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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 A MI Aug 28. 2020

패키지로 떠난 여행 드로잉

패키지로 떠난 여행드로잉- 프롤로그 &  패키지여행 준비

문득, 누군가와 '여행'에 대한 대화를 나눌 때 두 가지의 대답만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봤어’

‘좋았어’

 

여행 관련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동안 다녀왔던 여행 사진들을 모두 다시 찾아보면서 느끼게 된 사실이다. 


'사진, 참 많네'


짧게 있던 길게 있던 한 번의 여행으로 남기는 사진은 가볍게 1,000장을 넘긴다. 어떤 여행지는 다녀갔다는 흔적을 남기려 의미 없이 셔터만 눌러댄 경우도 있었고,  또 어떤 여행지는 '업로드용' 인생 사진 하나 남기려 풍경보다 셀카 찍는 것에만 열을 올린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또 그와는 반대로 어떤 여행지는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분명 찍은 줄 알았는데 사진으로는 남아 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아, 어쩌면 여행의 기억과 사진은 상관관계가 깊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년도와 나라 이름을 표기해 놓은 사진첩 폴더 안에는  ‘내 사진’과 ‘풍경사진’을 구분해 놓았고, 동행인이 있었다면 ‘함께 찍은 사진’으로 나누어 정리되어 있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여행을 다녀온 후에 생각보다 여행사진을 자주 찾아보지는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긴, 이후에 사진을 들여다보며 추억에 젖을 횟수 따위를 신경 쓰면서 사진 찍었겠는가. 어쨌든 핸드폰 카메라를 오픈할 때마다, ‘여길 또 언제 와보겠어’라는 심정은 변하지 않을 것 같으므로 사진을 과도하게 많이 찍었던 점은 반성하나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행'은 누구와 나누어도 대화를 쉽게 이끌어 갈 수 있게 만드는 좋은 소재이다. 그럼에도 여행을 주제로 하는 대화에서는 '어디 어디가 봤어?'라는 도장깨기와, 그렇다면 ‘이번엔 어디로 가볼 생각이야?’라는 앞으로의 도장 깨기가 대부분이었지, ‘너는 여행을 왜 가니?’라는 질문과 대답을 나누진 않는다. 그런 근원적인 질문을 하기엔 우리 모두 암묵적으로 일상에 지쳐있는 사람들이고, 또 이미 많은 여행지를 다녔기 때문 일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질문을 살짝 바꿔본다. 

‘어떤 여행지가 가장 기억에 남니?’, 혹은 ‘다시 가고 싶은 곳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분명 대화의 깊이도 더욱 풍성하게 될 것이다. '기억'과 '다시(반복)'라는 단어는 분명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이 대답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수 있다. 그리고 ‘왜’라고 묻는 다음 질문을 하기도 전에 먼저 말하겠다.


‘동유럽, 내 첫 스케치 여행이거든’


그건 바로 얼마 되지 않은 이야기. 

보통의 여행의 설렘이 다녀온 후 한 달 정도 지속된다면, 드로잉과 함께했던 여행에서의 설렘은 몇 달이고 지속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은 '드로잉북'을 보면서 '관광지'에 대해 묻는 것이 아니라, '그림'에 대해 물었고, 나는 그림을 그리던 '상황'을 얘기해 주는 일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장소를 '선택'한 특별한 나만의 '이유'와 '감수성'이 있었고, 화면에 담기 위해 보다 오래 '관찰'해야 했으며, 그러기 위해 그곳에서 '시간'을 더 할애했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잠시나마 나 역시도 그곳의 풍경이 되었다며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드로잉'을 통해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이 되어 전달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나는 드로잉을 시작한 이래, 여행지에서 '좋다'라는 생각이 들면 사진을 찍기보다 펜을 들기 시작했다. 


