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인간이 사는 이유는?”
질문은 단순하지만, 답은 복잡하다. 사람마다 그 이유도 다르고, 또 수시로 바뀌기도 한다.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사는 이유를 알기 위해 산다.’
“곤충이 사는 이유는?”
곤충은 인간처럼 삶의 의미나 목적을 고민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마디로 말하면 번식이다. 생존의 전 과정이 종족 보존이라는 목표를 향한다. 그중에서도 여름을 대표하는 곤충 매미는 유독 번식에 집중한다.
매미의 생존 기간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7년이다. 대부분의 곤충이 1년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제법 길다. 매미는 알에서 부화한 뒤, 유충 상태로 땅속 나무뿌리의 수액을 먹으며 오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여름철 지상으로 올라와 성충이 되면, 고작 2~4주의 시간만 살 수 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처절하게 울고, 짝짓기하고, 알을 낳은 뒤 생을 마감한다. 지상의 삶은 오직 번식을 위한 무대였다.
누군가는 이를 덧없는 삶이라 여기고, 비운의 주인공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매미에게는 그 절박한 여름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수컷은 구애의 신호로 에너지를 모두 쏟아붓는 울음소리로 짝을 찾아 번식을 완수한다. 그래서 그 울음은 시끄럽지만 애처롭고, 동시에 아름답다. 매미는 바로 그 절정의 순간에 전부를 걸었다.
인간의 삶은 매미보다 길고 다양하지만, 결국 비슷한 질문으로 돌아온다. 인간은 왜, 무엇을 위해 오래 준비하며 살아가는가? 어쩌면 매미처럼 단 하나의 순간을 위해 준비하는지도 모른다. 그 순간은 꼭 자식을 낳는 행위일 필요는 없다. 꿈꾸던 목표에 도달하는 것일 수 있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일 수도 있다.
결국은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 인간의 삶이며 그 여정의 끝에 남는 것은 단지 성취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는가?’에 대한 대답일 것이다. 매미처럼, 짧지만 강렬하게 말이다.
우리 조상들은 매미의 삶을 오덕(五德)으로 비유했다. 문(文)·청(淸)·렴(廉)·검(儉)·신(信)이다. ‘문’은 긴 입이 선비의 갓끈을 닮았고, ‘청’은 맑은 이슬과 나무 수액만 먹는 청결함. ‘렴’은 곡식을 탐하지 않는 염치, ‘검’은 집도 없이 사는 검소함. ‘신’은 허물을 벗고 때를 알고 죽을 때를 지킨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군자의 덕목을 지녔기에 조선의 왕은 모자 뒷면에 매미 날개 모양의 장식을 한 익선관(翼善冠)을 썼다. 여기서 선은 착한 선(善)이나 상징성을 나타내는 매미 선(蟬)을 혼용하기도 한다. 관료들도 매미의 날개가 옆에 선 관모를 썼는데 ‘오덕’을 지키라는 뜻이었다.
매미는 노린재목(目)에 속하는 곤충이다. 도시 숲에서 소음을 내는 말매미와 듣기 좋게 ‘맴맴맴맴 매애애앰’하고 울어대는 참매미가 대표적인 종이다. 매미는 긴 수명과 함께 5, 7, 11, 13, 17년의 독특한 생존 주기로 천적을 피한다. 또한 인해전술로 동시에 등장한다. 무모하지만 진화된 생존전략이다.
체액을 날리는 특징도 있다. 빨대 형태의 입으로 수액을 섭취하고 남는 건 오줌을 눈다. 맑은 여름날 하늘에서 떨어지는 액체를 맞았다면 매미 오줌일 확률이 높다. 그나마 소량이고, 몸에 해롭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