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캔버스에 마음을 그리다

투명일까 흰색일까

by 루나

가끔 생각해 본다. 하얗고 투명한 사람을 찾는 내가 욕심이 과한 걸까. 사회생활은 실망과 무덤덤함 사이. 어쩌면 풀숲을 헤쳐 나가는 여정 같다. 헤치고 나아가니 서로 긁는다. 나 또한 긁힌다. 년수가 10년을 훌쩍 넘다 보니 사람에 대한 윤곽이 얼추 나오지만 판단하지 않으려 애쓴다. 내 단점이 더 클지도 모른다.

어김없이 다가오는 시험 출제 기간. 일 년에 4번 창작의 고통과 검토의 몸부림을 치곤 한다. 시험 당일은 숨 죽이고 긴 복도를 살얼음판 걷는다. 종료령이 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종 치고 나면 그제야 밀려오는 안도감. 여전히 돌아오는 고사 기간마다 긴장한 채로 온 에너지를 쏟곤 한다.

캄캄한 방에 기름칠을 하고 불을 켠다. 정해진 수업 시간 속 나의 메시지가 양분이 되기를 바란다. 수많은 결단이 따르는 일이다. 학생들의 미래에 작은 불이라도 켜줄 수 있는 사람인 걸까. 수없이 실패하고 넘어지고 결단한다. 하지만 다시 불을 키는 것. 어쩌면 이것이 하얀 캠퍼스 위에 자신을 그려나가는 것 같다. 세상을 투명하게만 보면 힘이 들 때도 있지만, 다시 하얀 캠퍼스 위에 좋은 마음이 담기기를. 다음 세대가 그렇게 그려 나갈 수 있을까. 오늘도 조심스럽게 그들에게 미소를 짓는다.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결단해 본다.

이전 01화나를 비추는 달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