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오늘의 기록.
2020년 10월 31일.
10월의 마지막 날,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들으며 4년 전 나의 일기를 읽고 에필로그를 쓴다.
터키에서 일 년이라는 시간을 채우고 행복해하던 나는 그 해 여름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참 많이도 울었더랬다. 마음 조각을 떼어준 대상과 이별을 하는 일은 언제나 애정의 크기만큼의 슬픔과 아픔을 동반한다. 그렇다고 마음을 주지 않고 아끼면 나중에 되돌릴 수 없는 후회만이 남는다. 그러니 그냥 주어질 때 사랑하고 슬플 때는 펑펑 울어야 한다. 별 다른 도리가 없다.
지식 가이드라는 일을 얼마나 더 오래 하게 될지 몰랐던 그때의 나, 가이드 1년 차의 나는 어느덧 햇수로 6년 차의 지식 가이드가 되었다.
일과 사람을 통해 얻는 보람만이 내가 이 일을 지속하게 할 거라 장담했던 그때의 나, 여전히 그 이유만이 내가 이 길을 걷게끔 지탱하고 있다.
십 년이 지나 그때의 생활을 되돌아보더라도 그 모든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던 그때의 나, 십 년의 절반 정도가 지난 지금 여전히 나는 그 시절을 후회하지 않는다.
2016년 터키에서의 생활을 정리한 후 지금까지 여덟 번 터키로 날아갔다.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에서 두 번은 터키를 찾다 보니 같이 일하던 터키인 동료들은 어느 날 또 짠 하고 나타난 내 모습을 더 이상 놀라워하지 않는다. 너 사실 여기 살고 있는 건 아니지?라는 농담과 함께 따뜻한 포옹으로 맞아줄 뿐이다.
터키에 살 때만 해도 일을 하느라 다른 도시들을 가본 건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았었는데, 이후 여덟 번을 방문할 때마다 터키의 구석구석을 훑었다.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이 곳을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도 나누고 싶어 가족을, 친구들을, 때로는 스스로를 벗 삼아 부지런히 도 다녔더랬다.
2014년 오마이 뉴스에 이집트와 인도 여행 이야기를 1년간 연재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야말로 글 쓰는 행위에 푹 빠져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글쓰기만큼 사랑하는 가이드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면서 내가 가장 쓰고 싶었던 터키 이야기는 나의 일기장에만 차곡차곡 쌓이게 되었다.
2020년 1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판데믹은 9개월째 내가 가이드로 일할 수 없게 만들었다.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었으니 속상해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몇몇 지인들이 내게 지난 몇 년간의 이야기를 이참에 정리해보면 어떻겠냐고 슬며시 권했을 때 다시 글을 써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묵은 추억과 묵은 글을 꺼내 살펴볼 기회였다.
나의 첫 브런치 북은 오랜 공백 끝에 다시 시작한 '타인과의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글쓰기이다. 터키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따뜻한 순간들, 그리고 사랑스러운 동물들로부터 받았던 위로와 행복을 나누고 싶었다. 미처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과 2016년 이후에 이어진 여행 이야기들을 11월에도 다시 차근차근 기록해둘 예정이다.
오후 두 시, 브런치 북 발행을 앞두고 에필로그를 쓰며 마시는 맥주가 달다. 이 글의 업로드를 끝내고 나면 맥주 두 병을 더 냉장고에 넣어두고 저녁에는 치킨을 사서 혼자만의 치맥파티를 해야겠다. 물론 자정 전까지 음악은 '잊혀진 계절'만이 무한 재생될 예정이다.
2020년 10월 31일 프라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