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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sible Kim Sep 25. 2022

불운은 가고 행운은 오라

1/1500의 확률

이번 주말, 동네 축제가 있었다.  

축하공연 가수들의 공연이 다 끝나고 경품 추첨 행사가 있었다. 대략 1500번까지 번호표가 배부된 듯했다. 경품은 김치냉장고, 55인치 tv, 건강검진권, 갤럭시 워치, 전자레인지, 쌀 10kg, 자전거, 무선청소기.

로또 마냥 번호표를 들고 기다리는 아들이 마냥 마음에 들지 않았다. 노력도 없이 바라는 요행이라니. 

아들이 든 번호표는 373번, 374번, 375번.

아들은 우리보다 30분 일찍 행사장에 와서 373번을 받았었다. 그리고 우리는 나중에 와서 374, 375번을 받았다. 아들 번호표를 보고 신기하다 싶었다. 시간차가 나는데 우리 셋이 번호가 붙어있네. 뭐지? 될 운명인가?

당첨이라도 될 듯이 기원하는 모습에 길 막히기 전에 먼저 집에 가자는 말은 차마 꺼내지 못하고, 

행사장 출구 쪽에서 기다리자고만 했다. 


그리고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2등 추첨 시간.

사회자는 "이제 2등 당첨이 있겠습니다. 2등 당첨 번호는 삼백! 칠십!"

'어라? 삼백? 칠십? 우리 번호는 373, 374, 375'

"삼백! 칠십! 삼 번입니다! 축하합니다 "

"아빠! 나다!"

아들이 받은 373번 번호표였다.

1/1500 확률의 55인치 삼성 TV 경품 당첨.

무대에 오른 아들은 주최자와 인증 사진까지 찍고 의기양양하게 TV를 받아 왔다.

행사 관계자는 택배로 받으실 건지 지금 들고 가실 건지 물어왔다.

집이 코앞이니 들고 간다고 했고, 주위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 속에 아내와 나는 앞뒤로 TV 박스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머리가 AI가 된 건지 사실 크게 기쁘지는 않았다. 노력 없이 얻은 요행에 크게 기뻐했다가는 왠지 불행이 닥칠 것 같았다.  


집에 돌아오니 드디어 실감이 났고 (모델명 검색 후 판매 가격 확인) 기뻤다. 최신 모델에 22년 8월 생산 상품이었다. 어떻게 처리할지는 경품 받고 1분도 안 돼서, 아내가 이거 얼만가 검색해봐 길래. 이미 결정돼버렸다.

집에서 32인치 TV를 보긴 하는데 하루 1시간 정도고. 지금 있는 TV도 월드컵 끝나고 5만 원에 팔아 버리려는 참이라. 당연히 당근 마켓 판매로 결정됐다. 

아들은 본인의 번호표 지분이 있으니. 중고로 3만 원에 사서 타다 고장 난 자전거를 교체해 달라고 요구했다. 나름 정당한 요구였다. 아내가 자전거 가격 한도가 5만원이라고 하는 바람에 우울해 지기는 했지만, 내가 몰래 뒤에서 10만원 근처까지 ok라고 하니 다시 금세 밝아졌다. 얘 놀리는 것도 아니고ㅋㅋ 


TV 경품을 시작으로 이제 불운은 가고 행운이 오나 싶다. 제발 그리 되기를. 

모두에게 가끔 행운이 오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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