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
우리가 기념해야 할 탄생도 참 많다. 나 자신의 탄생을 포함해서 여러 위인의 탄생 등등 말이다. 게다가 생각의 탄생만 기념하랴. 진실의 탄생, 지식과 지성의 탄생, 사랑의 탄생 등등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 방귀의 탄생 같은 것도 한번 음미해 볼 수 있겠고, 고약하지만 거짓의 탄생처럼 야릇한 것은 또 어떠랴. 게다가 좀 고상하게 말한다면 철학이나 학문, 과학과 기술, 문화 등속의 탄생과 같은 것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다뤄볼 만하지 않을까.
[책 표지의 인물] 이 책의 표지에는 네 명이 인물 사진이 들어 있는데 각각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화가 파블로 피카소.
그러한데도 여기에서 굳이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을 소개하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책 중에서 밑줄을 가장 많이 쳐놓은 것이 바로 이 책이라서 그렇다는 것을 밝히지 않더라도, 우리들 삶의 모든 근간이 생각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창조적 사고와 지식 대통합’ - 이 얼마나 멋진 말이냐. 이 구절은 이 책의 머리말에 해당하는 ‘저자의 말’ 제목에 해당한다. 특히 이 부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는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정신”들의 경험을 둘러보는 것으로 이 책의 출발점을 삼을 것’이라고 한 대목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 이어 계속되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그들은 ‘생각하기’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으며 생각하는 법을 어떻게 배웠는지 알려줄 것이다. 창조적인 일을 할 때 사람들은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의 도구’들을 사용한다. 이 도구들은 창조적 사고가 무엇인지에 관한 본질을 보여준다. 그것들을 통해 우리는 과학, 예술, 인문학, 그리고 공학기술 사이에 놀라운 연관성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 속에 소개되어 있는 러시아 태생 미국의 음악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가 쓴 《음악의 시학》에서 인용된 말을 소환하면 이러하다.
창작의 전제는 상상이지만 이 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창작이 이루어지려면 먼저 운 좋은 발명이 필요할지도 모르나, 이 발견을 온전히 현실화하는 것이 창작이다. […] 하지만 창작은 실행과 분리해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법. 고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창조적인 상상이다. 그것만이 우리를 관념의 단계에서 현실의 단계로 나아가게 해줄 것이기에.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파블로 피카소, 마르셀 뒤샹, 리처드 파인먼, 버니지아 울프, 제인 구달, 스트라빈스키, 마사 그레이엄……. 분야를 넘나들며 창조성을 빛낸 인물들의 발상의 근원을 밝힌다’ - 뒤표지 소개 글 중에서
위의 구절에서 무엇을 느끼나? 아니 우리는 무엇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 구절이 우리에게 호소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마다 각자 다른 것을 느끼고 또 생각하는 바가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여기에서 한 가지, 즉 한 단어에 눈길이 갔다. 그럼 그 단어가 혹 ‘창조성’일까? 이 단어는 현대의 학문을 비롯해서 모든 분야에서 금과옥조나 약방의 감초처럼 온갖 곳에서 등장하는 단어다. 그러나 나는 좀 다른 면에서 한 단어에 눈이 번쩍 뜨였다.
즉 ‘발상’이다.
이 책의 첫 파트인 ‘생각을 다시 생각하기’에 들어가기 전에 저자가 강조한 짧은 구절 하나를 소개하면 이러하다.
‘무엇’을 생각하는가에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로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사람들은 모두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생각’들이 모두 어떤 결실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떠한 ‘생각’ 중에서 ‘어떤’ 발상이 떠오른다면 그 생각과 발상은 어떤 포텐셜을 지니게 된다. 포텐셜(potential), 즉 가능성.
그러니까, 아하, 바로 ‘가능성’인 것이다. 이 시점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가능성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가능성이 곧바로 확실한 결실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수억 수조의 가능성 중 극히 일부분만 인류와 역사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에 대한 확실성과 가능성의 확률은 거의 0이라 할 수 있다.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그 현실성.
