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터키] #7 열아홉 소년의 사랑의 속도

결국엔 사람, 첫 번째. (3/3)

by Sophie




봄바람 불어오던 5월의 어느 날, 내게 사랑고백을 했던 그 소년, 케난.


내가 남자 친구가 있다며 거짓말을 한 이후 그는 카페에서 보이질 않았다.


그러다 라마단 기간 중 어느 날 카페의 아래층에서 그를 만났는데 그는 내게 데면데면 인사를 건네고선 그냥 지나가 버렸다. 내가 너무 극단적인 방법으로 그의 고백을 거절했나, 너무 상처가 된 건 아니었을까, 괜히 걱정이 되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드디어 길었던 라마단이 끝나고 8월의 마지막 주, 여느 날과 다름없이 카페에 갔는데 그가 날 보며 아주 반가워한다. 데면데면 찬바람이 불던 애가 갑자기 왜 이러나 싶어 나는 당황했다. 너 나랑 얘기하기 싫어한 거 아니었어?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이네! 하고 농담처럼 던졌더니 케난이 머쓱하게 웃으며 라마단 기간 내내 너무 배가 고파서 일할 힘도 없었단다.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고.

그 말을 듣고 웃어 버렸다. 다행이다 싶었다.


내가 웃으며 잘 지냈냐 안부를 묻자 슬쩍 자리에 앉는다. 옆에 지나가던 다른 직원이 그를 보며 눈을 흘기지만 그는 본 체 만 체 하며 자리에 앉았다.


"케난, 영어를 배워. 그러면 더 좋은 일자리도 잡을 수 있을 거야."


영어를 배울 사람이 없단다. 원하면 내가 짬이 날 때 도와줄 수 도 있을 거라 얘기했더니 반색을 하며 그러면 메신저를 알려달란다.


내 번호를 건네받은 전화기에 입력한 뒤 다시 주었더니 손에 전화기를 쥐고선 그가 얘기했다.







"근데 네 이름이 뭐였지?"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도 잊고 나는 거기서 고꾸라질 정도로 폭소했다.


세 달 전만 해도 나보고 사랑한다며 쫒아오던 소년은 이제 내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다니.


정말 십 대 답다. 쉽게 빠져들고 또 쉽게 잊는구나.


이름을 알려주며 어떻게 내 이름도 까먹었냐 했더니 멋쩍게 웃는다. 자기도 민망하긴 한가보다.


이제는 그에게 더는 남자 친구가 있다고 거짓말 한 일로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또 이름 까먹으면 안 알려줄 거다 했더니 미안하다며 씩 웃으며 손을 내밀기에 나도 씩 웃으며 손을 잡았다.


좋은 친구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2015년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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