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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sible Kim Jan 14. 2021

한국 거주 10년 차 아내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하필이면

2011년, 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기 일주일 전.

아내는 한국으로 왔다.

일본 대지진은

일본에는 쓰나미를

나에게도 쓰나미를


2007년, 중국에서 첫 만남 이후 메일과 채팅으로 종종 연락만 하다,

내 군입대 이 후로 연락이 완전히 끊겼었다.

그러던 2010년 여름, 중국어로 된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첨부파일에는 내가 찍힌 사진과 함께

'너 사진 맞지? 잘 지내?'

그 전 해에 중국의 한 여행지에서 중국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다. 그러다 그의 여행 동료들과 함께 식사와 술자리를 가지게 되면서 찍은 사진이었다.

'어떻게 이 사진을 갖고 있지?'

나중에 알고 보니 아내가 그 중국사람의 블로그에 들어가게 되면서 찾은 것이었다.

우연은 아니고 검색사이트에 그냥 재미로 내 이름을 한자로 검색해 봤더니 나왔더란다.

아마 해시태그에는 '내 한자 이름', '한국인', '한국 친구', '한국인과 술자리'가 있었을 터였다.

'아니 이런 확률과 우연이라니? 이건 운명이야.'

인연으로 가장한 이 거대한 착각이 우리를 시작하게 했고

아내가 한국에 산지 벌써 10년이 됐다.


강아지상의 귀여운 얼굴에 몰티즈 같던 아내는

이제 맹견이 되어 으르렁 거리지만

한국에 혼자 와 아들 하나 잘 낳아 준 것으로만으로도

고마울 뿐이다.


이번 주말에는 케이크 하나 사서 초 10개 꽂고, 선물도 하나 마련해야겠다.

"수고했어. 더 잘 살자.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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