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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 스토킹 자동 시스템

by 오늘

넷플릭스에 볼 거리가 마땅치 않아, 순위에 올라 있던 "대환장 기안장"을 큰 기대 없이 재생했다.

그런데 첫 방송 시청이 끝난 후, 연예인 이름조차도 잘 모르던 내가 기안84를 검색창에 입력하고 있었다.


유튜브는 마치 정교한 자동화 시스템처럼, 끊임없이 기안84 영상을 추천해 준다. 더 이상 내가 찾지 않아도, 화면은 그의 얼굴과 목소리로 채워진다.

마치 ‘스토킹 자동 시스템’이 작동하는 듯한 기분이다.


도대체 대환장 기안장의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예측 불가능한 상상력, 엉뚱함과 기발함이 뒤섞인 아이디어, 그리고 현실에서는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법한 판타지 같은 여행. 어쩌면 기안장이 아니면 결코 들어갈 수 없는, 특별하고 기묘한 세계가 나를 사로잡은 걸까?


그날 이후, 호기심은 폭발했다.

2016년의 나 혼자 산다 속 평범한 일상부터, 유튜브 채널 인생84까지… 며칠 동안 나는 오직 기안84의 세계에만 몰입했다.


이 정도면, 차라리 ‘취향 기반 스토킹’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사람들은 대개 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걸 두려워한다.

더 멋있어 보이려 하고, 삶의 얼룩과 흠집은 보정 필터 속에 감춰버린다. 그런 자신을 싫어 할까봐.


실패한 순간이 버젓이 살아 있고, 남들은 감추려 애쓰는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꾸미지 않는 솔직함은 사실 용기다.

기안84는 그 담대함으로 시청자와 독자 사이의 벽을 허문다.


사람들은 완벽한 이미지를 좇으며 지친다.

하지만 날것의 용기를 마주하면,

안심한다. 나도 이렇게 살아도 괜찮구나 하고.

아마 그래서 기안84는 우리에게 웃음과 동시에 묘한 해방감을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를 계속 지켜보며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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