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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진드기의 대공격

by 진그림 Mar 16. 2025
다글다글 진드기의 대공격/photo by Jin다글다글 진드기의 대공격/photo by Jin

며칠 전, 내 작은 텃밭에서 정성껏 키우던 부추가 진드기의 공격을 받아 모두 망가져 버렸다. 푸르게 자라던 잎들이 점점 시들어가고,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잎사귀마다 작은 벌레들이 들러붙어 있었다. 애써 키워 온 부추가 한순간에 망가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어찌할 바를 몰라 속상해하며 몽땅 잘라내야 했다. 그리고 퐁퐁물을 만들어 엄청 스프레이를 뿌렸다.  농약을 안 쓰는 텃밭이니 그나마 이게 젤 강한 살충제 역학을 한다.

몽창 잘라낸 부추밭몽창 잘라낸 부추밭

그날 오후.

부추모종을 나눠 주셨던 교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부추 좀 가져가실래요?"

이게 무슨 뜻인가 싶었다. 오전까지만 해도 내 부추가 모두 망가져서 속상했는데, 오후가 되자마자 뜻밖의 전화가 온 것이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절묘한 타이밍 아닌가?

인생최대의 부추다발과 부추꽃인생최대의 부추다발과 부추꽃

그분은 넉넉하게 부추를 나눠 주셨다. 아니 넘치도록 주셨다. 3시간 꼬박 부추를 다듬으며 나는 깨달았다.

'아, 하나님이 나의 속상함을 보셨구나!'

 작은 일 같아 보일지 몰라도, 내 마음의 아픔을 아시고 위로해 주시려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에이, 우연 아닌가요?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난 왜 이런 우연이 너무나 자주 생기는 걸까? ) 떠오르는 말씀 한 구절에서 해답을 찾는다.


"주께서 내가 앉고 일어섬을 아시며 멀리서도 나의 생각을 밝히 아시오며." (시편 139:2)


하나님은 우리의 작은 근심까지도 알고 계신다. 우리가 어떤 순간에 기뻐하고, 언제 속상해하는지도 다 아신다. 그리고 우리가 낙심할 때, 하나님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우리를 위로하시고 채워 주신다. 나는 그런 경험이 너무나 많다. 일기를 쓰니까 엄청난 양의 증거물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장미를 더 잘라주시려는 부추주인의 뒷모습장미를 더 잘라주시려는 부추주인의 뒷모습

허 선생님은 집으로 가는 나를 불러 세우시고는 정원에서 아름다운 장미를 한줄기 잘라 말없이 툭~ 내미신다.

(심지어 어제는 화이트데이였다!)


딸아,
농사짓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많이 생긴단다.
낙심하지 말고 힘내서 다시 텃밭을 잘 돌보렴~♡


아, 센스쟁이 나의 주님은 낭만적인 이 분을 통해 장미도 선물해 주시며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시다니!  


하나님은 이렇게 각 사람의 성품을 통해 일하신다는 것을 이렇게 또 알게 된다. 이분은 이 부추와 장미나눔이 오늘 나에게 어떤 위로와 행복감을 주었는지도 모르셨을 텐데...좋은 성품을 통해 기막힌 타이밍에 위로와 행복의 통로가 되신 것이다.

장미 한다발장미 한다발

내가 키우던 부추농사는 망쳤지만, 하나님은 더욱 풍성한 것으로 채워 주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분의 세심한 돌보심을 다시금 깨닫게 하셨다. 그렇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우리가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작은 일상들 속에서,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를 보고 계시며, 사랑으로 돌보고 계심을 알게 될 것이다.


이렇게나 부인할 수 없는 절묘한  타이밍 덕분에 나는 하나님의 손길을  빨리 알아챌 수 있었고, 감사할 수 있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6

다듬어도 다듬어도 끝도 없는 부추를 보며 생각한다.(그나마 남편이  좀 도와줘서 3시간만에 다듬기가 끝났다.그 뒤로도 씻고, 건지고, 씻고, 건지고, 물 빼기가 기다린다...꽥!)


' 난 이 많은 부추를 가지고 겁도 없이 다 김치로  담그겠지. 하나님은 또 그런 나의 성격을 사용하셔서 이 부추김치를 너무 좋아히는 누군가에게 흘러가게 하실 거야. 그래, 나의 하나님은 그런 식으로 일하시는 분이니까.

맛있게 담아지길 바립니다~

그리고 의 부추들도 다시 살아나게 해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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