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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sible Kim Dec 26. 2020

아빠! 산타할아버지 언제 와?

산타는 현금 박치기를 좋아해.

나나 아내는 기념일 챙기기는 사치라 생각하는 편이라

제대로 챙기는 기념일이라고는 가족 생일 빼고는 딱히 없다.

내 생일과 아내 생일이 5일밖에 차이가 안 나서 그 중간 날짜에 맛있는 음식 먹는 정도고. 

그나마 아이 생일이 돼야 케이크에 촛불 꽂고 부는 것으로 끝이다.

그런데 어제. 크리스마스 당일. 

"아빠! 산타할아버지 언제 와?"


아이의 눈빛을 보아하니 올해도 믿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귀여운 녀석.

'아 그냥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못 왔다고 할까?'

아! 맞다. 게보린! 잊고 있었던, 작년 사서 한번 쓰고 창고에 박혀둔 크리스마스트리가 생각났다. 

분리수거장에서 주운 트리 조명 덕분에 사게 된, 높이 50cm 정도의 2000원짜리 골판지 트리였다.

거실 구석에다 트리를 장식하면서 양말을 거는 아이.


'무슨 선물을 넣어야 할까? 준비한 게 없는데.'

아이는 이미 트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선물 소원을 빌고 있었다.

'산타할아버지~어몽어스 카드랑 거짓말 탐지기 주세요.'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초를 쳤다.

'요즘 엄마 말도 잘 안 듣고, 말대꾸도 잘해서,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 줘."


아이는 침울해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먼지 미는 막대걸레를 들고 오더니 거실이며 방이며 밀고 다녔다. 

아내가 또 초를 친다.

"너 그래도 선물 못 받아. 오늘 엄마 화나게 했잖아. 오늘 안 착했잖아."

아이는 얼굴에 작은 희망을 품은 체

"그래도, 지금부터 착해야 돼. 산타할아버지가 수 있잖아."

아이는 청소를 마치고 트리를 거실 한가운데로 옮기더니 주변 물건 정리까지 했다.

"산타할아버지 오다가 걸려 넘어지면 안 돼." 

아이는 마지막으로 트리 위에 양말을 걸었다. 

"아빠도 선물 받게 아빠 양말도 걸을래?" 

내 선물까지 챙겨주며, 그렇게 아이는 잠에 들었다. 

'준비한 선물은 없고.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을 해도 해결책은 없었다. 요 밤중에 어디서 선물을 사 오나. 그럼 결론은.


그래! 현금이다. $$$$$ 현금 박치기! 


아이가 받고 싶다고 했던 선물이 대략 2만 원 정도였기에. 아이 양말에는 2만 원을. 아이가 생각하기에 아빠가 아빠 양말에 돈을 넣을 리는 없을 테니까. 혹시나 할 수 있는 조금의 의심이라도 없애기 위해 내 양말에도 3만 원을 넣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아이는 일어나자마자. 트리에 걸린 양말을 열어 보았다. 


"와! 아빠! 내 양말에 2만 원 들어있어. 아빠 양말도 열어 봐!"

"근데 아빠~ 산타할아버지 한국 사람인가 봐. 우리나라 돈 넣어준 거 보니까."


'맞아. 니 아빠 한국사람이야.'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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