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는 날의 불안

by 비하인드 예린

일하지 않는 날이 편안할 줄 알았다.


아침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되고,

메일을 확인하지 않아도 되고,

회의 시간에 맞춰 노트를 펼치지 않아도 되는 날.


처음엔 그게 휴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일하지 않는 날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조금씩 불안해졌다.


나는 오랫동안

‘무언가를 하고 있는 상태’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메뉴를 고민하고,

매장을 돌고,

데이터를 보고,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시간들.


일은 늘 바빴지만

적어도 그 안에서는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분명했다.


하지만 일을 멈춘 순간

그 기준이 사라졌다.


오늘 하루를 잘 보낸 건지,

시간을 낭비한 건지,

아니면 그냥 쉬고 있는 건지.


이상하게도

그 경계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가끔 아무 이유 없이 노트를 펼친다.


해야 할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나를 다시 정렬하기 위해서.


기획자로 오래 일하면서

나는 하나의 습관을 배웠다.


무언가가 흔들릴 때는

생각을 밖으로 꺼내 놓는 것.


머릿속에만 있을 때

불안은 커지지만

문장으로 적는 순간

생각은 조금씩 정리가 된다.


가끔은

일하지 않는 날의 불안이

나를 앞으로 움직이게 한다.


그 불안이

내가 여전히 무언가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그 불안을 완전히 없애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너무 크게 자라지 않도록

작은 루틴으로 붙잡아 둔다.


책을 몇 페이지 읽고,

생각을 몇 줄 적고,

몸을 조금 움직이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


일하지 않는 날에도

사람은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가끔은

그 시간 속에서

다음 방향이 조용히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의 생활노트는

이 문장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일하지 않는 시간은

멈춘 시간이 아니라

다음 삶이 준비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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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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