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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sible Kim Nov 29. 2020

소년 강태공, 낚시에 빠지다

오늘도 꽝이지만 즐겁다.

유튜브 낚시 채널을 보다가 생각해 봤다.

내가 태어나서 낚시를 해 본 적이 있던가. 없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했다. (아내 낚은 거 빼고 ㅎㅎ)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금 아들 나이 때 혼자 낚시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우리 아버지 낚시 가방에서 낚싯줄과 낚싯바늘 하나를 몰래 슬쩍했던 것 같다.  

미끼는 지렁이를 썼었다. 동네가 시골이라 거름을 쌓아두는 곳이 도처에 있었는데,  

똥냄새나는 거름에 구덩이를 파고 지렁이 몇 마리를 담아왔다.

낚싯줄을 나무 막대기에 연결하고 지렁이를 낀 바늘을 냇가로 던졌다.  

한 마리 잡은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아마 송사리나 피라미였던 것 같다.

당시 몇 시간인지는 몰라도 꽤 긴 시간만에 잡아서, 매우 기뻤던 기억이 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가 어릴 때 좋아했던 것을 아이도 똑같이 좋아할까?' 싶은 것들이 있다.


그래서 난 궁금했다.

내 아들도 낚시를 해서 물고기를 잡으면 기뻐할까?

그래! 이번에는 낚시다.


먼저, 잡고 싶은 대상어종을 정해야 했다.

바로, 내가 자주 보는 낚시채널의 유튜버들이 잡는 배스다.


배스 낚시 유튜브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낚싯대와 루어라고 물리는 가짜 미끼, 바늘을 준비하고

자신 있게 가까운 하천으로 향했다.


주말 드라마 제목 : 배스의 유혹
회차별 주요 줄거리

1화(토) : 김칫국 한 사발
주인공 아버지와 아들이 처음으로 나온 배스 낚시.

모처럼 나온 하천은 바람도 솔솔 불고 풍경도 아름다웠다.

우리 둘은 신이 나서 낚싯대를 던졌다.

낚싯대에 전해지는 손맛은 어떤 느낌일까?

잡은 물고기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이러다 낚싯대가 부러질 만큼 큰 배스가 잡히면 어쩌지?

낚싯대 여분으로 하나 더 사야 되는 거 아니야?


그럼 그렇지. 김칫국부터 마시다 끝났다.

아무래도 배스가 다음에 또 오라고 안 문 것 같다.

초심자의 행운은 없었다


2화(일) : 어찌 첫 술에 배 부르랴

첫날부터 배스가 그리 쉽게 나왔으면 이 드라마는 애초에 없었다.

본격적인 배스낚시는 2화부터다. 어찌 첫 술에 배 부르랴?

1화 때보다 더 부지런히, 더 많이 낚싯대를 던졌다.

던지면 던질수록 기대는 사라지고 회의감만 늘어났다.

배스는 부지런하고 안 부지런한 사람을 가리지 못하나 보다.

이때만 해도 뭐라도 잡을 줄 알았다.


3화(토) : 무엇이 문제인가

그래. 장소가 문제였어.

배스가 있을 만한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낚시의 반은 포인트 선정이라고 하지 않던가.

지금까지 우리는 배스도 없는 허공과 같은 물에 미끼를 던졌던 거야.

우리는 쉴 새 없이 장소를 옮겨 다녔다.

어라? 사실 우리가 문제였네.

이날도 여지없이 꽝이다


4화(일) : 배스야 헤어져

이날도 어김없이 배스를 낚기 위해 낚싯대를 던지고 있었다.

배스가 있을 법한 장소를 찾아다니던 중에 동남아 계열로 보이는 분들이 앉아서 낚시를 하고 계셨다.

헉! 그분들의 낚시 망에는 적어도 20마리는 족히 돼 보이는 물고기들이 들어가 있었다.

크기로 보아 분명 배스는 아니었다. 그 손바닥 크기의 물고기의 정체가 궁금해 가까이 가 보았다.

검색을 해 보니 그것은 배스와 더불어 대표적인 유해어종인 '블루길' 이란 물고기였다.

동남아 쪽에서는 월남 붕어라고 불리며, 그쪽 분들은 꽤나 즐겨 먹는 물고기란다.

그래! 이제 블루길이다.

배스야 이제 안녕!

자체 제작 블루길용 오리 마커


5화(토) : 루길아 안녕?

블루길 낚시에는 지렁이 미끼를 써야 한다기에 가까운 낚시용품점에 들러 지렁이 한 통을 사서 바로 하천으로 향했다.

아들과 나는 그간의 시간을 보상받고 싶었다. 그동안 한 마리도 못 잡고 내다 버린 시간이 얼마인가?

그렇게 시작한 블루길 낚시.


아들의 짧은 비명 소리에 그것의 입질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잡아 올려."

그렇게 아들의 낚싯대에 첫 물고기가 올라왔다.

'블루길'

드디어 잡았다!


그렇게 두어 시간 동안 우리는 총 6마리의 블루길을 잡아 올렸다.

구워 먹으면 그렇게 맛이 있어서 블루돔이라고 불린다는 말에.

집으로 가져와 비늘을 벗기고 소금 간을 하고 기름에 튀기 듯이 구워 냈다.

맛 정말 좋았다.

아들이 먼저 잡았다.


6화(일) : 낚시는 계속된다

블루길 맛에 반한 우리는 다음 주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그다음 주 토요일 아침에 낚시를 가려던 중.

도대체 주말에 나만 빼고 맨날 낚시만 가냐는

아내의 불같은 화에

악어의 눈물과 같은

악어의 벌을 받으며

그날 오후에 다시 낚시를 갔더라는.

드라마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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