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 양육공동체가 된다는 것

by 별집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기억에 남는 영화. 여운이 남는 영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 가장 완벽한 사랑을 보여준 영화. 그러나 그 사랑도 결국 끝이 있음을 보여주어 가슴이 너무 아팠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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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취향의 공유를 꿈꿨다. 같은 음악을 듣고, 함께 별을 동경하고, 같은 성향과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이 나의 이상이었다. 취미나 취향의 공유, 소울메이트, 주파수가 맞는 그런 관계.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그렇게 딱 맞는 남편을 만나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고, 대개는 '남편이랑 정말 안 맞아'라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당시 미혼이고 이상적인 부부 관계를 꿈꾸던 나에게는 그 대답이 너무나 슬프게 들렸다. 평생 함께할 사람인데 안 맞다니 그럴 수가 그럼 어떻게 살지 너무 슬프다...


그래서 나는, 그런 사람을 결국 만났느냐? 슬프게도 No! 불과 결혼한 지 일 년도 안되었는데, 나도 이렇게 대답한다. '남편이랑 정말 안 맞아.....'


하지만 아이가 태어났다. 남편은 초밥이의 아빠가, 나는 초밥이의 엄마가 되었다. 우리 두 사람의 공통점, 오로지 우리 두 사람만의 공통점, 바로 초밥이의 부모라는 것. 이 거대한 세상에서 오직, 온전히, 오롯이 우리 둘 만이 공유할 수 있는, 초밥이의 부모.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어마어마한 연대감으로 묶인 관계가 되어버렸다, 그와 나는. 남편과의 취미? 취향? 주파수? 생활습관? 이 모든 것을 강력하게, 한 번에 무마시켜 버릴 수 있는 한 방, 우리는 초밥이의 양육공동체이다.


아기가 태어난 이상 나의 성향과 취향은 아기가 있기 전 삶에서만큼 중요하지 못하다. 초밥이의 엄마라는 역할이 부여된 이상, 어쩌면 그 역할이 거의 온전한 내가 되어버린 이상, 내 취향의 공유보다 중요한 건 초밥이의 공유이다. 초밥이의 손짓 발짓 성장 발달 세세한 그 모든것들을 함께 돌보고 기뻐하고 감격하고 공유하는 존재. 그러한 존재로서의 남편. 아기는 남편의 정의를, 이상적인 부부관계의 정의를 다시 쓰게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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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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