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잔잔호수 May 21. 2024

담임 기피현상

교도소, 구치소에서는 사동 기피현상

요즘 학교에서는 담임을 기피하는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선생님 고유의 가르치는 업무 이외에 학부모들의 민원, 일부 문제 학생들의 말썽, 입시준비나 기타 여러 가지 챙겨야 것들이 많고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들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선생님들도 계셨다. 이러한 계기를 통하여 국민들이 애도를 표하고, 선생님들의 힘든 상황에 대해서 전 국민이 공감하도 하였다.


한 반에 4~50명 정도 되는 학생들을 일일이 케어하고 가르치는 일은 생각만 해도 어려울 것 같다. 그중에서는 물론 말 잘 듣고 착한 학생들도 있겠지만 수업시간마다 소란을 피우면서 수업을 방해하고 교묘하게 선생님들을 못살게 구는 심술궂은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부 극성맞은 학부모들의 민원이나 입김이 더해지면 담임이라는 역할이 그리 만만찮은 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겪어보지 않았지만 이러한 일들을 해내고 계신 전국의 선생님들에게 존경심을 표한다.


학교를 졸업한 지 꽤 되었지만 나의 학창 시절만 해도 체벌이 어느 정도 허용되었고, 선생님의 권위가 살아있던 시절이었다. 심지어는 성적이 안 좋다는 이유만으로도 체벌을 당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체벌이 금지된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교권이 점점 추락하기 시작하면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통제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졌고, 선생님들도 '참 스승'이 되기보다는 그저 직업인으로서의 '교사'의 역할에 충실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당연히 책임과 스트레스가 따르는 담임은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더구나 담임으로서 주어지는 담임수당은 한 달에 10만 원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누가 흔쾌히 담임을 맡으려고 하겠는가?


서론으로 이러한 학교의 담임 기피현상에 대해 길게 얘기한 것은 이러한 현상이 교정현장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담임 기피현상'이 있다면 교도소, 구치소에서는 '사동 기피현상'이 있다.


학교에서 '학급'이라고 하는 단위는 교도소, 구치소의 '사동'과 같다. 사동에는 보통 최대 7~80명의 수용자들이 수용되어 있다. 그 사동을 담당하는 '담당 근무자'는 학교에서 '담임'과 같은 역할을 맡게 된다. 학교에서는 담임의 임기가 1년이지만 사동 담당의 임기는 6개월. 매번 인사이동 때마다 수용자들도 우리 사동 담당이 누가 오실까 무척이나 궁금해한다. 사동 담당이 어떤 스타일이냐에 따라서 6개월이 괴로울 수도, 편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마다 다르겠지만 사동에서는 한 방에 많게는 10명 정도까지 수용되어 좁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착한 사람들만 모여있어도 무슨 일이 일어날 판에, 죄를 짓고 들어온 사람들이 그렇게 과밀되어 수용되어 있으면 트러블이 안 생길 수가 없다. 매일처럼 크고 작은 싸움이 일어나고 사소한 개인적인 고충들부터 매우 중요한 재판 관련 문제로 면담신청이 들어온다. 출근과 동시에 수십 개의 민원이 쌓여 있다고 보면 된다. 특히 미결 수용자들은 변호사에게나 물어볼 법한 질문들을 사동담당에게 들고 와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니 사동담당은 재판에 관련하여 '준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실수로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거나 소송서류를 제때 넘기지 못하여 재판에 피해라도 가게 되면 사동 담당도 그 책임을 피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수용자들은 이미 징역이 한두 번이 아닌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빵 생활'이나 '재판'에 관련하여는 이미 교도관이나 변호사 급의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많다. 수용자들이 징역생활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기 위해서 '법전'을 공부하는 광경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오죽하면 수용자들을 위한 법전이 출판되어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공부한 법 지식들은 자신의 권리를 지킨다는 명목하에 교도관들을 괴롭히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사동 담당이 되면 이렇게 똑똑하고 눈치 백 단인 수용자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이고 소위 말하는 '패씽'을 당하기도 한다. 담당과 이야기 안 통하니 바로 팀장 면담을 시켜달라는 식이다. 흔히 가게에서 '사장 나와보라 그래'라는 진상고객의 태도와 다를 바가 없다.  


이것저것 되지도 않는 요구사항을 펼치는 수용자들과 언성을 높이다 보면 욕설을 듣거나 심지어는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말이 통하지 않는 정신이상 수용자들의 궤변과 이상행동들은 여기선 일상이다. 사동담당은 이러한 수용자들을 관리하는 1차적인 책임자이자 담임이다. 항상 스트레스와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수당과 같은 메리트도 없다. 그러니 아무도 안 하려고 한다. 교도소의 꽃은 보안과고 보안과의 은 사동근무라고 하는데 에서 꽃향기도 나지 않고 꿀도 없으니 누구도 그 꽃으로 가려하지 않는다. 꽃은커녕 똥이 아니면 다행이다.

이전 16화 얼굴로 일하는 직업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