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상한 사람이 되는 법
예령(豫令), 동령(動令)
“열중~ 쉬어~”
군대에서 상급 지휘자가 부대원에게 내리는 구령이다. 여기서 ‘열중’은 준비를 암시하는 예령(豫令)이고, ‘쉬어’는 실제 움직임을 지시하는 동령(動令)이다. 내가 겪은 군 생활의 경험 중 가장 지혜롭다고 인식한 게 예령과 동령이었다.
만약 ‘열중쉬어’를 예령과 동령의 구분 없이 지시한다면 어떻게 될까? 갑자기 전달되어 당황스러울 것이다. 더구나 사람마다 반응속도가 다르므로 행동 일치가 쉽지 않고, 스텝이 꼬여 동작이 제멋대로 연출될 수 있다.
본격적인 운동을 하기에 앞서 실시하는 준비운동도 몸에 전하는 예령이다. 예열된 근육이 부상을 방지한다. 신체 활동은 이렇게 예령과 동령을 구분할 때 질서 있고 안정적으로 이루어진다.
생각을 담당하는 뇌의 인식 체계도 마찬가지다. 예령과 동령이 분리되지 않으면 올바른 인지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래서 인간관계도 예령 없이 일어날 때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예고 없이 취소하거나, 사전 통보 없이 일을 진행하면 오해가 생기고 갈등으로 치닫는다.
‘깜짝 이벤트’라는 게 있다. 예고 없이 대중을 놀라게 하는 경우이다. 1990년대 TV 프로그램 몰래카메라나 뉴스의 돌발영상이 인기 있는 이유는 관심을 급속히 높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충격요법도 매력은 있으나, 한계가 있다. 자주 사용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난다.
예령은 이처럼 마음을 준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긍정을 알리는 예령은 동령을 기대하게 만든다. 반대의 경우에는 미리 마음을 대비시킨다. 인간관계에서 예령은 서로를 예측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장점이 있다. 편안함과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
주변에서 남을 대할 때 예령이 익숙한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친절이 생활화된 사람으로 누구나 편히 대할 수 있는 자상한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상한 사람이 되어 존중받기를 꿈꾸지만, 천성을 바꾸지 않는 한 말처럼 쉽지 않다.
거꾸로 권장하고 싶다. 가까운 사람부터 ‘예령’을 실천해 보자. 스스로 예측 가능한 존재가 되는 것이 자상한 사람이 되어 가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