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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sible Kim Dec 30. 2020

아빠! 우리 집이 다문화가정이래

반편성이 이렇게 이루어진다니

올해 2학기가 마무리되어가는 지금. 대부분의 학교가 방학 전에 성적을 처리하고, 그 성적을 바탕으로 내년도 반편성을 하게 된다. 올해 그 반의 1등은 1반, 2등은 2반, 3등은 3반 순으로. 

그렇게 나온 반편성 결과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교우관계, 쌍둥이 등 여러 변수도 고려하여 배치하게 된다. 

내년도 반편성 계획을 보니 '학생의 특이사항(다문화, 가정문제, 학습결손, 특수교육대상자, ADHD), 거주지(아파트) 등을 고려하여 분산 배치한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거기에 '다문화'는 왜 있는 걸까? 거주지(아파트)는 또 뭐지?


샘 해밍턴의 아들이나 박주호 딸이 이 학교에 온다면, 다른 특이사항이 있는 학생들과 최대한 겹치지 않게 반편성이 될 것이다. 어쩌면 선생님들 사이에서 기피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 '학생의 특이사항'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자체가 긍정적이지 않으니 말이다. 쉽게 말해서 '특이한 학생'.

선생님 입장에서는, 선생님은 한 명이고 학생들은 스무 명이 넘다 보니, 이런 학생들이 한 반에 몰리지 않게 편성되어야 학습이나 생활지도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 몇몇 학생의 생활지도에 진이 빠지도록 매어 있으면 다른 학생들에게도 좋을 리가 없다. 솔직하게 말하면. 다는 아니어도, 많은 선생님들이 이런 학생들은 피하고 싶거나, 최소한으로 받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특수교육대상자나 생활지도에 큰 고충이 있는 학생 1명을 일반 학생 2~3명 정원으로 삼는 규정으로, 회유책도 마련해 놓았다. 

지난 10년간 지켜보니, 반편성 결과를 받고 한숨을 안 쉬는 선생님은, 그 해 처음으로 전입해서 학생들의 특이사항을 모르는 선생님이거나 신규 선생님뿐이었다. 가끔 어떤 해는, 미리 반편성을 결과를 열어 보고는 특이사항이 많은 반은 미리 빼놓는다. 누구용으로? 전입 온 선생님이나 신규 선생님용으로. 


특이사항이 있는 학생을 분산 배치하는 데에는 사실 다른 학생들을 배려한다는 측면도 있다. 새 학년 첫날, 엄마가 "반에 혹시 작년에 이상했던 아이는 없니?" 하고 걱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들 또한 걱정이 많다. 폭력성향이 높은 아이나 ADHD가 심한 아이와 한 반에서 1년간 지내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꽤나 고역이다. 

그래서 거기에 '다문화'는 왜 있는 건데? 


중국인 아내와 나 사이에 태어난 내 아이도 특이사항 있는 학생이라니. 다른 특이사항 학생들과 같은 범주로 묶여서 화가 나는 게 아니다. 그 세심함 없는 뭉뚱그리는'다문화' 란 단어에 화가 난다. 

외국에서만 살다가 중도 입국한 학생이거나, 부모님이 모두 외국인이라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다면 모르겠다. 이주 배경자가 있는 가정의 아이를 모두 묶어 '다문화'라는 이름을 붙이는 또 하나의 구별 짓기. 한국에 적응하지 못한 이주여성과 그 가정, 그 아이들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 고맙게도 지은 단어임은 안다만. 

외국에 안 나가본 사람 별로 없고, 미국의 주식시황을 매일매일 주시하고, 한식보다 외국음식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국제결혼 커플이 흔해진 이 글로벌한 시국에. 얼마나 촌스러운 단어인가. '다문화'


한 해는 어떤 선생님께서 반에 "아빠는 한국 사람인데 엄마가 중국 사람인 '중국애'가 있다고" 

일 년 내내 그 아이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 중국애' '그 중국애' 하는 통에. 

할 말을 잃었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나중에 "제 아내도 중국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려다가 그만뒀다.

'전생에 병자호란 중에 죽었나 보다.' 려니.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다문화라고 불리는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크게 다를 게 없었기에, 

이 세심한 없는 뭉뚱 거림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너네 다문화가 뭔지는 알아?'


그런데 나도 모르고 아이도 모른다.

다문화? 중국인 아내와의 문화적 차이? 두 문화 사이에서의 갈등? 

미안해서 어쩌지. 잘 모르겠는데? 

중국인 아내보다 오히려 말 안 통하는 딴 세상 사람 같은 한국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그게 오히려 더 '다문화' 다.


어느 날, 아이가 학교에서 이런 수업을 들었다면서 이야기를 했다.

'다문화 수업'

2학년 2학기 겨울 교과 수업 내용에 들어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이야기했다.

'아빠! 우리 집이 다문화가정이래.'

'아빠는 한국 사람, 엄마는 중국 사람이면 다문화가정이고, 나는 다문화 아이래.'


"그래서 어쩌라고? 그런 구별 짓기 하는 용어는 애초에 쓰지 않는 편이 좋아"라고 하려다가, 관뒀다.


"그래? 앞으로 다문화가정 하자."




내가 아이와 같은 학교의 선생님임에도, 사실 입학초 기초 조사서에 다문화가정 항목을 체크하지 않았다. 

어떤 학교에서는 몇몇 나쁜 아이들이 다문화가정 아이를 놀릴 때 "야! 다문화"라고 한다던데. 요즘 아이들의 경향을 보면 충분히 일어날 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아이가 앞으로 만날 담임선생님에게 혹여나 있을 선입견도 걱정되었다. 제일 큰 걱정은 애가 '다문화' 니까 그런가 보다 라는. 낮은 기대치.

다행히 아이의 1, 2학년 담임선생님을 돌이켜보니 참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참 다행이다. 


좋은 기사가 있어 첨부합니다.

다문화 교실 가보셨습니까?
http://news.kbs.co.kr/special/multicultur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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