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근무
같이 현장에 나온 알렉스는 이곳 노르웨이 트론하임 공대를 졸업한 젊은 인재이다. 지반 수치해석팀 팀장을 맡고 알렉스는 뭐든 개념만 알려주면 파이션으로 코딩을 해버린다. 훨칠한 키, 새 하얀 피부, 푸른 눈망울에 금발머리. 전형적인 북유럽 스타일이다. (하지만 앞니 사이에 큰 갭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좀 친근감이 든다). 알렉스는 이곳 현장이 처음이다. 처음부터 가르쳐야 한다. 처음 며칠간 같이 일하다 낮근무/밤 근무를 나누기로 했다. 나는 대학원 시절부터 밤샘 작업을 무척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근 오전 근무를 선호한다. 나보다 얼추 10살 이상 어린 알렉스에게 형이 오전근무 할 테니, 동생이 밤 근무를 해….라고 말하고 싶지만, 차마 그렇수가 없었다. 알렉스도 은근 낮 근무를 원하는 눈치였다. 결정의 순간. 알렉스는 내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알렉스, 동전 던지기 하자. 앞면이 나오면 내가 오전근무. 뒷면이 나오면 네가 오전근무다" 알렉스 얼굴에 화색이 돈다. 동전을 높이 던졌다. 떼구르르르르…
헐. 동전은 뒷면이었다. 끔찍이도 싫어하는 밤근무에 걸렸다.
이날 알렉스는 웃었고, 나는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