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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 A MI Aug 28. 2020

Travel Sketch(Eastern Europe)

패키지로 떠난 여행 드로잉 -  ep#1.-#9.

Travel Scketch(Eastern Erope2)


#1.   계기는 언제나 사소하다.


무려 13일간의 여행을 앞두고 있었다.

긴  여행을 위해 ‘책’한 권과 ‘노트’한 권을 챙겼고, 비행기를 타기 전 햄버거 가게에서 시간을 때우다 무심코 그린 하나의 스케치가  이번 여행을 예견해 주었다.

언제나 출국 전에는 가볍게 햄버거를 먹는 편이라 어김없이 햄버거를 사 먹었고, 다 먹고 절반쯤 남은 감자튀김을 바라보며 시간을 체크했다. 아직 미팅 시간까지 적당히 남은 시간,  그 짧은 시간 동안 펜을 들어 노트에 끄적이며 무심결에 이런 생각을 했다.


“재미있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사건은 때때로 사소 할 수 있다.

처음부터 여행지에 가서 그림을 그려야지 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단지 하나의 사소한 행위가, 그때의 소소한 감정이 이번 여행 드로잉을 만들어 주었다.

2016.08.03 in InCheon Airport

사소하고 소소했던 감정이라도 이후 지속의 힘을 갖는다면, 생생하게 남게 되는 법.

누군가가 내게 처음을 묻는다면 대답하는 장면이기에, 내게 있어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2.   처음은 언제나 특별해서, 사소했던 모든 것이 기억에 남는다.


경유지로 들린 '두바이'에서 이곳저곳을 구경한 뒤에 버즈칼리파가 보이는 두바이몰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자유시간'이 생겼다.

이상한 말이긴 하다. 여행 자체가 자유인데, 패키지여행에서의 자유시간은 금쪽같은 단어가 된다.

신이 나서 어디든 발걸음을 돌리고 싶어 지는 말.


한여름의 피서지로 동유럽을 선택했는데, 경유지에서 우리나라보다 더한 45도의 한증막 같은 기온을 맞이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럼에도 버즈칼리파를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무더위를 무릅쓰고 바깥쪽에 자리를 잡고 무작정 앉았다. 너무 높은 건물이라 목을 꺾어 한참 위를 올려다보아야 종이에 담을 수 있었다.


5분 만에 떨어진 잉크에 한 번, 위부터 그리자 아래가 잘릴 것 같은 잘못 잡은 구도에 두 번 당황했다.

덕분에 기다란 건물을 꾸역꾸역 짓눌러서 그린 그림이 나의 첫 여행 드로잉으로 남겨지게 되었다.

처음은 언제나 특별하니까, 아주 사소했던 그날의 온도, 나의 자세,  문득 들었던 감정까지도 모두 기억에 남는다. 나는 분명 굉장히 설레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드로잉의 습관을 들이기 전이라 이렇다 할 '그림체'는 없었지만, 출국 전에 그린 깔끔한 '한 선 그림'을 이어가고 싶었다. 그럼에도 이를 실천하지 못했던 건, 들고 간 펜의 잉크가 하루 만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하루’만이라기 보단 ‘한 장’만에 떨어졌다고 보는 게 맞다.


애초에 여행 드로잉을 목적으로 삼지 않았었고, 홀로 떠난 여행이라 남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펜을 들었던 터라  도구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덕분에 여기저기서 얻어 쓴 굵은 펜, 얇은 펜, 중간 두께의 펜,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펜을 세 번 사용해 보다 결국 공항에서 나눠 준 똥 펜으로 줄곧 그리게 되었다.

2016.08.04 in Dubai


“건물을 꾹 눌러서 다 담아 그렸구나”.

라는 건, 사실 누군가가 그림을 보고 말해주었을 때 알았다.

“그렇게 꼭 전체를 그리려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라는 그 뒷말을 들었을 땐, 내 전체 그림들을 다 돌아보게 만들었다.

“욕심이 많네”

그림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성격과 감정을 봐주었던 그 감상평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3.   사물을 오래 보는 것은 사람을 알아갈 때처럼 신중한 일이다.  


