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터키] #3 슐레이마니예 사원에서

순간의 기록, 두 번째.

by Sophie



자 이제부터 상상해봐.


지금 나는 이스탄불의 가장 높은 언덕 중 하나에 올라와있어. 여기엔 슐레이마니예라는 사원이 있는데 이스탄불에서 가장 큰 사원이야. 아마도 넌 블루모스크가 가장 크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이 슐레이마니예 사원 바로 앞에는 카페가 있어. 단언컨대 이스탄불에서 가장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야. 이 곳의 옥상 테라스에서 나는 붉은색 담요를 어깨에 두른 채 네게 글을 쓰고 있어.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 대륙이 마주 보는 도시야. 그래서 우리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이 세상에서 매일 반복되어왔던 일몰이라는 아주 당연한 현상이 이곳에서는 놀라운 마법이 되곤 해. 지금 내 머리 위 하늘을 기준으로 유럽 대륙의 하늘 위를 붉은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고, 저어기 건너편 아시아 땅에서는 벌써 어둑어둑한 밤이 찾아왔어. 내 인생 십 년 차쯤부터 알고 있던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집니다.'라는 당연한 지식이, 여기선 마치 몰랐던 것을 새로 배운 마냥 나를 놀라움으로 들뜨게 하고 흥분으로 가슴을 콩닥거리게 해.

이 풍경을 너와 가만히 앉아 바라보면 얼마나 좋을까. 네가 옆에 있고 우리는 말없이 앉아 보스포러스 바다를 바라봐. 그러다 고개를 돌려 눈이 마주치면 그저 생긋 웃어. 너의 웃음에, 우리의 눈 맞춤에 내 가슴은 다시 깊은 곳에서부터 온기가 퍼질 거야. 그런 상상을 하고 있는 지금 벌써 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야.

이스탄불의 여름은 고온 건조해서, 하늘에서 해만 사라지면 곧장 가을 같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그래서 매일 해가 지면 모든 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지. 그나마 낮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건 바로 선선한 저녁시간이 아닐까.

아참, 이 편지를 읽을 때 꼭 내게 메시지를 보내줘. 내가 써 내려간 이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두었어.
네가 이걸 읽을 때 보여주도록 할게.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너와 함께하고 싶은 풍경.
바로 이거야.














2015년 7월 1일 21시 12분, 슐레이마니예 사원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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