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둘째 딸아이를 유치원에 보냈다. 3월부터 등원해야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7개월간 가정 보육을 했다. 첫째 아이 학교가 일주일에 한 번 가다 말다 해서 둘째도 어쩌다 보니 계속 데리고 있었다. 하나 있으나 둘 있으나 매한가지이기 때문에. 코로나가 걱정되기도 하여 집에 있게 되었다. 이번 주부터 아들 학교가 주 2회 등교를 한다고 한다. 아들 학교 갈 때 둘째도 유치원을 보내볼까 하고 첫 등원을 했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0명이 되면 보내려 했으나 불가능일 것 같아 더는 미루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 엄마로서 할 만큼 했다. 엄마도 방전이다. 나도 쉼이 필요하다. 둘을 내보내고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려 했는데 유치원 근처 카페가 문을 닫았다. 털레털레 집으로 돌아와 어떻게 나만의 시간을 꾸며 볼까 생각한다.
와! 얼마 만인가! 이 집에서 오직 나를 위한 시간이!
올해 들어 처음이다. 10개월 만에 처음, 이 낯선 느낌이 마냥 신이 난다. 그냥 보낼 수는 없다. 카페는 못 갔지만 집을 카페로 만들어 본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라디오를 켠다. 서둘러 물을 끓이고 커피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을 준비한다. 그사이 어질러진 식탁을 깨끗하게 치운다. 천천히 물을 내리며 핸드드립 커피를 만든다. 찬장 깊은 곳에서 커피잔을 꺼낸다. 내가 가장 아끼는 핑크빛 꽃무늬가 그려진 커피잔이다. 커피만 마시며 시간을 보내기엔 아까울 것 같다. 그래서 글쓰기를 위해 노트북을 켠다. 데스크톱 컴퓨터도 있건만 왠지 노트북을 꺼내 카페 분위기를 내고 싶다. 초콜릿, 쿠키를 간식으로 준비해 노트북 옆에 놓는다. 의자에 앉아 향긋한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글을 써 내려간다. 고요함 속에 울리는 키보드 소리가 경쾌하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랫소리에도 집중할 수가 있다. 입꼬리가 나도 모르게 올라간다. 스타벅스 부럽지 않다. 이 조용함, 여유로움, 느긋함, 차분함, 자유로움, 참 오랜만이다. 나 홀로 집에.
어젯밤 아이들을 모두 기관에 보낸다는 사실에 걱정 20%, 설렘 80% 마음이 들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면 무엇을 할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아이들이 없을 때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글쓰기를 해야겠다. 카카오 브런치에서 '작가 지원 프로젝트'에 공모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그동안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아이들이 잘 시간에 조금씩 쓰다 말다 하길 반복했다.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잡생각 없이 쓸 수 있게 되었다. 전에 써 두었던 글도 천천히 읽어 볼 수 있었다. 1분 1초가 지나가는 것이 아쉽다. 홀로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다.
밀린 설거지와 빨래는 감시 잊자. 장난감으로 어지럽혀진 거실 바닥으로 시선을 주지 않는다. 집안일은 뒤로 미루고 오로지 나만을 위해 시간을 예쁘게 꾸면 보는 거다. 2시간쯤 집안일을 안 한다고 해서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1분 1초 귀한 나만의 시간을 가꾸어 보자. 불필요한 전화도 받지 않는다. 멍하니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시간도 아깝다. 2시간 동안 그간 하고 싶었던 일에 여유를 부리며 해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