두바이의 스케일은 대단하다.

단지 쇼핑몰일 뿐인데 복도가 수족관으로 꾸며져 있었고 4층 전체를 관통하는 인공폭포가 있었다.  

밖은 너무 덥지만 실내는 한없이 시원했다.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 난 바깥에서 버즈칼리파를 그리고 나서도 시간이 남았고 더웠던지라 쉼터를 원했다.


‘그래, 폭포 앞으로 가자’


시원한 폭포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있으니 Raining men이 떠올랐다. 나는 방금 전까지 그림을 그리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 순간을 담고 싶어 졌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이 순간을 담았다. 가사를 잘 몰라 같은 부분만 반복해서 부른다. 눈 앞의 장면과 상상을 공존해가면서. 상상은 현실의 부족한 면을 메꾼다기보다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법이다.


사실, 그림을 그릴 때 두 가지의 조언을 가장 많이 들어왔었다.

첫째는 자세히 '관찰'할 것.

관찰한 만큼 볼 수 있고, 본 만큼 그릴 수 있으니 오래도록, 자세히 관찰하여야지만 하나라도 더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무조건 '많이' 그려봐야 한다는 것.

어떤 대상을 잘 표현하고 싶으면 다양한 각도에서 면밀히 살펴보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만큼 많이 그려봐야 한다는 것. 그렇게 되면 적절량의 묘사뿐만이 아니라 강조를 위한 생략도 가능해진다. 때문에 간단하고 단순한 그림일수록 더 많은 관찰을 필요로 한다. 어떤 것이 '필요한 선'이고 어떤 것이 '불필요한 선'이지 알기 때문이다.


드로잉은 관찰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 시선이 머문 만큼 각각의 드로잉에 애정이 담기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물을 오래 본다는 것,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풍경 속에 동화된다는 것, 그것은 사람이 사람을 알아갈 때처럼 신중한 일이기도 하다. 함께 한 시간만큼 돈독해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관찰이 가져다주는 놀라운 결과란, 이 그림을 그릴 때 내 시야를 가리며 그 앞에서 계속 뛰놀던 외국 꼬마 아기의 얼굴이 아직까지도 기억이 난다는 사실이다.  ‘꼬마야 좀 비켜봐라, 안 보인다’라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그리던 내 모습을 포함하여.

2016.08.04 in Dubai

It’s raining men, Every Special men.

So That each and every woman Could find the perfect guy.

각기 다른 여러 남자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요.

그로 인해 모든 여자들이, 자신에게 딱 맞는 남자를 찾게 해 준 거예요.


     #4.  다른 나라에 왔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은 결국 건축물이다.  


첫 숙박, 이른 조식을 먹고 동네 산책 후 숙소 앞을 그렸다.

본능적으로 스스로 자유시간 확보에 돌입했던 것이다.

작은 시골마을인데도 그림 같이 아기자기한 건축물들, 한 여름의 한국과는 다른 차가운 공기에 마냥 설레어 버스에 탑승하기 전까지 그려나갔다. 이국적인 건축물들.

이 나라의 날씨와, 환경과, 문화와 종교들이 이렇게 다른 건축물들을 만들어왔겠지.


다른 나라에 왔음을 실감하게 하는 것은, 결국 건축물인 것 같다.


외진 쪽에 앉아 있었다 생각했었는데 내 마음과 같았는지 아니면 모든 여행자들의 마음이 그러했는지 대부분의 일행들이 조식 후 산책을 하다가 마주쳤고, '저 혼자 온 친구 그림 그리는 친구인가 봐' 라며 그림을 그리던 나의 모습은 이야깃거리가 되어 후에 나와 그들의 연결고리가 되어주었다.


드로잉은 때때로 이렇게 대화의 장이 되어  장소와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기도 한다.

2016.08.05 in Strassburg



#5.   낯선 땅에서 느끼는 편안한 마음이 낯설었다.


