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오퍼

연봉 협상의 기술

 ‘안소장님께’에서 이어집니다

다음 날 아침에 경건하게 목욕재계를 하고 ‘친애하는'으로 시작하는 이메일을 썼어요.

귀사에서 구두로 전달받은 오퍼에 감사드린다고,

일단 정말 기쁘고 나의 건축, 인테리어 두 분야의 경험을 인테리어팀에서 잘 펼쳐 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러나, 캐서린과 와 면접 시 얘기했던 바로는 프로젝트를 이끌고, 팀을 꾸려야 하는 높은 직급을 원한다고 들었다.

그러니 그에 상응하는 연봉을 요구하는 것이 이치에 맞아 보인다 고요. 내가 얘기했던 범위의 중간이 아니라 최대치면 충분할 것이다고 정확히 연봉을 협상했어요.

그리고 당신들이 이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나도 기쁘게 이 오퍼를 받아들이겠다고 마쳤어요.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Dear Catherin

 며칠 후에 답변이 왔어요. 알겠다대요? 그러면서 20페이지가 넘는 계약서 이외에도 복지, 다양성(문화, 성지향, 인종조사), 관련 서류들이 왔어요. 그 서류들에는 듣도 보도 못한, 정말 많은 내용이 적혀있었어요. 나에게 요구하는 업무와 능력, 회사가 제공하는 것, 이 둘이 어느 지점에서 만나야 하는지에 관한 법적 근거와 절차, 수행방식을 총망라한, 노동법에 관한 한 거의 모든 것이었어요. 이렇게 매뉴얼이 잘 갖춰져 있는 회사라니 믿고 다녀볼 수 있겠다 확신이 들었어요. 생각해 보니 한국에서도 이렇게 큰 회사는 다녀본 적이 없네요. 그 수많은, 처음 보는 문서들을 하나하나 열어보면서 생각했죠. 씨발 나 취직했다.

 사실 원하는 것을 요구한다고 해서 제안을 철회하는 회사라면 당연히 걸러야 하겠지만, 일을 오래 쉬면서 쭈글이가 된 제가 어떻게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겠어요. 아니면 이것은 저에게 다가올 미래를 내다본 본능이었을까요?

 소장님께 얘기할 거리가 이렇게 많았어요. 소장님과 일하던 때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손과 발이 맞는다는 기쁨이 그렇게 소중한 것인 줄 깨닫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영어로 손과 발을 맞출 수 있을까요? 영어에는 그런 표현이 없대요. 손과 발이 애초에 맞는다는 게 불가능한 일인 걸까요? 다른 말을 사용하고 다른 문장을 믿는 사람들과 일하게 된다는 것이 이따금 저는 너무 두려워져요.

 그래도 오래 일하면서 생긴, 관성 같던 일에 대한 회의감도 새로운 좋은 팀을 만나면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알려주셔서 제가 여기까지 왔어요. 그러나 이상한 일은 또 생기고, 이상한 사람들도 만나겠죠? 그런 재밌는 얘기는 다음에 생생하게 전달해 드릴게요.

부디 건강하세요.  

춥다물 드림

[연봉협상 영어 이메일 전문]

Morning, Catherine

Thanks for your call and detailed email.

First of all, I am excited for the chance to work with them in this capacity. I need to discuss starting pay, however.

Though they're my first choice, also I think for the responsibility that the senior role has to take, according to the interview with Catherine and Harriet, £45,000 sounds more sufficient.

If they can match this figure, I am fully prepared to accept the terms of your offer.

Again I’m very grateful of their kind offer and please share my thought with them and let me know when you hear their thoughts back.

Best regards,

Waterco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