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의 먹거리 1

배고픈 나날들

by 브라보연진아

나는 고수를 못 먹는다.

향도, 맛도, 생김새도 제대로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게, 못 먹는다.

아마도 향보다는 내 안의 불안감, 예민함의 문제인 거 같다.

고수를 못 먹는 건 어쩌면 그것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행지에선 이상한 불안감이 몰려온다.

어딜 가든 첫 며칠은 잠을 잘 못 자고,

배도 고프지 않다.

시차 때문일 수도 있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한 성격 탓일 수도 있다.

이스탄불은 '맛의 천국'이라는 말에

먹거리 앞에서 주저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떠났다.

이번엔 친구도 함께였고,

즐겁게, 그들의 맛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 도시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음식 이름도, 거리 이름도, 표정도.

고작 케밥 정도나 알고 있었을 뿐,

실제로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

편견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접시에 음식이 놓이고,

한 입을 베어문 순간—

맛을 느끼기도 전에 거부감이 먼저 올라왔다.

삼켜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나는 계속 이 도시를 걸었다.

걷고 또 걷다 보니,

도시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거리의 구조가, 사람들의 말투가,

퉁명스러운 듯 유쾌한 표정들이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그러자 배가 고파졌다.

음식이 무섭지 않았다.

돌아오는 날이 가까워질수록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도착 첫날, 숙소 사장님 추천으로 탁심광장 근처 식당에 갔다.

장거리 비행의 후유증으로 머리는 지끈거리고,

위는 뒤틀렸다.

먹자면 먹을 수는 있었지만,

유난스러움 탓에 거의 먹지 못했다.

동행한 친구에게 미안했다.

이상하게 요구르트 제품인 아이란조차 넘기기가 힘들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나를 너무 힘들게 하고 있었다.

두통과 낯선 잠자리 때문에 거의 잠을 못 잤다.

Katip Mustafa Çelebi, Tel Sk. No:1, 34433 Beyoğlu/İstanbul, 튀르키예




숙소에서 간단한 한식을 아침으로 먹고 나서야

카이막이 먹고 싶었다.

평소 버터나 유제품엔 거부감이 없었기에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었다.

숙소 주인이 현지인 맛집이라며 소개해준 곳으로 갔다.


느끼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백했고

우유의 고소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카이막을 꿀에 휘리릭 저어

에크멕(터키식 빵)에 듬뿍 발라 먹었더니

입맛이 돌기 시작했다.

짭조름한 블랙 올리브와 함께 먹으니

단짠의 조화가 절묘했다.

매네멘도 주문했다.

토마토와 양파, 피망을 볶다가 계란을 넣고 스크램블 한

터키의 전통 아침 요리다.

우리의 계란찜보다는

이탈리아의 토마토소스 요리에 더 가까운 맛.

비 오는 이스탄불 날씨와도 잘 어울렸다.


Mahallesi, Katip Mustafa Çelebi, Sadri Alışık Sk. 11/12 11/12 11 D:12, 34435 Beyoğlu/İstanbul, 튀르키예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비 오는 갈라타 항구를 걷고, 사진을 찍었다.

특별한 일정이 없었던 하루였지만

그 하루가 오히려 힐링이 되었고,

알 수 없던 마음속 불안감도 조금씩 가라앉았다.


저녁엔 쿰피르를 먹으러 이스티클랄 거리 쪽으로 갔다.

여행 중 처음 맞이한 ‘오르막’이었다.

정말이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경사였다.

게다가 비까지 거세게 퍼부었다.

길을 오르다 우비 하나를 샀고,

맘에 쏙 들던 그 우비는

마지막 날 찢어져 결국 가져오지는 못했다.

아주 큰 감자 안에 치즈를 녹이고

이런저런 토핑을 잔뜩 얹은 쿰피르는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첫날의 음식 도전은, 생각보다 제법 괜찮았다.


Patatos Tomtom, İstiklal Cd. no: 185/A, 34443 Beyoğlu/İstanbul, 튀르키예



숙소 주인과 함께 7일장에 갔다.

“현지 시장 구경도 하고 싶고, 올리브를 사고 싶다”라고 했더니 기꺼이 안내해 주셨다.

시장은 골목을 따라 펼쳐져 있었다.

1kg에 몇 천 원짜리 과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생김새는 우리 것과 비슷했지만,

조금 크거나 작고, 색이 묘하게 달랐다.


입구 쪽엔 드럼통마다

다른 종류의 올리브가 가득 담겨 있었다.

시장 골목골목을 돌다

한 올리브 가게 앞에 멈췄다.

검은 올리브, 초록 올리브,

허브에 절인 것, 마늘에 절인 것—

크기도, 향도, 맛도 제각각이었다.

상인 아저씨가 하나씩 맛보라고 권했다.

처음엔 조심스럽게 집어 먹었는데,

나중엔 아예 드럼통 앞에 서서

올리브 ‘맛 투어’를 했다.

짠맛에 혀가 얼얼해질 정도로 먹어댔다.

친구는 “평생 먹은 올리브보다 오늘 먹은 것이 더 많다”라고 했다.

터키식 차로 입을 헹구며

정말 욕심껏 이것저것 맛봤다.

마음에 드는 몇 종류를 골라 포장했다.

점점 입맛이 돌기 시작했다.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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