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춥다물 May 15. 2024

끊임없는 에이전시와의 전화 통화

영어 예상 질문

 전화가 울렸다. 비스포크(bespoke)의 싸이라고 했다. 내가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포트폴리오를 보고 연락한다고. 내가 왜 일을 구하고 있는지(퇴사 이유), 이전 회사에서는 무얼 했는지(이전회사 파악), 다음에는 무얼 하고 싶은지(희망 업무), 그걸 얼마나 잘하는지(강점), 어떻게 잘하게 된 건지(경력), 실제로 얼마나 잘하는지(자격증, 수료증), 얼마나 받고 싶은지(희망 연봉) 등을 소상히 물어보고 더 자세하게 얘기를 듣고 싶다고 줌으로 미팅을 하자고 한다. 응? 뭘 더 물어볼 게 있다고? 내가 물으면 비스포크가 좋은 능력을 가진 인재들을 더 잘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별거 아니라는 듯이 싸이가 말한다. 지가 뭔데 라는 말이 콧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싸이는 자기가 먼저 면접을 보겠다는 소리를 이렇게 당차게 했다. 이 많은 질문과 덫, 동시에 내 언어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파악하는 사냥꾼 같은 싸이는 그걸 딱히 숨기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비스포크는 이것으로 유명하다. ‘판단은 우리가 할게.’ 그래서 회사에서 제일 선호하는 중개소이고, 구직하는 사람들에게는 같은 이유로 악명이 높다. 비스포크에서 연락이 온 건 그래서 좋은 징조라고 했다. 높은 허들을 하나 넘은 것이니까.


 또한 그들은 자체적으로 건축 프로그램 테스트(레빗 Revit)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내가 얼마나 프로그램을 잘 다룬다고 말하던, 내 말을 믿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확인한 내 시험 점수를 내 이름 옆 엑셀 파일에 적어두겠지. 나는 비스포크에서 보내준 링크로 응시했던 레빗 온라인 시험의 등급 70% 라는 결과를 받고 엄청 낙담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들어간 회사에 70% 이상을 받은 사람은 조 밖에 없었다. 맞다. 조는 BIM 매니저이다. 한국사람은 70점을 맞으면 내 인생은 조졌다고 생각하도록 프로그램되었기 때문에 이게 얼마나 어려운 프로그램인지는, 그걸 어떻게 내가 혼자 매일매일 공부했는지는 낙담의 이유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수 없는 에이전시들과의 통화와 이메일은 나를 지치고 절망하게 만들었지만 비스포크는 결론적으로 현재 직장을 구해준 곳이다. (5화 ‘영국의 건축직 구직 사이트와 꼭 알아야 할 에이전시’ 참조) 스케일은 전화통화를 하면서 좋을 일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많이 얻었던 곳이고 플레이스는 정말 힘들 때 전화 와서 실낱같은 희망을 갖게 한 곳이라 잊히지 않는다. 같은 에이전시라도 담당자가 누구냐에 따라 개인의 경험이 달라지는데, 비스포크의 싸이는 내가 희망하는 연봉은 터무니없이 높다고 내 속을 뒤집더니, 두 달 만에 연락이 왔다. 나를 완전히 잊아버린 줄 알았는데 돌아왔구나라며 영어로도 오두방정을 떨 줄 알게 된 나에게, 그간에 많은 일이 있었다고 말하던 그는 전에 없이 차분했다.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돌아와 줘서 고맙다고, 혹시 얘기하고 싶다면 나는 세상의 모든 시간을 다 가진 백수니까 들어주겠다고 한 나의 두 번째 오두방정에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이상하게 일면식도 없는 너한테 말하게 된다며 전화 통화를 하다가 울었다. 이후에 싸이와 직접 통화할 일은 없었는데 나중에 알게 된 이유는 그가 팀장으로 승진을 했기 때문이라 했다. 그래서 캐서린, 톰, 아비 등등이 춥다물 너에게 꼭 맞는 멋진 일이 있어 라며 전화를 걸어올 때 나는 싸이가 또 팀원을 시켜서 나에게 말을 건 것임을 짐작했다. 환자-의사 간에 만들어지는 라포(Rapport)가 치료 성공여부와 관련이 있다고 했었나. 나는 30명이 넘는 에이전트들과 전화를 하며 어쩐지 나는 누군지,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자신 있는지를 잘 대답하고 싶어 매일매일 레빗, 영어 공부를 하며 그 질문들을 혼자서 묻고 또 대답했는데 그 대답에 자신이 없을 때마다 크게 슬퍼졌다. 그럴 때마다 지금 한가하게 그러실 때가 아니실게요 하듯, 020으로 시작하는 영국 번호로 내 전화기는 매일 울려댔다. 그들은 하나같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했고, 나는 대답을 다 해 놓고도 전화가 끝나고 내가 한 대답들을 마치 그런 대답은 처음 본다는 사람처럼 한참을 들여다보며 하루 해를 다 보냈다.


What type of role are you looking for? (어떤 직무를 찾고 있는가?)

What is your current status? (현재 취업상태가 무엇인가?)

What is your UK work eligibility status (if applicable)? (영국 취업 자격 상태가 무엇인가)

What salary/hourly rate are you currently on? (현재 연봉이 얼마인가?)

What salary/hourly rate are you looking for? (원하는 연봉이 얼마인가?)

What is your current notice period? (퇴사 통보기간이 얼마인가?)

Are you looking for a full time job or part time job?(풀타임 근무직을 원하는가, 파트타임 근무직을 원하는가?

What's your availability? (얼마나 빨리 일을 시작할 수 있는가?)

What type of projects are you looking to work on?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가?)

Which practices definitely not to approach? (피하고 싶은 회사는 어떤 회사인가?)

What are your main skills/software? (주된 기술/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무엇인가?)

If applicable, how strong is your Revit? Have you used it in practice? (해당되는 경우, 레빗을 잘 다루는가? 회사에서 사용기간이 얼마인가?)

Which location(s) are you looking for? (어느 지역을 원하는가?)

What is your address if it's not on your CV? (CV에 나와있지 않다면, 사는 지역이 어디인가)

Have you approached any other agencies yet and if so which ones? (다른 에이전시와 접촉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어느 에이전시인가?)

Have you applied anywhere or had interviewed recently? (최근 다른 회사에 지원했거나 면접을 본 적이 있는가?


-당분간 다음화에 계속(답변은 다음 화에)


이전 08화 첫 번째 오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