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하는 하루하루
나비를 때리는 꿈을 꿨다.
꿈속에서 나비는 숙제를 하지 않았고, 정리 정돈을 하지 않았고, 책을 읽을 때 집중하지 못했고, 음식을 흘렸으며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입으로는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쩝쩝 소리를 내거나 휘파람을 불었고, 양손을 비비거나 손톱을 뜯었다. 발도 질세라 세차게 흔들거나 잔잔히 리듬을 탔고 엉덩이는 5초에 한 번씩 들썩이는 것 같았다.
이런 아이를 보는 내내 숨이 막혔다. 어찌 꿈에서 까지 나를 숨 막히게 할까 싶었다. 특단의 조치처럼 딱 10대만 맞자고 이야기했고 나비를 때렸다. 매로 뭘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이는 아프다 울었고, 아이가 맞을 때마다 나는 뭔가 속이 후련했다. 매질 한 대에 잘못한 거 한 가지씩을 이야기했다.
"밥 먹을 때, 돌아다니지 말랬지!"
"숙제할 때 집중하랬지!"
"장난감을 갖고 놀았으면 정리해야지!"
.
.
나는, 내 무의식은 아이를 때리고 싶었던 것일까? 어째서 이런 꿈을 꿨을까? 그리고 속이 후련했다니 그런 해소의 감정을 느꼈다니, 그동안 내가 정말 나비를 뜯어고치고 싶어 했구나.
많은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내 아이도 참 가르칠 게 많다.
매 순간순간 아이에게 규칙을 설명하고 인지시키고 체화하게 만드는 일련의 과정은 신이 부모에게 내린 처절한 인격 수련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번은 내 말이 아이 귀로 들어가지 못하고 튕겨져 나오는 환각이 보이는 듯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내 말이 너에게 닿지 않는구나. 그럼 나는 너를 어떻게 사람을 만들어야 할까?
하교한 나비가 시무룩하게 이야기를 했다.
"엄마 친구들이 나랑 놀기 싫대."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일까?
"왜? 무슨 일이 있었는데?"
"아니, 그냥 나랑 놀기 싫대. 같이 놀자고 했는데 다음에 놀자고 했어."
"그럼, 그때는 그 친구들끼리만 놀고 싶었나 보지."
"아니야. 계속 다음에, 다음에 같이 놀자고 하고 안 놀아."
상황이 제법 심각한 거 같았다. 그래서 그때 상황이 어땠는지, 언제 어디에서 누구랑 있었던 일인지 자세히 물었더니 기억이 안 난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몰라 잘 기억이 안 나."
너는 또 이렇게 내 가슴에 큰 바위 덩이를 던져놓고 태연히 자동차를 갖고 놀고 있구나. 정말 기억이 안 나는 걸까. 다그치듯 묻는 엄마를 피해 숨어버린 걸까. 도대체 아이의 친구문제는 언제까지 엄마의 고민거리가 되어야 하는 걸까?라는 본질적인 의문을 가지며 오늘도 밤새 이 고민으로 뒤척일 듯하다.
아이의 친구 문제는 참 답이 없다. 아직 저학년이라 부모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해도. 얼마큼 어느 정도까지 개입해야 하는지 깝깝하다. 그리고 그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루는 놀이터에서 친구들을 만나 나비까지 3명이서 축구를 하고 놀았다.
돌아가며 골키퍼를 하고 슛놀이를 했는데, 우리 아들이 한번 공을 잡으면 절대 다른 친구에게 패스를 하지 않았다. 무리하게 슛을 넣으려다 공을 뺏기기도 하고, 결국 같이 공격하던 친구는 왜 너 혼자서만 공을 갖고 있냐며 토라졌고, 골키퍼를 하던 친구는 재미없다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 분위기를 어찌해야 할까?
"나비야. 혼자서 공을 갖고 있으면 다른 친구들은 재미없지 않겠니?"
"응."
"그런데 왜 패스도 안 하고 그랬어? 다른 친구도 슛 해보고 싶어 했잖아?"
"그냥, 내가 하고 싶었어."
"네가 재미있고, 좋다고 느끼는 건 다른 친구들도 해보고 싶을 거야. 그런데 계속 혼자서만 공을 갖고 있으면 될까?"
"아니."
"그럼 친구들이 나비랑 같이 놀고 싶지 않을 수 있어."
아, 친구들과 잘 어울려 노는 것도 가르쳐 줘야 하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으며 다시 한번 막막함을 느낀 순간이었다. 그래. 유치원을 큰 트러블 없이 졸업했다 해서 친구들과 저절로 잘 어울려 놀 수 있는 건 아닐 거야. 같이 재미있으려면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함께 놀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가르쳐줘야 하는구나.
나는 어땠지? 생각해 보면 나는 참 양보를 잘하는 아이였는데, 너는 누굴 닮았니? 아빠?
아니 근데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참아가며 친구 기분을 맞춰 주고 놀아서 내 어린 시절이 행복했었나? 그건 잘 모르겠다. 주위에 친구가 많았지만, 정작 단짝 친구가 생긴 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였고, 1, 2학년의 기억은 딱히 큰 임팩트 있는 게 없다.
없지만, 나는 내 아들처럼 저렇게 뭔가를 당당히 요구하거나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했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너의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그래도 그 상태로 자라면 성격 파탄자란 소리를 들을 거 같으니.. 아들아, 적정선을 찾기 위해 우리 같이 노력해봐야 할 듯하다.
엄마가 항상 너에게 말했듯이 나는 네가 멋진 어른으로 독립해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제 몫을 다하고 살길 바란단다. 그러니 사회화를 위해 노력해 보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