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에 대한 드러난 수요: 멸종위기 및 위협받는 종으로부터의 증거
(1994)
"이 연구에서 계산한 플로리다 퓨마의 가치가 어떻게 계산된 거죠?"
교수는 연구에서 사용한 방법론에 대해서 설명했다. 조용한 연구실에는 창틈 사이로 뜨거운 여름의 공기가 새어 들어왔고 교수는 몇 번이나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닦았다.
"우리 사회가 플로리다 퓨마에게 50만 달러라는 가치를 매기고 있다는 건 계산이 잘못된 것 아닌가요? 한 사람의 생명의 가치를 500만 달러로 보고 있잖아요. 연구 자체가 비윤리적이라는 생각은 해보신 적 없으신가요?" 전화 속 기자는 몇 번이고 되물었다.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몇 번이나 카랑카랑하게 울렸다. 최근 논문을 발표한 뒤로 전화기가 조용한 시간이 더 드물었고 연구실의 직원들은 몇 번이고 연구 방법이나 연구의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기자도 지친듯한 목소리로 교수에게 말했다. "다음번에 플로리다에 오실 때 밤길 조심하세요. 장전된 총을 가져와야 할 거예요."
"협박인가요?" 교수가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지었다.
"협박이 아니라 지금 상황이 그래요." 기자의 한 마디를 끝으로 전화가 뚝 끊겼다.
(2025.10.16)
늘 이 수업은 교실의 뒷 줄 책상부터 학생들로 채워진다. 희끗한 머리의 교수는 항상 5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그는 위로부터 아래로 오랜 시간 당겨진 고목나무처럼 구부정했지만 또 어떤 때에는 꼿꼿해 보였다.
가는 가끔 그 자신을 새 너드라고 지칭했고 때로는 어떤 새의 학명을 보고 그 새를 자세히 설명했다. 학생들은 때로 서로 눈을 맞추며 키득댔다.
"오늘은 멸종위기종에 사람들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부여하는지 살펴볼 거예요." 교수가 말했다. 학생들은 오래전 그가 발표했던 논문을 출력해서 들고 앉아있었고 총 77장의 긴 논문이라 종이 다발이 책처럼 보이기도 했다. 또 어떤 학생들은 노트북을 켜서 논문을 켰다. 노트북은 교수와 학생 사이를 가로막았다. 마우스의 스크롤을 도르르 굴리는 소리가 가끔 강의실에 울려 퍼졌다.
교수가 논문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공유재에 대해서 사람들은 얼마만큼의 가치를 부여할까? 특히나 사람들이 '실제로 하는 행동'과 나는 이렇게 할 것이라고 '밝히는 선호'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까?" 논문에는 멸종위기종의 목록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130여 종류의 동물들에게 각각 점수를 매겼다. 당신은 이 동물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답했다. 그들은 어떤 동물은 덜 중요하고 어떤 동물은 보통으로 중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떤 동물들은 아주 중요하다고 답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어떤 사람은 모든 동물을 다 똑같이 보통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 어떤 사람은 포유류를 더 중요하게 여겼고 다른 동물을 덜 중요하게 여긴다고 답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어떤 동물을 아주 중요하다고 답했고 또 다른 동물들은 별로 안 중요하다고 답했다.
연구에서는 이 사람들을 각각의 그룹들로 묶어서 자세히 분석했다.
분석 결과를 짧게 정리하자면 설문 조사를 통해서 사람들은 독수리, 퓨마 등 크고 멋진 포유류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 드러났다. 반대로 거미, 곤충, 달팽이 같은 동물들은 비교적 덜 중요하게 여겨졌다.
그렇다면 이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어떤 노력을 할까?
다음 부분에서는 개체 당 쓰인 정부의 보호 예산을 종 별로 정리해서 보여준다.
