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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러던 어느날 Nov 08. 2021

03) 대기업 입사, 장밋빛 인생을 꿈꾸다.

 대기업에 들어가야만 한다고 생각했을까? 어린 대학생이었던 나에게는,  길이 인생의 성공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인생목표인 ' 때문에 피폐해지지 않는 가정, 무너지지 않고 무시받지 않는 아버지' 모두 이룰  있는 모범 답안이었다. 취업이 너무 안되던 취준생 시절에는 조금 타협을 하기도 했다. '직무 전문성을 먼저 기르는 것도 중요하니까 중소기업이라도 들어가자'라고 생각을 바꿔서 여러 회사에 합격을  적도 있었다. 70 번의 지원과 계속되는 탈락에 자존감이 바닥이던 나에게, 갑작스레 몰려드는 합격 통보는 치료제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미 너무 단단하게 굳어버린 나의 신념은 대기업을 포기하지 못했다.


2016 11,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던 대기업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순간을 잊지 못한다. 반지하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결과를 확인한  순간의 희열은 말과 글로  표현할  없다. 내가 원하는 삶을 이룰  있을 것이라고,  회사와 함께 나의 미래도 장밋빛으로 가득할 것이라는 희망이 피어났다. 그러나,  순간에도  스스로의 노력과 인내를 칭찬하거나  마음의 휴식과 안녕을 위한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당연히 내가 짊어져야 하는 책임이었고, 여기저기 자랑하시는 부모님을 위한 아들로서 응당 해야 하는 의무 같은 것이었다.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보다는 나를 짓누르던 숙제 하나를 해결했다는 안도감이  컸다.


으리으리한 인재원에서 진행했던 그룹 신규 입사자 모임, 최고급 리조트에서 받았던 입문 교육,  그룹사로 흩어져서 받았던 입사 교육들은 꿈꾸던 미래가 현실이   있을 거란 확신을 심어주었다. 입사자 모임에서 만난 동기들과는 회사의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정신 무장을 하고 함께 화려한 미래를 꿈꿨다. 입문 교육과  그룹사 입사 교육을 통해 대기업의 힘을 체험했다. 현실을 모르는 신입 사원들은 꿈과 희망으로 넘쳐났다.  역시 내가 그리는 미래에 실패는 없었다.  어떤 역경과 고난이 와도 이곳에서 참고 버티면 내가 원하는 삶을   있음을 확신했다.


한창 취업 준비를 위해 취업 강의를 들을 , 유명한 취업 컨설턴트는 가끔 이런 말을 했다. '여러분, 직장인이 부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회사는 여러분을 부자로 만들어주지 않아요.' 그때  말을 들은 나는 생각했다. '그래도 내가 정말 열심히 하면 결국 보상해주지 않을까?'


하지만 입사  나는 달라져있었다. 입사 교육을 받을 동안, 아직 취업 준비 중이던  친구에게 내가 들었던 취업 강의를 추천해주며 같이 들었던 적이 있다. 거기서   컨설턴트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이야기했다. '취업이 간절한 것은 알겠지만,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해서  회사가 여러분을 엄청난 부자로 만들어주지 않아요.' 이미   간의 주입식 교육으로 회사에 홀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개소리.'


회사 생활이 쉽지 않을 것은 각오하고 있었다. 나름 산전수전 다 겪어봤다고 생각한 나로서는 그 정도 인내할 준비는 되어있었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그렇게 이 악물고 버텨주는 건 내 육체 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희생을 하고 고통을 인내하는 동안 내 마음은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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