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 조리원 마지막 날

by 별집


오전 7시, 오전 10시 반, 오후 1시 반 세 차례 직수를 하고 매 차례 기저귀를 갈고. 세 번째 수유 때는 먹고 나서도 배고파하는 모습을 보여 신생아실에 분유보충을 맡겼다. 중간에 엄마와 또 시어머님과 한 차례씩 했다. 두 분 다 조리원을 나가고 집에서 아기와 처음 맞이할 시간을 대단히 염려하셨다. 엄마가 필요하면 와주겠다고 했는데, 우리 둘은 우리끼리 부딪혀 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조리원 문화에 회의감을 느끼면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날들, 24시간 모자동실에 대해 무지했던 점, 아기의 관점에서 바라본 출산 후의 시간들에 대한 미안함 등 감정적으로 가라앉고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2주간 이곳에 머무르면서 내가 입은 혜택과 편안함은 실체가 있는 사실이다. 꼬박꼬박 제공된 맛있고 정갈한 식사와 간식은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고 즐거움을 주었다. 친엄마처럼 따뜻하게 말을 건네주는 친절한 직원분들, '산모님'이라는 호칭, 늘 온화하고 따뜻한 말씀을 전해준 가슴마사지 선생님, 무엇보다 마주칠 때마다 '우리 초밥이' 라며 아기를 진심으로 대해 주시는 신생아실 선생님들.


이곳에서 아기와 지내는 법을 배웠고 출산으로 힘든 몸과 마음을 잘 추스를 수 있었다는 건 분명하다. 저녁에 아기에게 젖을 물리며 '초밥아, 우리 오늘 여기서 마지막 밤이야, 내일은 집에 가자'라고 말을 건네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마음이 너무나 많이 연약해져 있다. 아기가 아니라 엄마인 내가, 둥지에서 떠나가는 아기새가 된 기분이 든다. 조리원은 이제 막 아기엄마가 된 나에게 따뜻하고 든든한 둥지가 되어주었다.


병원을 퇴원하면서 병실 사진을 한 장 찍었었다. 초밥이를 처음 확인하고 열 달 동안 커가는 모습을 꾸준히 지켜봤던 곳, 초밥이가 무사히 태어난, 우리에게 너무나 고맙고 특별한 장소. 조리원은 우리가 함께 하는 온전한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잠시 정비를 해나가는 연결통로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부터는 어떤 삶이 펼쳐질까.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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