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는 마흔의 비밀

6장. 바람 - 하고 싶은 이야기

by 봄울

6-3) 발달이 느린 아이를 키운다는 것 – 어떻게 키우는 게 옳은 것일까?

해가 뜨고 여느 때처럼 밥을 지어먹고, 잔잔한 아침이었다.


”여보, 양수가 터진 것 같아. “


출근준비를 하는 남편에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몸 안에서 무언가 탁! 열리는 기분이 들었는데, 다리 사이로 끈적한 하얀색 액체가 흘러 내려왔다. 다행히 출근 전이라 회사에 전화했고, 대전에 있는 산부인과로 이동했다. 보은에는 출산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없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병원 앞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는데, 다리 사이로 점점 더 많은 양의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걸쳤던 외투를 허리춤에 묶었다.


”양수가 터진 게 맞습니다. “


출산 예정일은 7월 말이었고, 한 달이나 넘게 남은 상황이었다.


”아기가 나오면 인큐베이터가 필요한데, 여기는 개인병원이라 대학병원을 가시는 게 안전할 것 같습니다. 자리가 있는지 확인해 드릴게요. “


92kg의 거구, 노산에 조산까지. 34주 2일 만에 대추(태명)는 성질이 급한 건지 세상에 나오려고 했다. ‘아직은 안되는데.’ 10시가 되어서 대학병원으로 이동했고, 의사의 지침을 받았다.


”양수가 너무 많이 빠지면 아이도 위험하기는 해요. 아직은 좀 지켜보시죠. “

그 사이 친정엄마가 오셔서 안타까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5시간이 지나도록 몸은 평온했다. 배 속에 아기는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물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못 느끼는 것 같았다. 오후 3시가 되어 병원에서는 분산을 유도하는 주사를 놓았다. 출산의 고통이 두려워서 무통주사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무통주사는 산모가 밖으로 나오려는 아이의 신호를 감지하는 것을 둔하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간호사들은 출산할 때 몸의 자세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양쪽 다리를 양쪽 손으로 잡아야 해요. “


고도비만의 몸뚱이는 팔이 양쪽 다리를 힘 있게 붙잡지 못했다. 불친절한 간호사의 말투에 신경이 예민해진 나도 짜증이 섞인 말투로 쏘아붙였다.


”잘 안된다고요! “


통제 안 되는 몸과 신경전을 벌이며 여러 차례 연습을 한 후, 드디어 오후 8시가 되어서 아기는 세상에 태어났다. 간호사는 남편에게 탯줄을 자르라고 한 뒤, 아기를 잠시 보여준다. 두상이 자리 잡히지 않은 상태라 고깔콘처럼 보였다.


‘내가 빨리 낳지 않아서 그런 걸까?’


힘을 아랫배에 줘야 하는데, 힘주는 방법을 몰라서 온몸에 힘을 주었다. 목과 얼굴을 비롯한 온몸에 부종이 발생했다. 출산할 때보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훨씬 불편하게 느껴졌다. 아기는 폐가 다 자라지 않은 상태라서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다. 몸무게는 2.99kg이라고 한다.


‘3kg 되면 세상에 나오는 거야.’


뱃속의 아기에게 했던 말을 기억했나 보다. 40주를 채웠다면 4.5kg은 거뜬히 넘는 아기가 나올 뻔했다.

며칠 뒤 대학병원 근처의 산후조리원으로 옮겨서 매일 2번씩 아기를 만나러 간다. 조리원에서는 밥도 주고, 산모들의 스트레칭이나 기타 프로그램도 있었다. 남자들이 군대에서 전우애를 쌓듯 조리원 동기들도 출산애를 쌓는다. 하지만 슬픔에 잠겨 아무와도 교류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엄마들은 조리원에 아기가 있었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으니까.

퉁퉁 부은 몸으로 식사시간에 조용히 앉아서 밥을 먹고 면회시간이 아니면 방 안에 홀로 누워 울기만 했다. 병원 면회는 하루 2차례 20~30분 동안 허용되었다. 인큐베이터의 아기를 바라보며 다짐한다.


‘인큐베이터에서 나오면 엄마가 많이 안아줄게.’


아기는 황달증세로 눈에 선글라스 같은 것으로 가려져 있었고, 아이의 상태를 체크하는 여러 선들이 아기 몸과 연결되어 있었다. 침울한 마음으로 바깥바람을 맞으며 다시 조리원으로 터덜터덜 걸어온다. 그러던 중 전화가 온다.


”산모우울증은 감기 같은 거예요. 아기는 생각보다 강해요. 엄마가 마음을 잘 추슬러야 해요. “


형님의 조언이 마음속에서 메아리친다. 정말로 아기는 4주를 채워 인큐베이터에 잘 있다가 엄마의 품으로 돌아왔다. 잘 버텨준 아기에게 고마웠다. 출산할 때 깨달은 것은 고통을 피하려고 하면 고통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죽는다고 생각하고 나를 내려놓을 때 아기도 엄마도 살 수 있었다. 아기를 나 홀로 낳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배웠다. 많은 간호사과 의사의 수고가 있었고, 함께 생명의 탄생을 기다려준 가족이 있었다. 오랫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가이드할 때마다 아기를 위한 기도부탁을 드렸다. 많은 순례객들이 생명의 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기도를 해주셨다. 보이는 수고와 보이지 않는 수고가 모여서 한 생명이 태어난 거다.


‘더불어 생명을 만드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라의 도움도 받았다.

2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 두 아이 모두 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세상의 기준으로 불리는 그 단어를 좋아하지 않아서 어쩌면 애써서 에둘러서 ‘발달이 느린 아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 눈에는 ‘문제아’라기보다는 그냥 ‘소중한 아이’ 일뿐이니까.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잘 자면 감사한 것이다. 아이들이 글자를 잘 읽고 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예의 있는 배려를 해야 할 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남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세상의 일원으로서 자기 몫을 감당하는 사람이 된다면 그것으로 감사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둘째 아이는 이불에 오줌을 쌌다. 가끔씩 꿈에 둘째가 말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 감동하고, 감격하는 법을 이 아이들을 통해서 배운다.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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