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친구는 나이보다 마음으로 만나는 사람
어릴 땐 친구가 되려면 나이가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조금 자라면서는 위아래로 서너 살쯤 차이가 나도 친구가 될 수 있겠다고 여겼고, 이제는 마음이 맞기만 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든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고 있게 되었어요. 그 깨달음은 몇 년 전 만난 아주 특별한 인연들 덕분이었지요. 저는 그녀들을 ‘인생 후반전을 함께 걸어가는 친구들’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5년 전, 코비드 락다운 시절. 늘어나는 체중을 어쩌지 못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처음으로 네이버 카페에서 ‘운동과 다이어트 소모임’에 가입했어요. 호주에 사는 한국계 여성들을 위한 이 카페에는 영어 공부, 주식 공부, 독서, 지역별 맘 모임 등 다양한 소모임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어요. 그중 ‘운동과 다이어트’는 언제나 인기 있는 주제였고, 저는 그때 개설된 한 그룹에 조심스럽게 발을 들였어요. 그곳에는 풀타임으로 일하는 워킹맘, 파트타이머, 신혼 새댁, 그리고 가장 연장자인 나까지, 도시도, 연령도, 직업도 제각각인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요.
다름을 넘어선 공감, 그리고 우정을 경험하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정말 다양했고 상황도 다 달랐지만 ‘스스로를 잘 돌보고 건강하게 살아내고 싶다’는 마음은 같았어요. 아이를 키우며 일하고, 집안일과 자기 계발을 병행하며 살아가는 캘리, 지혜, 제시카...그녀들의 일상은 말 그대로 ‘원더우먼처럼 살아내는 삶’이었어요.
새댁이었던 케이트는 우리가 돈을 지불한 것도 아니건만 진심을 다해 식단과 운동, 마음관리까지 해 주며 멤버들을 조용히 이끌어 주었어요. 몸만이 아니라 정신과 삶이 건강하게 바뀔 수 있도록 늘 앞장서서 도와주는 그녀는 ‘배울 점이 많은 동생 같은 선배’였지요.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들.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몫을 다하며 꾸준히 자신을 가꾸어 나가는 이들 덕분에 저 역시 안팎으로 출렁이던 갱년기의 나를 조금씩 정돈해 갈 수 있었습니다.
함께 걸으며 자란 우정의 씨앗
처음엔 단순히 식단과 운동 정보를 나누는 사이였지만 서로의 삶이 조금씩 공유되면서, 우리는 ‘친구’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미라클 모닝, 21일 식단 챌린지, 100일 운동, 감사노트 쓰기, 꿈노트 쓰기, 일기 쓰기, 미니멀라이프 실천까지. 다양한 도전을 함께하며 우리 각자는 삶의 작고 큰 성취와 변화들을 맛보았지요.
가끔씩은 누군가는 아이를 재우고, 누군가는 일 끝나고 겨우 숨을 돌린 채 접속해서 화상으로 만남을 가지기도 했어요. 그렇게 각자의 일상에서 틈을내어 화면 너머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할 때면 얼마나 반갑고 좋던지....
우리는 꽤 나이차도 나고, 사는 도시도 다 다르지만 공통된 관심사가 있고,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비슷하기에 대화도 늘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어요. 그래서 그녀들과 함께 화상으로나마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늘 좋았어요. 심지어 그녀들은 비행기를 타고 내가 사는 도시까지 기꺼이 날아오기도 했어요. 그 마음이, 그 시간들이, 얼마나 귀한지 모릅니다.
건강한 공동체가 주는 축복
어느 날, 채팅방에 진심을 담아 나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자 지혜님이 이렇게 답을 했어요.
“언니,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이렇게 함께 하지 않았다면 운동도, 식단도 즐겁지 않고 힘들어서 쉽게 포기했을 거예요. 언니 포함 모든 멤버들, 진심으로 감사해요.”
서로가 서로에게 같은 마음이었나봐요. 얼굴을 직접 본 적은 손에 꼽을 만큼 적지만 몇 년 동안 거의 매일, 먹고 운동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는 각자의 상황을 금세 알아차리고, 어떨 땐 가족보다 더 따뜻한 안부를 묻고, 마치 가까이 사는 친동생들처럼 챙겨줍니다.
그녀들과의 맺게 된 이 관계는 이해관계없이 삶의 공통 관심사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이어진 관계입니다. 이것이 내가 말하고 싶은 건강한 공동체의 힘입니다. 건강한 공동체는 내가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매일 각자가 정한 건강한 습관을 해 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자극과 본보기가 되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죠. 함께여서 가능한 회복, 함께여서 가능한 꾸준함. 이것이 제가 이 관계 안에서 경험한 축복입니다.
왜, 인생의 후반전에는 이런 공동체가 꼭 필요한가
젊을 땐 누구나 빠른 성공과 성취가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중년이 되고 보니 ‘함께 인생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제게는 더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이제 저에게는 누가 더 멀리 갔는지, 누가 더 잘났는지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앞으로 나에게 허락된 시간 동안 이 길을 누구와 함께,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가 더 의미 있고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중년이 되면 누구나 인생의 의미에 대해 다시 묻게 되지요. 자녀는 훌쩍 자라서 둥지를 떠나가고, 부모님들은 늙어가시며, 나 자신은 점점 변화하는 몸과 환경의 파도 위를 여전히 헤엄쳐 건너야 합니다. 그때 혼자가 아닌, 마음 나눌 수 있는 친구와 공동체가 곁에 있다면, 우리는 더 단단하게, 더 유연하게 이 시간을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상상해 보세요.
50대 60대 혹은 70과 80대의 나의 하루의 모습.
나이 들어가는 나에게 적합한 건강한 습관을 함께 세우며, 무너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함께의 힘'을 느끼게 하는 공동체가 있는 나와 없는 나의 하루를 말이죠.
건강한 공동체는 인생 후반전을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자산이 아닐까요. 마음이 맞는 누군가와 삶을 나누고, 서로의 작은 성장을 기뻐해주는 공동체가 있다는 것, 그것은 중년의 삶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뿌리이자, 우리 인생 후반전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해주는 햇살이 될 것입니다.
생각해 볼 질문
- 당신은 지금, 누구와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나요? 당신의 일상을 응원해 주고,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기쁘게 맞아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나요?
- 혹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