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이후 삶을 위한 중요한 질문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은퇴’라는 단어는 나와는 아직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40대를 훌쩍 넘기고부터는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찾아옵니다.
“나는 몇 살까지 일하고 싶은가?아니,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살고 싶지?”
어쩌면 이 질문은 ‘돈을 얼마나 벌어야 할까?’보다 더 근본적인,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를 묻는 것이 아닐까요.
생계를 위한 일 vs. 의미를 위한 일
중년이 되면 누구나 경제적 책임과 동시에 '내 삶의 의미'에 대한 갈망 사이에서 흔들립니다. 자녀 교육, 부모님 병원비, 지속적으로 오르는 물가를 생각하면 지금보다 더 벌어야 할 것 같고, 한편으로는 이제라도 내가 진짜 바라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도 커갑니다. 그래서 저는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몇 살까지, 어떤 방식으로, 무슨 일을 하며 살고 싶은가?’
만약 누군가가 제게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할 생각입니다.
“저는 체력이 허락한다면 70세까지 일하고 싶어요. 단, 의미 있는 일을 하며, 내 리듬대로 살면서요.” 막상 글로 표현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나답게 사는 삶, 그리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계속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이 분명해졌기 때문입니다. 제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일할 것인가’,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가 중요하다는 것도 질문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아버지가 떠오릅니다.
60대 중반에 은퇴하셨을 무렵, 저는 이렇게 여쭤봤어요.
“이제 자유시간이 생기셨으니, 하고 싶던 걸 하시면 어때요?”
아버지는 웃으시며 말씀하셨어요.
“40년 넘게 일했으니 이젠 좀 쉬어야지.”
그렇게 은퇴 후의 시간을 조용히 보내시던 아버지는 어느덧 85세가 되셨고, 요즘 가끔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으면, 뭘 좀 배우거나 했어도 좋았을 텐데…”
그 말씀을 들을 때마다, 은퇴 이후의 삶을 미리 준비하는 것의 중요성을 더욱더 피부로 느낍니다. 10년, 20년이 정말 빨리 지나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미리 생각해 보고 준비하고, 내 삶이 계속 의미 있게 연결되도록 하는 것은, 단지 노후를 대비하는 차원을 넘어 '지금을 더 잘 살아가는 법'이기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은퇴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방식의 삶의 시작이 될 수 있도록, 지금의 나는 이렇게 준비합니다
나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꾸준하게 돌보기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
그 일을 조금씩 작게라도 해보는 연습을 하며, 돈이 되는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꾸준히 해온 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던 경험, 기쁨을 느꼈던 순간들을 연결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목록을 만들어 보기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씩 떠올려보았습니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텃밭을 가꾸는 시간이 좋고,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그림으로 남기는 것도 즐깁니다. 기회가 된다면, 남편과 함께 봉사하는 일을 하고 싶고, 스토리텔러가 되어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여행을 통해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해 책으로 엮어보는 것도 오래도록 품고 있는 작은 꿈입니다. 그리고 이 중의 한 가지라도 나의 인생 후반전에 수입을 가져다주는 일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바람도 생겼습니다.
왜 좋아하는 일이 그저 취미로 머무르지 않고, 직업이 되었으면 하느냐구요?
지난번 글에서도 이야기했듯, 어느 한 분야에 오랫동안 몰두하다 보면, 취미가 직업으로 연결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취미로 할 때와 그것을 직업으로 삼을 때는 그 일을 바라보는 태도와 깊이, 시선이 전혀 다릅니다. 취미는 내가 즐거울 때 하는 것이지만, 직업은 책임지고, 꾸준히 해나가야 하는 일이기에 더 깊이 배우고, 더 오래 성장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이 단지 기분 좋은 활동으로만 남기보다는, 내가 잘하는 일, 누군가에게 기여할 수 있는 일로 자라나기를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작게나마 수입이 생긴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의미를 만들고, 그 일이 삶을 지속하는 힘이 된다면, 정말 멋진 후반전이 아닐까요?
일의 방식과 강도를 조절하기
어느 시점이 되면 우리는 일에서 완전히 손을 놓는 것이 아니라, 일의 방식과 강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풀타임 대신 파트타임
조직 대신 프리랜서
직장 대신 내 삶의 일터
그래서 저는 일의 강도를 조절해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남는 시간은 내가 성장하는 시간,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깊이 있게 해 보는 시간으로 채우기로 했어요. 또 일주일에 하루는 아트클래스에 등록해, 그림 그리는 기쁨을 더 진지하게 마주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나만의 시간’을 조금씩 삶 속에 들이기 시작한 거죠. 앞으로 5년, 혹은 10년 정도는 그렇게 지속 가능하고 의미 있는 후반전을 위해 다져나갈 계획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호주는 다행스럽게도 법적으로 정해진 정년이 없습니다. 물론 회사마다 내부 규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체력만 된다면 원할 때까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이 제게는 큰 위안이 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70세, 아니 75세까지도 ‘나답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질문
지금 당신은 몇 살까지 일하고 싶으신가요?
그 나이까지, 어떤 일을 하고 계셨으면 하나요?
그리고 그 일을 위해, 지금 어떤 준비를 시작해 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