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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빈 Your Celine Dec 08. 2020

속도에 눈길을 맞추는 순간

나는 누구일까요



  아이들이 처음 실패를 마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니. 앞만 보고 달리다 쿵 넘어져.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번쩍 일으켜주었지. 그런데 나로 인해 두려움을 알게 되었어. 함께하는 순간이 신비할지라도 넘어지는 순간은 아플 거란 걸 굳이 겪어보지 않아도 알거든. 아픔을 겪고 난 후엔, 앞으로의 시간이 썩 즐겁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게 두려움의 시작이야. 하지만 지나치는 속도가 빠를수록 바람의 세기는 세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걸 알게 돼. 두려움이란 포장을 벗겨내고 기쁨을 만끽하지. 


  세상이 자라나는 사이,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속도의 짜릿함은 날카로워 조금만 늦쳐져도 찌를 듯한 압박감을 주었다. 더 빠른 교통수단, 더 빠른 연결, 더 빠른 성공. 속도의 성공에 취한 사람들은 나를 잊어갔다. 정확히는 잊혀져갔다. 아파트의 공터와 학원가 건물 한쪽에는 버림받은 이들의 영원한 집합소가 마련되었다. 비로 인해 노오란 눈물을 흘리며 녹아내릴 뿐이었다. 


  아이들은 늘 그랬다. 

나를 만나고 새로운 기쁨을 알게 될 그즈음 늘 반복했던 실수가 있다. 신이 난 채로 달리다 문득, 너무 멀리 와버린 걸 깨닫고 흔들리는 눈빛으로 방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뒤돌아보지만 어디서부터 길을 잃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혼란스런 하루를 보내고 아이는 길을 배우려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걸었다. 


  어른이 된 아이도 그랬다. 

지나치는 속도가 너무도 빨라 바람의 세기는 세찼고 심장이 빠르다 못해 버티지 못할 것 같단 걸 깨달았다. 아이는 나를 찾아왔다. 넘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제는 그에 맞는 속도를 조절할 줄 아는 어른이다. 


나의 손 위에 살포시 두 발을 올려보렴. 

속도에 눈길을 맞추는 순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일 테니.

"그래, 내 이름은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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