그렇지만 우리는 과학뿐만 아니라 학문과 예술 등 인류의 모든 분야에서 어떤 순간에 어떤 발상이 톡 튀어나와 우주의 비밀 중 하나가 현실화하는 장면을 목격하지 않았는가. 그렇다, 위에 소개된 인물들이 인류에게 준 수많은 선물들 중 공통점이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창조’다.
그렇다면 창조란 무엇일까? 이전에는 없었던 대상이 어느 날 톡 튀어나와 우리 눈앞에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는 반드시 물질이나 물체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즉 과학적인 성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음악이나 예술도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문학 역시 그러하다. 그뿐 아니라 사상이나 사고법, 발상의 전환 등도 역시 창조에 속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 하나가 있다. 무엇일까? 한번 ‘생각’해 보시라. 여기 소개하는 책의 제목이 ‘생각의 탄생’이다. 생각이 탄생했다고? 잉태되었다고? 생각이 무엇이기에 새롭게 ‘탄생’하는 것일까? 그전에는 생각이 없었다가 어느 날 새로이 나타났다는 말일까?
나는 여기에서 ‘생각’을 다른 단어로 바꾸어 보았다. 즉 ‘상상력.’ 상상력이 없는 생각이 의미가 있을까? 상상력이 없는 역사와 문화를 생각해 볼 수 있을까? 여기에서 더 나아가 상상력이 없는 인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주 작게 생각해서 상상력이 없는 인간은 무엇이란 말인가?
상상력의 신비. 생각의 신비. 인류의 신비. 인간의 신비. 바로 우리 자신의 신비. 즉 너와 나의 신비. 그렇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생각하고 있다는 그 자체. 바로 그것에서 우리의 신비가 출발한다. 인간이 출발한다. 역사가 출발한다. 창조가 출발한다.
이 책 여기저기에는 이러한 신비를 캐내기 위해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두서없이 나열하며 이 글을 맺고자 한다.
- 아이들이 경험으로 습득한 손 지식(hand knowledge)…….
- 상상할 수 없다면 창조할 수 없다…….
- (진정한) 통합은 지식의 통합을 전제로 한다…….
- 표현의 아름다움…….
- 진실은 선입견의 지배를 받는다…….
- 눈가리개를 하고 나무껍질, 잎사귀, 씨, 열매, 새의 깃털, 조개껍질, 각기 다른 천 종류, 단추를 비롯한 수십 가지의 물건들을 관찰하고, 냄새 맡고, 손으로 만져서…….
- 하나의 감각정보가 동일하지 않은 복수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현상…….
- 몸은 자신의 지성을 품고 있다…….
- 화가는 시를 그림으로 바꾸고, 음악가는 그림에 음악성을 부여…….
- 감각적 체험이 이성과 결합하고, 환상이 실재와 연결되며, 직관이 지성과 짝을 이루고, 가슴속의 열정과 연합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각의 탄생’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문장을 소개한다.
- 그들은 자신들이 속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으려 했으며 ‘박식가’가 됨으로써 인간의 상상력을 확장했다.
- 심리학자들의 오랜 관찰결과를 보면, 혁신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보다 광범위한 지식활동에 참여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활동에 필요한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공동저자] (저자 약력은 본 책에서 인용)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Robert Root-Bernstein | 미국 미시건 주립대 생리학과 교수. 맥아더 펠로십 수상자이며, 저서로는 《발견 - 과학지식의 변경에서 문제를 고안하고 풀기 (Discovering; Inventing and Solving Problems at the Frontiers of Scientific Knowlede)》
미셸 루트번스타인 Michele Root-Bernstein | 역사학자이며 로버트 루트번스의 부인이자 연구 동반자이기도 하다. 역사와 창작을 가르치고 있으며, 이들 부부는 《꿀, 진흙, 구더기 그리고 기타 의학적 경의들 (Honey, Mud, Maggots and Other Medical Marvels)》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