이 그림을 보면 아직도 나무 그늘 자리에 걸터앉아 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피부에 닿았던 서늘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의 감촉이 느껴지는 것 같다. 물론 여행드로잉의 거의 모든 장면들이 그러하지만 유난히 기억이 나는 건 이곳에서 그림을 그릴 때 느꼈던 그 여유로운 마음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빨리 안내를 하고 자유시간을 더 많이 주려고 발걸음이 빨랐던 인솔자를 졸졸 쫓아다니기도 하고, 조금 친해진 일행들과 같이 다니기도 하다가 어느새 다시 혼자가 되었다. 더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다닐 수도 있었겠지만, 무언가에 이끌리듯 가장 편안해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쉬는 쪽을 택했다. 이곳의 마을 주민들을 흉내 내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저 마음 깊숙이에서 또 '여기에서 그림 그려보는 건 어때'라는 말에 설득당했는지도 모른다.


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릴 때는 다른 자아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그곳에 앉아 풍경을 관찰하고 그림에 몰두한다는 것은, 일상에서 일에 몰두할 때의 자아를 잠시나마 잊게 해 주었다. 평소의 나다움으로 형성된 말투, 일, 관계, 사고방식을 모두 제쳐두고 그 순간을 온전히 피부로 맞이했던 그 감촉이 좋았다.


그래, 숨 좀 돌리자.

나의 여행은 오로지 그것을 위함이었다.


콜마르의 쁘티 베니스와 스트라스부르의 쁘티프랑스. 이 동네는 집집마다 붉은 꽃을 내놓은 아기자기한 중세식 집들과 그 사이를 관통하는 작은 운하, 그 동화 같은 한적한 풍경을 연출하던 곳이었다.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막연하게 엉켜있던 마음속 실타래가 풀려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 낯선 땅에 홀로 낯선 풍경을 마주하고 있는데 이토록 편안한 마음이 생길 줄이야.


내가 지내던 익숙한 곳에선 편하게 지내지 못했던 걸까, 그 평온한 마음이 놀랍고도 고마웠다.


2016.08.05  in Colmar

방금 다녀온 곳을 반대편에 앉아 바라본 다는 것.

지나온 자리를 다시금 돌아보는 것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

방금 있던 곳도, 지금 있는 곳도, 같은 곳이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일 뿐.



     #6.    시계태엽 소리가 오히려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이번 여행지를 통틀어 가장 좋았던 이 곳은, 교통체증으로 스케줄이 밀리며 관광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인솔자의 말에 일행들이 설득하자 과감하게 일정을 변경해 주면서 겨우 들릴 수 있었던 곳이다. 쉬운 일은 아녔을 것이다. 동선도 꼬이고 예약도 변경해야 하고 여러 가지로 할 일이 많았겠지만 인솔자도 이곳은 꼭 들려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이곳에서의 관광안내도 성실하게 이행해 주었다.


못 왔으면 어쩔 뻔했어. 이렇게나 좋은 걸.


이곳에서의 일정은 변경된 일정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여유롭고 한적하게 보낼 수 있었다.

하루 종일 교통체증에서 시달리다가 얻은 낙원 같은 곳이었다.


여행 중 처음으로, 이곳은 나중에 개인적으로 꼭 한번 다시 들려야겠다, 라는 다짐을 했던 곳으로 남은 여행 일정을 모두 마치고도 변하지 않았다. 꼭, 다시 와야지 꼭.


‘아까 울린 종은 정말 내 소원을 들어줄까’


아무도 오르지 않았던 텅 빈 시계탑 창가 쪽 에서 안정적이고 고요한 틱톡 소리를 들으며 앉아 있었다.

간간히 맞은편 성모승천 교회에서 세 번의 종 치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어떤 소원이든 간절하게 바라며 세 번 치면 들어준다는 종을 치고 맞은편에 앉은 것이다.

고요한 바람결, 방금 전 올랐던 블레드 성 뒤로 보이는 알프스 산맥,

옥빛을 띄고 있는 한없이 맑은 블레드 호수의 잔잔한 물결,

관광지에서 아무 관광객도 만나지 않고 오롯이 혼자 앉아있을 수 있는 시간을 보낸 다는 것은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가.

                                

나는 염원하는 마음을 가득 실어 종이에 담아 보았다.

