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볶음밥을 먹을 때
아침에 너를 깨울 때, 부쩍 길어진 너를 볼 때면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싶다. 오늘 아침 출근하던 나비 아빠가 이제 나비 발이 내 손만큼 자랐다며 흐뭇해했다.
너는 이렇게 오늘도 쑥쑥 자라는구나.
김치볶음밥을 9살에 처음 먹은 나비는 맵다며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서도 맛있다고 엄지 척을 해줬다. 백김치도 가로 세로 1cm로 잘라서 먹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김치볶음밥의 매력에 빠져들다니 새삼 신기했다.
삼겹살을 소금에 찍어 먹었을 때도 정말 기뻤다. 나비는 딱히 고기를 즐기지 않는다. 그나마 달콤 짭짤한 양념갈비는 먹었어도 그냥 구이는 잘 먹지 않았다. 삼겹살도, 없어서 못 먹는다는 귀한 한우도. 그랬던 아이가 구운 고기를 소금에 찍어 먹기 시작했다.
후라이드 치킨은 또 어떤가. 나비는 8살에 굽네치킨을 시작으로 9살이 되어서야 후라이드 치킨을 먹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맵다며 먹지 못했었다. 그랬던 아이가 이제는 거의 매일 후라이드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한다.
콜라를 처음 먹었을 때도 나비는 목이 따갑다며 인상을 썼다. 그리고 한동안 콜라를 찾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콜라, 사이다 가리지 않고 벌컥벌컥 잘 마신다.
생각해 보면 이유식을 시작했을 때, 새로운 재료를 추가할 때마다 이건 네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식재료야 맛있게 잘 먹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주곤 했었다.
쇠고기, 감자, 고구마, 당근, 호박, 돼지고기, 닭고기 등 나비가 먹는 모든 식재료의 '처음'을 경이로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어쩌면 아이들은 어른 음식을 같이 먹는 만큼 자라는 게 아닐까.
나비가 오늘 저녁 메뉴로 오리고기를 먹고 싶다고 했다. 노란 소스와 함께. 케첩도 여러 번의 도전 끝에 먹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머스터드소스를 찾아서 깜짝 놀랐다.
"학교에서 먹어봤어? 맵진 않았어? 맛있었어?"
또 혼자 신나서 폭풍 질문을 했고, 우리 아들은 짧고 굵게 대답했다.
"응!"
그래 그래 뭐든 잘 먹으면 좋지. 오늘도 엄마는 기쁜 마음으로 저녁을 준비할게. 사랑한다 나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