브 에펠(Alexandre Gustave Eiffel, 1832~1923),

실제 그가 이 건축물을 설계할 때

어떤 생각이었는지는 알 길 없지만,

 

그 후 100년이 훌쩍 지나도록 에펠탑은

단지 기념 사진의 배경으로만이 아니라

안테나처럼 높이 솟아 전파를 쏘아 보내고

라디오, TV 수신기와 교신하면서

다른 세상과의 소통을 돕고 있기도 합니다.

 

 

과연, 이 A자형 철골 구조물은

과거 파리 사람들은 보지 못했던

‘전혀 다른 세상을 찾아find another world

연결해 주고 있는 건 아닐까요?
 



 

 

‘흉물’‘랜드마크’로 되살아난 사례와 비슷하게도,

창의성이라는 것도 어쩌면

많은 이들의 무시와 몰이해를 견뎌내면서

묵묵히 제 길을 가는 것과 같지 않을까…

 

대개의 사람들은 자기 아이디어는 없으면서

남의 생각은 너무도 쉽게 깎아내립니다.

 

다른 한편에는, 남들의 손가락질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묵묵히, 꿋꿋하게

다음 단계로 밀고 나가는 사람들이 있죠.

 

 

그 길은 외롭고 험난합니다. 용기가 필요합니다.

 

 

단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괄시당하고 배척당하고,

심지어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람들의

역사를 생각해 보세요.

 

 

 

그래도 최근 들어서는,

남들이 생각해 내지 못한 독특한 발상을 통해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 분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들이 천재로 여겨지든, 괴짜 취급을 받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거기에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테슬라 같은 21세기 디지털 경제를 주도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바로 그런 아이디어에서 탄생하고 발전해 왔습니다.

 

이들 기업들을 만들고 이끌어  이들의 공통점은 일상의 불편함이나 필요에 대해 다들 쉽게 지나치고   남다른 문제 의식을 갖고, ‘뭔가 좋은 해결책이 없을까끝까지 집요하게 고민했다는 겁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남들의 비웃음을 살 때조차 주눅들지 않고

끊임 없이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실행할 수 있는

용기와 기회를 줄 수 있을까요?

 



 

강 건너 런던 아이를 배경으로 템즈강변에서.

 




2018년 8월 유럽 여행 중 런던에서. 민 군, 미스터 빈 흉내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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