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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짠 Oct 11. 2020

감동의 나날들

‘감동’의 역사

지난 6월 19일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아내는 다급한 감격에 찬 목소리로 나를 깨웠다.

많이 기다려왔던 감동이의 존재를 화학 용지에 새겨진 붉은색 선을 통해 알게 된 순간이었다.


6월 27일에는 초음파 영상을 통해 아기집을 확인했고, 감동이 고모는 ‘요즘 같은 시대에 감동이는 집도 있고 대단하네!’라며 유쾌한 인사를 건넸다.


7월 11일에는 초음파를 통해 감동이의 심장박동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들으며 감동했고, 7월 25일에는 감동이가 움직이는 모습을 봤으며, 8월 8일에는 감동이의 팔다리와 얼굴 윤곽을 보며 ‘감동이는 아빠 닮은 거 같다~ 얼굴이 좀 긴거 보니까!’라고 말하며 아내랑 깔깔깔 웃었다.


8월 17일 오늘, 임신 주수 만 12주차가 되어 아내의 뱃속에 우리 감동이가 잘 자리잡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음을 확인했다. 다리를 꼬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른다.


하루하루 성장해가는 감동이의 나날들이 나와 아내에겐 감동의 나날들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화학용지에 새겨진 붉은 선과 전자 장비인 초음파 기기를 통해 감동이의 존재를 느끼는 시간을 지내다 보면, 찬란한 빛을 통해 감동이를 보고, 온화한 공기의 떨림을 통해 감동이의 소리를 듣고, 몸내를 맡으며, 내 몸을 통해 감동이와 교감하는 날이 올 것이다.


감동이가 우렁찬 울음소리로 ‘내가 여기에 왔다!’라고 알릴 그 날을 기다리며, 오늘 이곳에 감사하고 강건한 마음으로 감동의 역사를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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