1위를 차지한 종은 플로리다 퓨마였다. 플로리다 퓨마를 보전하기 위해 매년 드는 돈은 약 50만 달러였다. 다음은 캘리포니아 콘도르가 매년 16만 달러의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드러났다. 캘리포니아 콘도르는 북미에서 가장 큰 새로 날개를 펼치면 3미터 가까이의 크기이다. 지금은 멸종 위기종이라 인공 번식으로만 살아남은 희귀한 독수리이다. 미국인들의 독수리 사랑에 미루어 볼 때 사람들이 이 종에 애착을 가지는 것이 이해되기도 한다. 다음으로는 아메리카 흰 두루미 (Whooping Crane)가 2만 1천 달러로 3위에 랭크되었다.
퓨마 7억, 멸종위기 독수리 2억 3천만 원, 흰 두루미 3천만 원. 그리즐리 베어, 대머리 독수리까지도 연간 예산을 집중해서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일부 설치류, 양서류, 곤충류 등의 동물은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 논문에서는 이 동물들을 non-charismatic species (비주목 종)라고 칭했다.
아마도 20년 전 연구이기 때문에 지금과 가치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경향만을 보아야 하지만 결과는 자명했다. 특정한 종을 보호하는데 큰 예산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어떤 종은 아무 보살핌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은 그들의 생존에 있어서도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보통 한 사람의 생명의 가치를 구하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정부 예산이 50만 달러 근처라고 한다. 멋지고 크고 아름다운 퓨마는 대중들이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산 배분은 그들에게 집중된다.
“미국인들은 크고 멋진 척추동물을 좋아하네요.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기계는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걸 그대로 만들어 냅니다.”
교수는 불평등 지수를 보여주는 Gini 계수를 설명하며 칠판에 그래프를 그렸다. 세계지도에서 어떤 나라는 파란색, 어떤 나라는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고 색이 붉을수록 소득의 차이가 크다는 걸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 동물들 사이에도 Gini 계수를 통해 불평등이 크다는 점을 설명하며 강의가 끝났다. 즐거운 주말 보내라는 교수의 말에 학생들은 하나 둘 짐을 챙겨 떠났다.
(2025.10.17)
어젯밤 늦게 들어와서인지 정말 오랜만에 아홉 시쯤 잠이 깼다. 일어나자마자 집어든 핸드폰에는 몇몇 알람이 와있다. 요즘 듣는 수업이 동물 관련 정책, 환경 정책 같은 것이라 그런지 알고리즘이 동물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다 놀라운 영상을 보게 되었다. 기념식 땡볕에 황새 폐사라는 썸네일을 눌러보니 조그만 통에서 비적비적 나와서 고꾸라지는 황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방사를 위해 문을 여는 순간 얇디얇은 다리는 금방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그 모습에 아 어떻게 하는 말이 터져 나왔다. 옮겨진 황새는 금방 죽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90년대에 황새 한 마리에 3천만 원이 들었다고 치면 우리나라에서는 제법 커다란 저 황새를 키우는데 얼마만큼의 돈이 들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저기에 훨씬 못 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념행사에서 생긴 사고는 물론 막을 수 있는 사고였지만 동물을 사육하고 이동하는데 필요한 확실한 지침과 넉넉한 크기의 케이지 짧은 이동과 대기시간을 지켰다면 결과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19)
"왜 사람들이 고래를 더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봐봐. 고등어, 갈치, 조기! 얼마나 유익한 종들이 많은데 여기에는 관심도 없어. 이게 맞나?" 누군가 회사에서 물었다. "진짜로 어떤 종은 특별한 공감을 받는단 말이지. 그 이유가 뭘까 궁금해."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별게 다 궁금하군. 근데 진짜 왜 그렇지?'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생각은 안 하고 나는 눈앞에 닥친 일들을 처리하기에 바빴다. 고래 관련한 회의를 갔을 때 야구배트를 들고 찾아왔던 환경단체의 멤버들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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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Don Coursey 교수님의 환경 정책 수업을 듣고 써보았습니다. (https://harris.uchicago.edu/directory/don-coursey)
글에서 다룬 논문은 The Revealed Demand For a Public Good: Evidence from Endangered and Threatened Species ( 공공재에 대한 드러난 수요: 멸종위기 및 위협받는 종으로부터의 증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