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거울
저녁을 준비하며 나비에게 네가 읽은 책이랑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을 정리하라고 했다.
나비는 무언의 불만을 온몸으로 내뿜으며 책을 옮겼다. 그러다 책 위에 올려서 같이 옮기려던 장난감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나비는 "아.. 스트레스받아.."라고 말했다.
!
순간 머릿속이 번쩍했다. 저 말은 '내 말'이었다. 내가 했던 말. 언제 무슨 상황에서 그런 얘기를 했을까 떠오르지 않지만 분명 내가 뱉은 말이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나비에게 다가갔다.
"지금 화가 난 거야?"
"아니~ 이게 떨어져서..."
"그럼 책을 먼저 갖다 두고 다시 장난감을 정리하면 어떨까? 이렇게 한 번에 옮기려 하다 보면 물건이 떨어져서 나비가 다칠 수도 있어."
"응"
비교적 평화롭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나는 다시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한 번은 나비와 장을 보고 짐이 많은 상태에서 엘리베이터를 아슬아슬하게 놓친 적이 있는데, 버튼을 누르던 나비가 '아~ 진짜!"라며 짜증 섞인 말을 내뱉었다. 어찌나 억양까지 그대로 내 판박인지.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게 내가 말할 때는 아무렇지 않은데, 나비가 이런 말을 쓰면 그렇게 거슬릴 수가 없다. 왜 그럴까? 나는 괜찮고, 너는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내가 아차 싶은 이유.
그건 아마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저런 짜증의 말들을 상황을 봐가며 혼잣말로 할 수 있는데, 나비는 아니었다.
나비는 나와 남편의 말투와 행동을 스펀지처럼 흡수해서 자유롭게 여과 없이 분출했다. 그래서 걱정이 됐다.
아이가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고 있을 때도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 집으로 뛰어들어오는 모습도, 화장실 수건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행동도 모두 나와 남편의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가르친 대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보여준 대로 자란다 했던가. 다시 한번 나의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