때마침 정각을 알리는 시계 종소리가 교회의 종소리와 어우러져 심금을 울렸다.



     #7.   낯선 곳보다 익숙한 곳에서 길을 잃는 것이 더 무섭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서 길을 잃었다.

만나기로 한 장소와 전혀 다른 길로 가다가 길을 잃었고, 헤매는 동안 남들이 보지 못했을 풍경을 보게 되었다. 호숫가의 통나무 길로 걸어가 그 길 끝에서 배를 타야 했는데, 버스를 타는 산길로 올라가고 만 것이다.

일련의 과정 끝에 제자리로 돌아가 일행을 다시 만났을 때,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네.”라는 일행들의 말은, 돌이켜보니 길을 잃었던 사람을 안심시킬 수 있는 가장 따뜻한 한마디였던 것 같다.


그리고 길을 잃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천천히든, 오랜 시간이 걸리든 길을 잃는다는 것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었구나.


2016.08.07 in Plitvice Lakes


잘못 든 길에서 다시 제 길로 돌아가는 길, 수십 개의 작은 폭포들을 가까이 맞이하면서,  그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 폭포들을 작은 크기로 내려다보던 순간이 떠오르자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가야 하는 길, 가지 말았어야 했던 길, 돌아오는 길,

잘 찾아왔다며 기다려 주던 사람들,

그 모든 과정이 살아가면서 맞이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낯선 곳에선 어차피 모든 것이 낯설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잃을 때보다,

익숙한 곳에서 길을 잃는 때가 더 무섭다.


2016.08.07 in Postojna Cave (번외 그림)

지금 생각해보면 포스토이나 동굴의 입구부터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대화를 나누었음에도

정작 무슨 대화를 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꼬마기차를 탈 때부터 긴 동굴 속을 걸어 나오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수다가 오가던 그 순간순간이 모두

즐거웠다는 것.

계속해서 과거가 되어가는 시간 속에서 남는 건 결국 사건과 감정뿐.



     #8.   여행은 다름을 체험하는 것이다.

 

음식을 시키고도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아 펜을 들었다.

그런데 그림을 다 그릴 때까지도 음식이 나오지 않는다.

천천히 나오는 음식만큼 이곳에서는 음식을 먹는 시간도 느리다.

 

조명 없이 채광에 의지하는 어두운 실내,

그 밖에서 반짝이는 선명한 코발트블루의 바다를 보고 있으니

새삼, 모든 것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여행은 다름을 체험하는 것이구나.

날씨와 풍경도, 문화도, 언어도, 음식도, 그리고 사람까지도.


2016.08.08 in Dubrovnik


   

지나가던 종업원이 윙크를 하며 엄지를 치켜세워주던 장면이 그림과 함께 고스란히 남아 있다.



     #9.   계속해서 과거가 되어가는 중이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한 골목길에서 예쁜 자수가 인상적인 작은 가방을 득템 한 까닭일까.

내내 기분이 좋았다.

쇼핑을 잘 안 하는 내가 망설임 없이 물건을 고르고, 흥정 없이 사고, 소녀마냥 바로 매고 다니며 좋아했다.

그래서일까, 자그레브의 한 식당 화장실 벽에 그려진 소녀 그림이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며 동화 같은 상상력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갇힌 여인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두 번째로 호기심 많은 눈빛으로 읽어보다가,

세 번째로 성찰하는 눈빛으로 읽다가,

결국엔 어른과 아이를 떠올렸다.


2016.08.09 in Zagreb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했더라.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된 건 언제부터였더라.

아이가 어른을 꿈꾸고 어른이 아이를 돌아보는 건 결국 ‘자유’에 대한 갈망과 해석의 차이가 아닐까.


그 시절, 쥐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다른 시절을 열망하는 것은,

앞으로에 대해 (잘할 수 있을 거라) 고대하고,

과거로 돌아가면 그 시절에 못 이룬 것들을 (다시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때도 지금도 하루하루는 남지 않고 그저 흘러만 가는 수도 같아서

나는 내가 지키고 싶은 것과 서 있어야 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every ep 18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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