동유럽 여행 드로잉 자체도 이렇다 할 계기 없이 시작했던 것처럼, 그렇게 이렇다 할 계기 없는 데일리 드로잉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습관은 수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쌓인 많은 스케치북 사이에서 틈틈이 여행 드로잉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오랜 시간 그리다 보니 도구가 바뀌기도 하고 그림체도 천천히 달라지기도 했다. 그림들을 정리하면서 제일 첫 스케치북을 꺼내어 보니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그림체로 남겨져 있는 그 시절의 시간. 사진첩이 아닌 일기장을 꺼내어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사진첩'을 잘 들여다보지 않는 것처럼 '일기장'도 자주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림이 좋은 건 사진으로 남기는 찰나의 순간이 아니라,  드로잉의 한선 한선이 그곳에 머물러 그리는 동안의 추억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종종 지금까지의 '당신의 여행을 어떤 방식으로 추억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여행지마다 책자처럼 작은 '앨범'을 만드는 사람, 여행지에서 단 '한 장'의 사진을 골라 '액자'에 끼워 벽면을 장식하는 사람, 단지 '핸드폰 사진첩'에 몇 장의 베스트 컷들을 남겨 틈틈이 꺼내보는 사람,  벽면에 '세계지도'를 붙여놓고 자신이 갔던 곳을 표시하며 티켓이나 팸플릿 등을 붙여두는 사람, 무언가를 '수집'하는 사람, 여행지에서 늘 자신에게 '엽서'를 보내는 사람 등. 자신만의 방법으로 여행을 기억한다. 

나는 이제 그들 사이에서 나만의 여행을 기억하는 방식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여행 드로잉’


 자유여행도 가보았고, 패키지여행도 가보았지만 각각의 장점들을 모두 좋아하기 때문에  주로 행선지나 그때의 나의 기분에 따라 여행의 방식을 택하곤 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패키지여행의 가장 큰 장점, 얼른 떠나고 싶은데 계획할 시간이 없거나 바쁠 때, 혹은 혼자 여행을 떠나야 할 때,  주로 패키지를 택한다.  


때문에 ‘패키지 여행은 답답하지 않아?’ ,‘너무 자유롭지 못해’, ‘그건 진정한 여행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 있다.  


누구나 여행을 떠나는 목적과 방식이 다르듯이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어가는 지도 다르다.

어떤 형태로 여행을 떠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여행을 즐기고 , 어떻게 기억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이 여행드로잉과, 여행드로잉에 관하여 적은 이야기들은 결국, 내 기억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행이 지난 후에도 여행의 행복을 지속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이며, 여행지에서 느끼는 사소한 감정들로부터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라는지를 확인하는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첫 여행지로 서유럽을 선택한다. 나 역시도 그러했고 여행 일행 대부분이 유럽을 처음 오는 사람들이었다. 반대로‘여행의 끝’이라는 표현을 쓰는 북유럽여행에서 만난 일행들은 상당히 많은 여행지를 다닌 사람들이었다. 나 역시도 그렇게 되어있었다. 

그러니까 결국, 서유럽을 시작으로, 동유럽, 북유럽까지 유럽여행은 모두 패키지를 선택했다. 영어를 잘 못하지만, 유럽의 언어는 더욱 못하기에 유럽여행은 모두 패키지로 떠났었고, 영어권은 자유여행을 떠나왔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패키지여행을 선택하는 이유는 당연히 패키지여행의 장점 때문이다. 


단기, 장기로 구분되는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여러 국가의 수도 중심의 주요 관광지로 구성되어 있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곳을 볼 수 있다. 그것도  버스, 기차, 비행기 등의 '정해진 운송수단'을 타고,  '정해진 숙소'에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상당히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패키지 여행의 단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 ‘정해진’ 것들로 인해 박탈당하는 ‘자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여행이 처음부터 ‘단체여행’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단점은 당연한 일이었고, 나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곳을 보고 싶어 하는 여행객이기 때문에 패키지 여행을 주저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패키지 여행을 선택하게 하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여행일자, 그러니까 시간적 여유가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여행사가 제시하는 일자와 나의 일정이 맞아야 한다는 얘기.

둘째, 경비, 어쨌든 여행사에서 제시하는 금액을 지불할만한 금전적인 조건이 채워져야 한다. 비행기와 숙소 그리고 기타 사용비를 계산해 봤을 때 크게 차이가 있지 않거나 오히려 저렴한 경우, 혹은 비교하지 않더라도 상관없어 라고 생각할 만큼의 사용할 수 있는 통장잔고가 필요하단 얘기.

셋째, 인원, ‘혼자’ 떠나야 할 때이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일정을 조율할 필요가 없을 때 훌쩍 떠나는 여행.

시간과 금전과 일행.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면 나 역시도 자유여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함께 할 시간이 맞는 일행은 없고, 혼자 모든 걸 계획하기엔 금전적으로나 계획을 부지런히 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면 망설임 없이 여행사 기획 상품을 검색하게 되는 것이다. 


