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절친한 친구 P는 소문난 짠순이다. 중고 거래 앱에서 산 액정이 깨진 폰으로 늘 충전할 곳을 찾아다닌다. 나는 그녀가 보조배터리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것을 보고 차량용 무선 충전기를 선물했다. 그래도 그녀의 악착같은 짠내덕에(?) P는 공무원 신분임에도 내 친구들 중 가장 많은 돈을 모았고 현재 매매할 집을 알아보고 있다.
반면 친구 A는 일주일 해외여행에 삼천만 원을 쓰고 돌아온 욜로족이다. 내 딸의 돌을 축하한다며 갑자기 돌반지를 보낼 정도로 친구들 중 가장 통이 크다. 나는 때로는 P가, 때로는 A가 되기도 한다.
내가 돈이 아까운 대표적인 영역은 술자리다. 소주, 고량주, 양주 같은 술은 내게 그저 공업용 알코올일 뿐이다. 임신 준비 중 혼자 맨 정신으로 술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때 혀 꼬인 대화들이 얼마나 영양가 없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취기가 오르며 계속 도돌이표 되는 과거 회상과, 자리에도 없는 사람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누군가는 꼭 싸우고 있었다.
와인바에 가도 나는 글라스 와인 한 잔이면 충분한데 친구들은 한 병에 5만 원이 넘는 와인을 몇 병씩 시켜버렸다. 내게 술자리는 시간과 돈이 함께 새는 곳이었다. 집에 오면 아 오늘 정말 즐거웠다가 아닌 누군가가 취한 상태로 한 이야기가 생각나 찜찜했다. 차라리 카페에서 하루 종일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이 훨씬 즐거웠다. 술 없이도 진지한 대화가 가능하고, 오히려 알찬 이야기와 웃음이 넘치는 곳은 카페였다.
반대로, 지금 아니면 절대로 누릴 수 없는 경험이라면 나는 지갑을 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끝난 직후, 우연히 에드워드 리 셰프의 30만 원짜리 코스 요리를 경험할 기회가 생겼다. (이것도 욜로족인 친구 A가 먼저 결제했다가 가지 못하게 되어 내게 제안을 해준 것이었다)
당시 에드워드 리 셰프는 한국에서 식당을 운영하지 않았기에, 그분이 직접 차려준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오직 그때뿐이었다. 두 사람의 점심식사에 60만 원을 쓰는 것은 부담스러웠지만, 나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기에 영상을 통해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어 과감하게 투자하기로 했다.
덕분에 육아에 큰 도움을 준 엄마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에드워드 리 셰프님과 직접 인사도 나눌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조회수는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
나는 매일, 자주 쓰는 물건일수록 아쉬움이 없는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한다. 보조 배터리를 매번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어 12만 원을 내고 아이폰 배터리를 정식 교체한 덕분에, 아이폰 11프로를 6년이나 사용하고 아이폰 17프로로 여유롭게 기기 변경을 할 수 있었다. 한 달에 5,000원, 하루 166원을 들여 배터리 충전을 신경 쓰지 않는 자유를 얻은 셈이다.
또 나는 쿠팡에서 여섯 개에 만 오천 원 하는 켄트 칫솔을 사용하는데, 사은품으로 받는 무료 칫솔과는 모질이 차원이 다르다. (실제로 영국 왕실에서 사용한다고 하니 강력 추천한다)
처음부터 풀옵션 가전을 살 수도 있겠지만 이사를 앞두고 있다면 우선 먼저 살아보며 생활 패턴을 파악한 뒤, 진짜 필요한 가전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에게는 친정에서 쓰는 값비싼 청소기가 다소 무겁게 느껴졌다. 오히려 가격이 저렴한 무선청소기를 신혼 때 선물 받았는데 흡입력도 좋고 가벼워 더 만족스러웠다. 또 옵션으로 있는 냉장고를 사용하며 문을 두드리면 켜진다거나 앞쪽만 열린다거나 하는 기능이 없어도 전혀 지장이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빨래에서 나는 쉰내에 특히 예민했다. 덜 마른빨래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냄새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세탁건조기만큼은 자동문 열림 기능이 있는, 가장 좋은 모델로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또 우리가 생각보다 얼음을 많이 사 먹는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가장 먼저 얼음정수기를 알아보기로 했다.
가구는 꼭 직접 체험해 보고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원래 무인양품 리빙다이닝 세트를 이용해 소파 없이 지냈는데, 이번에는 집이 넓어지며 남편이 소파를 꼭 들이자고 해서 본격적인 ‘소파 찾기 여정’에 들어갔다.
인터넷으로만 보던 상품을 직접 보기 위해 광주에 있는 쇼룸까지 갔는데, 막상 보니 내가 생각했던 뽀얀 아이보리빛이 아니라 약간 때가 탄 듯 어두운 색상이었다. 색감이 너무 아쉬워 다른 제품을 찾아보기로 했다. 게다가 무빙 소파에 앉아보니 프레임 부분이 딱딱하게 엉덩이에 닿아 아기가 다칠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그 정도로 불편하진 않다고 했지만, 소파는 집 안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가격도 적지 않은 가구이기에 조금이라도 위험하거나 불편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은 피하고 싶었다.
이후 여러 매장을 돌며 다양한 제품을 체험해 보았다. 카우치형 소파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야 해서 무빙 소파보단 불편했다. 리클라이너 소파의 경우 아이가 버튼을 계속 누를 수 있다는 점, 또 하단 구조물 사이에 들어가 다칠 위험이 있다는 점이 우려되었다. 또 팔걸이에 수납공간이 있으면 잡다한 리모컨이나 물건들을 깔끔하게 넣어둘 수 있어 우리에게 실용적일 것이라는 것도 파악했다.
우리는 따로 소파테이블을 두고 싶지 않기에 수납이 되는 홈바 일체형 제품을 중심으로 보고 있다. 여러 소파에 앉아보며 기능과 편의성을 비교 중이지만, 아직까지는 “이거다!” 싶은 제품을 만나지 못해 조금 더 신중히 찾아보고 고민하는 중이다.
내가 확신을 가지고 가장 먼저 선택했던 무인양품 리빙다이닝 세트가, 지금 입소문을 타 중고 플랫폼에서 가장 인기 제품이 되었다는 숏츠 영상을 보았다. 번거롭더라도 직접 앉아보고, 눌러보고, 가족의 생활 패턴까지 고려하면, 결국 만족스러운 선택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매일 사용하는 제품은 좋은 것을 선택하면 매일매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려 만족스럽지 않은 제품을 고르면 사용할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 또 마냥 값비싼 제품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내 생활 패턴에 더 잘 맞는 저렴한 제품이 오히려 만족스러울 때도 있다.
과연 나는 어떤 소파 리뷰를 올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