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붉은 지붕 이고 지고 웅크려 춤추는 마을

by 서민혜


눈밭이 작은 마을을 감싸 안았고

집들이 붉은 지붕을 이고 지고 웅크린다.

희뿌옇게 얼어붙은 작은 시내에는

가만히 흐르는 물결이 마을을 에돈다.

하늘에 번지는 검은 점에

밤이 어깨에 살포시 내려와 앉는다.


마을로 들어오는 길은 어두컴컴하고

마을 어귀에는 커다란 나무 인형들이 뛰놀았다.

춤추는 그들 사이를 비집고 ‘탁탁’

하얀 점들이 하늘에서 나풀나풀 내린다.

인형들의 춤을 따라 하다 발이 엉키고

소년은 자기 춤이 영 마음에 안 드는지.


발자욱마다 푹 꺼진 자국을 내면서

먼 산을 흘깃 훔치듯 눈이 도로록.

'네가 뭔데!' 멀리 들려오는 소리에

춤추는 인형들 사이에서 멈춰 선다.

소년을 부르는 하얀 모자 쓴 산으로

퍼석이는 운동화 끈을 꽉 고쳐 맨다.


부드러운 선을 그리던 붓 머리엔

검은 물감을 묻어 강하게 눌렸다.

기다리던 까만 밤에 언젠가 다시 출 춤이

소년의 붉은 뺨을 차갑게 스쳐간다.

마을 골목골목을 뛰어다니며 맞잡은 손이

소년의 곁으로 지나쳐 사라져 간다.




오늘 소개드릴 여행지는 체스키 크룸로프입니다.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두세 시간 정도 가면 보이는 작은 마을입니다.

여기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고 마을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져있습니다.


동화 속 마을 같은 체스키 크룸로프의 모습입니다!



과거의 제가 좀 미운 점은 이렇게 요상 시런 필터로 사진을 많이 찍었다는 것이네요.. ㅎㅎ



keyword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