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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프엘라 Jun 01. 2021

여러분이 이곳으로 오게 된 이유

자꾸만 작은 동그라미를 그립니다.






왜 글이 쓰고 싶어요?







 언젠가 저는 세상에서 사라지지만 글을 쓰면 글이 아이들 곁에 남아 아이들을 지켜줄  같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생전 제가 무언가를 이뤄내는  보지 못하고 가신 아빠를 위해  이름이 적힌 책을 유골함 옆에 놓아드린다면 너무 기뻐서 오히려 소리 없이 웃으시며 꿈속으로 찾아오실  같기도 했어요. 12년의 결혼 생활. 물병에 꽂아두어도 한낮이면 고개를 낮추고 마는 이름 모를 들꽃처럼 소리 없이 빠르게 나이 들어가는 나를 증명하기 위해서도 글이 쓰고 싶었습니다.



네. 저는 제 존재를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아이 셋에게 닳도록 불리는 엄마라는 이름이 있지만 다른 곳에서도 온전하게 쓰이고 싶어 늘 목이 메도록 이름이 어딘가에서 불리기를 기다렸어요. 아이들을 재우고 난 뒤 눈을 비비며 글감을 메모했고 설거지를 마친 뒤 싱크대 한쪽에 선체 글을 쓰기도 했어요. 빨래를 널다 말고 급하게 생각난 글감은 우리집 어린이에게 받아적어달라고 애절하게 부탁하기도 했어요.









                                                   





 누군가가 읽어줄까 싶으면서도 내심 기대하며 내 안의 불안과 강박에 대해서 적어나갔습니다. 몇 번씩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고요. 이런 쓸모없는 기록들을 누가 읽어줄까. 아이들에게 이것들을 남기는 것이 의미나 있을까? 그러나 망설일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적자. 적어나가자. 슬픔이든 조바심이든 이 감정들을 모아나 가다 보면 무언가는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이룬 것이 맞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의문과 답의 순환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삶은 무척 고단합니다. 단언컨대 글을 쓰지 않는 사람보다 몇 곱절 더요.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머릿속으로 글감으 굴려 모아 글감 창고에모아두어야 하고요. 책을읽어 좋은문장은 고이고이 뇌로저장시켜 두어야 합니다. 생각의 근육을 길러야 하니까요. 또 글 쓰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필수였어요. 그렇게까지 글을 써야 했냐고요? 네. 그러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었어요.














저는 글을 쓸수록 글이 어렵습니다. 글을 쓸때마다 마음에 들지않아 몸서리치면서도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생각의 근육을 키우고 다시 글을 쓰는 나를 만나고 있습니다. 그 괴로움을 매번 마주하면서도 반복하고 있으니 글을 쓰는 일이야 말로 제가 인생을 두고 가장 오래 지속하고 싶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인스타그램에 남들보다 긴글을 담고 더 긴글은 브런치에 담는 방식을 몇개월간 고수하면서 느낀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 방법으로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의 결은 어떤 것이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내향적인 사람입니다. 집에 머물기를 좋아하고 넓은 범주의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보다 좁은 범주의 사람들과 친밀감을 쌓으며 지내는 것을 선호합니다. 낯선 경험에 도전하는 것보다 익숙한 경험을 여러번 반복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렇다보니 작지만 확실한 형태의 원을 그려 여러분이 제곁으로 모이도록 한 저의 방식 역시 제 성향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동안 저는 여러분을 초대할 원을 그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원은 크기가 작고 옅은 선으로 그러져 있어요. 누군가는 발견도 못할 그런 원이랍니다. 이 작은 원안으로 여러분이 들어와주신거죠. 저는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이 무척 감격스럽습니다.





흐린 원안으로 들어와 들어주시는 이야기는
어떠신가요?




















저는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처음에는 제 마음의 생김새가 마음에 들지 않아 외향적인 사람들의 눈에 들고 마음에 들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하는 삶을 살았어요. 그 삶은 내 마음의 생김새가 무엇인지 모르고 낯선 곳을 헤메는 삶과 같았지만요. 이제 제 마음의 생김새를 들여다보고 알게되어 선 이곳에서 그 시간들의 의미를 찾습니다. 누군가를 의식하고 마음에 들기 위해 살았던 그 선택도 내것이기에 - 그 시간이 있어 내향적인 내가 이곳에 글을 쓰고 있노라고 말이지요. 누군가는 의미부여, 혹은 자기합리화라고 부를 이과정을 저는 즐겨합니다. 그럴수록 제 작은 원은 더욱 진해지겠지요? 여러분은 어떤 원을 그리고 싶으신가요?  그리고 그안으로 어떤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싶으신가요? 저는 여러분이 그리고 싶은 동그리미가 어떻게 생겼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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