패키지 여행을 만족스럽게 즐기려면 여행의 목적이 맞아야 한다. 

즉, 주요 관광지를 보는 것에 목적과 의의를 갖는 여행객이어야 한다. 한적한 휴양을 좋아한다거나, 맛집을 탐방해 보고 싶어 한다거나, 쇼핑을 즐기는 각각의 여행 스타일을 맞춰줄 수 있는 여행상품은 없다. 대부분이 수도 중심의 핵심 관광지 위주로 짜여 있고, 중저급 호텔과 현지식이라 말하기 애매한 식사들에서 대만족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 오로지 ‘이 곳에 와 보고 싶었어’라고 말할 손님들에게만 충실한 상품들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이다. 



패키지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것들을 살펴보면 된다. 

먼저, 어떤 '국가'로 가고 싶은지를 정한다. 동남아, 미주, 유럽 등에서 더 구체적 국가들로 좁힌다. 

지역이 정해졌으면, 세부 '지역'을 체크한다. 상품마다 빠져있거나 더 들어가 있는 관광지들을 둘러보면서 가격 대비 관광지 구성의 경쟁력 등을 비교하게 된다. 이때, 선택관광이 어느 정도의 비율로 포함되어 있는지를 체크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전체 가격이 싸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다. 가이드 경비부터 전체적인 프로그램 구성이 주요 관광지를 선택관광 옵션으로 빠져서 이루어졌다면 제시된 가격보다 훨씬 비싼 요금으로 여행해야 한다. 선택관광의 내용과 개수를 반드시 체크하면서 상품을 비교해야 하고, 여행 중 들리게 되는 쇼핑의 수도 함께 체크해야 한다. 패키지여행의 수익은 대부분 이 두 가지에서 내기 때문에 선택관광과 쇼핑이 없는 상품은 보기 힘들며, 그렇기에 그 개수와 종류가 최소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이동시간을 체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부분을 체크하지 못했다가 긴 이동시간 때문에 불만을 토로하곤 하는데, 관광버스를 통해 때때로 국경을 넘나들며 짧은 시간 많은 관광지들을 이동하려면 처음부터 각오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사들이 이점을 처음부터 공지하지 않는다거나 속이지는 않는다. 분명 일정에 [장소-장소 이동 약 00시간 소요]라고 표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여행 중 이동할 때 이동시간이 긴 것에 대해 불만족스러워하는 일행들은 반드시 포함되어 있으며, 사실 그 이동시간이 정확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교통체증이나 교통사고, 국경을 넘을 때 여권 검사 시간, 운전자의 운전 미숙 외에도 변수는 많기 때문이다. 유럽지역은 운전자의 하루 총 운전시간을 비롯해 몇 시간 이동 후 몇 시간 휴식 등이 정해져 있어 원치 않는 경우라도 휴게소에서 반드시 쉬어야 한다던가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돌발상황이 아찔한 경우가 종종 있다. 때문에 짧은 시간 정말 많은 곳을 넣어둔 상품을 택했다면 이 이동시간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루 종일 이동만 하고 관광지를 전혀 들리지 않는 날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유럽여행을 해보았지만, 하루 종일 이동만 하는 날이 없는 여행은 없었다.   


패키지여행을 선택하면 여행 전 설렘이 그리 크지는 않다. 

비행기표를 직접 예매하고, 숙소를 고르고, 필요한 티켓을 미리 예약하는 등 일정을 짜는 과정들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들인데 그러한 것들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예약을 하고 여권 사본을 제출하면, 계약금과 남은 금액을 지불하고, 통상 여행 며칠 전 인솔자로부터 연락을 받아 공항에서 미팅하고 출발하는 단조로운 과정을 거친다. 

상당히 건조한 출발이다. 물론 여행 책도 필요 없다. 들고 오는 사람도 거의 없지만, 들고 와서 읽어봤다는 사람은 더더욱 본 적 없다. 패키지 여행자들은 책을 읽지 않아도 현지 가이드와 인솔자가 끊임없이 장소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보고 찾아보는 일은 거의 없다. 이러한 요소들이 여행 전 설렘을 주지 않는 이유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레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 그것은 철저히 본인의 몫일 것이다. 

나는 패키지 여행이라는 특성상 ‘일행’이라는 이름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고, 그들의 여행을 온 배경이나 여행지에서 여행을 즐기는 각각의 방식들을 많이 봐왔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나도  나만의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패키지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어떤 '인솔자'와 '일행'들을 만나느냐에 따라 여행의 상당 부분을 좌우한다는 것.


