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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꿀랭 Sep 24. 2021

너의 이산화탄소는 나의 것


새벽 수유중 수유등 사이로 내려다 보는 너의 둥그런 얼굴의 선들

코에서 입으로 눈에서 볼로 흐르는 아주 작고 소중한 선들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작은 그림자들

새벽에 한쪽 가슴을 두손으로 고이 대고 곧 또 잠이들듯이 눈을 반만 껌뻑이면서 입을 오물거리면서 으음 

하면서 최선을 다해 한모금 한모금

소중하고 신중하게 씩씩대며 먹는 모습이 소중하다.

새벽 수유를 마치고 뜨근하게 발열된 너의 작은 몸을 안고 트림 시키려고 안아 올려서 등을 토닥이면 

요쿠르트 빨대 구멍만한 너의 콧구멍에서

새어 나오는 씩씩 대는 숨이 나의 목을 간지를때, 너무 행복해 하는 순간 "

이만한 행복을 여태 만나 보지 못했다!" "이런거 완전 처음인 감정인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 이건 삼십칠년간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행복이구나! 그러니까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생애 다른 종류의 행복이였어!

사람들이 달이 처음 착륙해서 깃발을 꽂았을때 이런 기분이였을까?!라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는 순간 

너가 오래돈 치즈냄새가 나는 이산화탄소를 나에게 마구  내뿜어대는 

이 깊은새벽 너의이산화탄소를 오로지 지금 나만의 것이다.

축쳐져서 발열된 너의 볼에 내볼을 대고 있자니 이게 바로 행복의맛이다.

따뜻한 너의 온도와 어깨에 올려진 말랑한 너의 몸과 적당히 어깨를 누르는 너의 무게와 콧구멍에서 나오는 냄새와 간지러움

아. 억울하다 이 행복 나만 느끼고 싶은데 고소영도 알겠지?

지금 이시간 고요한 새벽시간 깨어 수유하는 엄마들이여! 만세 만만세!

지금 너희 아빠는 참 괜찮은 사람이지만 만약 너희 아빠가 개차반이였어도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서 

너희 아빠랑 내일 낮이 되면 또 순간 순간 죽고싶겠지만 

지금 이순간 만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 육아의 맛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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