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눈보라가 날리던 날이었다. 바다에서 몰아치는 바람에 실려온 눈송이는 아프게 얼굴을 때렸고, 도시 곳곳은 점차 하얗게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바닥의 돌들이 꽁꽁 얼어붙기 시작하면서 손님들을 책임져야 하는 내게 이스탄불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 되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 걸음을 신중하게 딛는 동시에 손님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주의를 당부해야 했다.
대리석 바닥의 아야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의 내부는 그야말로 악몽 같은 한기가 바닥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곧 내 발은 마침내 감각을 잃었는데, 아마도 살짝 구부리면 발가락이 툭 하고 떨어질 것만 같단 상상을 하니 엉뚱하게도 실소가 나올 것 같았다.
이런 날은 그야말로 녹초가 된다. 종일 추위에 떨면서도 걸어야 했던 발이 가장 아프고, 피할 수 없는 한기에 하루 종일 덜덜 떨다 보니 몸속 장기들은 제멋대로 꼬여버렸는지 속이 뒤틀린다. 투어가 끝나고 집으로 가야 하는 게 너무나 버거운 일이 될 정도로 피로에 몸이 압도당해버린 느낌이었다.
그래도 집에는 가야 한다. 샤워도 하고 따뜻한 음식을 집어넣고 나면 좀 괜찮아질 거다. 우선 따뜻한 액체라도 뱃속에 흘려보내야 할 것 같아 트램 역 앞 스타벅스에 들렀다. 핫초코를 주문하고 의자에 잠시 앉으려는데 깜짝이야, 몸집도 큰 멍멍이들이 죄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이스탄불에서 가장 팔자 좋은 녀석들이 고양이와 개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그리 놀랄 만큼 새로운 모습도 아니어서 그저 활짝 웃고 말았다. 가장 이스탄불스럽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스탄불의 모습이었다.
옆에 있던 직원은 눈이 마주치자 웃으며 문 밖을 가리킨다. 문 앞에는 서너 마리의 개들이 애처로운 눈길로 안을 바라보고 있었고, 다른 직원은 아예 더 많은 개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 몇 개를 옆으로 밀어 자리를 만드는 중이었다. 정말이지 부라즈 투르키예 Burası Türkiye. (여긴 터키니까.)
스타벅스의 핫초코 때문인지 스타벅스의 귀여운 개들과 사랑스런 직원들 때문인지 뒤틀리던 속이 한결 잠잠하다. 사실 언제부터 복통이 멈추었는지도 모르고 있던 나였다.
집 앞에 다다랐을 때 공원에 있던 고양이 집을 보았다. 몇몇 옷가지들이 보였고, 지붕은 비닐로 감싸져 있었다. 터키 사람들의 사랑은 그들이 사는 곳곳에 흘러넘친다. 낯선 이방인에게도, 약한 짐승들에게도, 사랑을 줄 수 있는 그 모든 대상들에게 애정을 뚝뚝 떼어준다. 그래서 터키의 고양이들은 그리도 애교가 넘치고, 터키의 개들은 그리도 다정하며, 터키의 과일들조차 그리도 달고 반짝반짝 윤이 나는가 보다.
벌써 터키에 온 지 일 년이 다 되어간다. 가는 시간마저 붙잡고 싶을 만큼 매 순간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눈보라가 얼굴을 때리는데도 마음은 어느새 따뜻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