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터키] #9 주스가게 아저씨의 은밀한 시그널

순간의 기록, 다섯 번째.

by Sophie




마틴은 갓 짠 오렌지 주스를 받아 들고는 머리에 얹고 있던 선글라스를 빼더니 선글라스 다리로 주스를 휘휘 저었다. 내 턱은 테이블에 닿을 정도로 쩍 벌어졌고, 방금 본 것을 차마 믿을 수 없어 눈을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말았다.

무심결에 바라본 손님들의 테이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게 된 젠틀한 주스 가게 아저씨도 마치 엄청나게 흉물스러운 괴물이라도 본 마냥 경악하는 얼굴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내 육십 평생 이렇게 충격적인 일은 처음이야. 내 신성한 주스에 더러운 선글라스를 집어넣다니! 너 대체 뭐야?' 하는 표정이었다.

아저씨와 내가 동시에 '그건 좀 아니잖아?' 하는 충격적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마틴은 어깨를 으쓱하며 이게 별일이냐는 듯 말했다.


"Oh come on, this is nothing you give a look like that."

"대체 그 표정은 뭐야, 그렇게 쳐다볼 만한 일은 아니라고!"


그러더니 우리의 반응이 재밌는지 웃으며 한마디를 슬쩍 덧붙인다.


"Well, I just needed some salt"

"그냥 소금이 좀 필요해서 그랬어."


"Yuck."

"웩."


내 대답은 무시한 채로 그는 유리잔 바닥에 가라앉은 펄프를 다시 휙휙 저어서 들이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틴이 조금은 급한 듯 화장실을 찾았다. 여기 가게에 화장실은 어디야?


나도 어깨를 으쓱하고 눈썹을 추켜올리며 별일이냐는 듯 말했다.


"Well, I don`t think there is toilet since it is a small shop. But the world is one big toilet."

"글쎄~? 너무 작은 가게라 화장실은 없을 것 같은데. 정 안되면 길거리에서 누고 그러는 거지 뭐."

마틴이 내게 눈을 흘기며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한다. 토.일.렛. 플리즈.

주인아저씨는 마치 질문을 들은 적도 없는 것처럼 저 밖 너머를 바라보던 그 무표정한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어리둥절해진 내가 아저씨가 못 들으셨나 싶어 다시 입을 열려할 때, 아저씨가 무심결에 취한 제스처인 듯 손가락만 슬쩍 들어 은밀하게 오른쪽을 가리켰다.

그는 이내 자신은 손가락 하나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듯 다시 태연스레 손짓을 거둬들였고, 우리가 여전히 어리둥절한 채로 그가 가리켰던 방향의 흔적을 따라가자, 끝에는 낯익은 로고가 박힌 가게가 있었다.

스타벅스.


우리가 아저씨를 다시 바라봤다. 아저씨는 이제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먼 곳을 응시하시며 한쪽 눈만 찡긋 윙크를 했다.

그제야 그 의미를 알아들은 우리는 폭소를 했다.
저 능청스러운 시선처리라니!
저 자연스럽고도 은밀한 손짓이라니!

우리가 와하하 웃으며 거의 뒤로 넘어갈 지경이 되자 아저씨도 어깨를 으쓱하며 별일이냐는 듯 씩 웃는다.


이웃끼리 화장실 정도는 나눠 쓰고 하는 거지 뭐, 안 그래?

2015년 9월 4일 17시 51분. Karaköy, Istanbul, Tur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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