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_전언
나를 만나는 어른들은 왜 이렇게 말랐냐며, 잠도 잘 자고 밥을 잘 챙겨 먹고 다니라고 말한다. 부모님은 내가 어릴 때부터 유난히 상체가 많이 마르고, 팔도 길어서 무용을 시키려 했었다.
선명히 보이는 쇠골, 어린아이 같이 마른 팔, 여자친구들은 내 마른 몸을 부러워했다.
이렇게 부러움을 받는 나는 기흉 시술과 수술을 모두 두 번씩 받은 환자이다. 여전히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과 재발의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기흉이라는 병은 몸 밖으로는 보이지 않는 폐에 일어나는 일이라 옆구리에 작게 있는 3 군대의 수술 자국 말고는 내가 기흉 환자였다는 흔적도 없다.
나는 수술 이후에 홀로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도 힘든 통증과 기력저하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아픈 부위가 없으니(다리 외상이라면 다리에 깁스를 차고 있으니 누가 봐도 환자인 것을 알고, 그 환자로서의 역할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환자로서 잘 보살펴야겠다는 생각을 들지 못하는 원인이 되었다.
수술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의사를 통해 기흉이 잘 제거되었다는 판정을 받았으니, 나는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날 것을 강요받았다. 수술한 뒤 2년이 지나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통증과 후유증으로 고통받는데 말이다.
자발성 기흉은 한국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10-20대 초반의 마른 남성에게 많이 일어나는 질병이다. 통계에 따르면 85%가 남성인만큼 나는 굉장히 운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담배나 가족력 등의 원인이 논의되기도 하지만 유난히 고3학생들에게 많이 발병해 과도한 입시 스트레스도 부분병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야 할 때 겪는 기흉이라는 병은 삶의 진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대학입시를 망치게 만든다든가, 젊은이의 특권인 건강을 기반으로 꿈꾸고 도전하려 했던 것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체력적으로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는 전문직을 목표로 삶을 준비해 왔던 나는 큰 정신적 충격을 받고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정신적 충격을 극복하는데 종교는 큰 힘이 되기도 했었지만, 큰 상처를 안겨주기도 했다. (글을 쓰는 현재 무교이다)
이 글은 기흉이라는 질병이 20대 젊은 학생의 가치관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서술하는 목표를 가지고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