패키지 여행은 여행지에서 우연히 맺게 되는 새로운 인연은 거의 없다. 시작할 때부터 여러 사람과 인연을 맺게 되어 여행 내내 함께 동행해야 한다. 매사 불평불만인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시끄럽거나, 예민한 사람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그들만의 여행의 목적을 가지고 모인다. 때문에 여행객들의 각각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도 하나로 통솔하는 인솔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일행 중 패키지 여행의 생명인 ‘시간 약속’을 수시로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여행은 상당히 피곤한 여행이 될 수도 있다. 



노련한 인솔자일수록 두 가지에 능통하다.

첫째는 여행지에서 ‘자유시간’과 ‘출발시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율할 줄 아는지에 대한 능력. 

둘째는, 여행지에서 여행객이 들릴 수 있는 ‘화장실’의 개수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에 대한 능력. 

앞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패키지여행 특성상 이동시간이 길기 때문에 인솔자들이 "차에서 내리세요"라고 얘기하는 경우는 관광지에 도착했거나, 화장실을 가야 할 때이다. 노이로제가 걸릴 만큼 인솔자들은 집요하게 시간이 날 때마다 화장실을 가게 하는데 이동 중 화장실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무료 화장실을 알려주기 위함이기도 하다. 


"패키지 여행에서 어떻게 그림을 그려? 그럴만한 자유시간이 있어?"


라고 묻는다면 나는 철저하기 인솔자의 역량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10분이라도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림을 그리려 했던 성향의 탓도 크지만 운 좋게도 시간을 잘 조율할 줄 아는 인솔자들을 만나왔다. 일정에도 없던 관광지를 들려주거나 교통체증으로 망쳤던 일정을 융통적으로 조절하여 모두 소화시켜 줄 뿐만 아니라, 더 일찍 출발하고 바쁘게 움직여서라도 결국엔 더 많은 자유시간을 확보해 주려 했던 인솔자를 만나왔다. 자유시간에 능통한 인솔자가 시간을 줬을 때, 되도록 집합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그리면서 시간을 할애했다. 또 개인적으로 밥 먹는 시간이 빨라 얼른 식사를 마치고 식당 주변을 돌아다니며 스스로 자유시간을 확보하기도 했다.

 

"그림 그리는 시간은 얼마나 걸려?"


라고 묻는다면 15분 내외라고 대답할 수 있다. 

첫째로는 당연시 자유시간이 짧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최대한 관광지에서 어반 스케치로 그려왔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는 관광지에서 못다 그린 그림을 숙소에서 보충하거나 숙소에서 쉬면서 그리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잘 그린 그림'을 원한다기보다 현장에서 그리는 '현장감'을 더 좋아하는 자신의 성향을 알게 되었고 이후로는 줄곧 빠른 속도로 그곳의 느낌을 담는 것에 충실했다. 드로잉을 미쳐 마무리하지 못하거나 그림체가 엉망이라 할지라도 현장에서 그린 그림에 손을 다시 대는 일은 없었다. 다만 숙소에 돌아와 일정 중 기억에 남는 몇몇 장소들을 그림일기를 쓰듯 낙서하는 일들은 있었다. 


누구나 여행 스타일이나 그림을 그리는 스타일도 다르기 때문에 여행 후에 사진을 보고 그리며 추억하거나 정성스레 색칠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펜 하나만 사용하여 빠르게 그려내는 펜 드로잉이자 어반 스케치로 여행드로잉을 이어가고 있다.  


드로잉의 도구들은 간단했다. 빠른 시간 현장에서 그리는 것을 즐겼기 때문에 색칠 도구나 다양한 펜 종류를 고집하지 않았다. 처음 드로잉을 시작한 것도 그저 흔한 필기용 볼펜이었다. 이후 드로잉이 습관화되면서 다양한 펜을 사용해보았고, 그렇게 자신에게 맞는 펜을 찾아 썼을 뿐이다.


여기까지가 패키지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와 준비, 과정 이야기.

이제 그림이야기를 할 시간이다. 





****패키지로 떠난 여행은 지난 2018년 1월 2016년과 2017년의 여행기를 담아 독립출판 출간을 목적으로 썼던 글로, 서랍 속에 묵혀두다 이후 다녀온 두번의 여행을 추가하여 이번에 브런치 북으로 쓸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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