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가야 될 거 아냐.
'실컷 재밌게 놀았으니 이제 공부해야지.'라고 말하면 못 들은 척하며 자기 방에 가버린다. 놀다 오면 재충전돼서 더 잘할 것 같지만 생활리듬이 깨져서 다시 잡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게다가 긴 여행 기간 동안 생긴 구멍을 땜빵하느라 요즘 바쁘시다. 다행히 여름방학이 시작되어 오늘 1시에 학원에서 보충수업을 해주신다고 한다. 늦잠 자고 일어나면 밥 먹이고 오전공부 좀 하고 학원 보낼 생각을 했지만 내가 9시에 필라테스 운동하고 근처 김밥집에서 김밥을 픽업해 왔는데도 아직도 꿈나라 여행 중이다. 아직도 시차적응중은 아닐 텐데 11시 5분 전에 일어난다.
"오오!!! 대박 11시 안 넘겼어."
"엄마 아침 모야?"
니 눈엔 내가 밥으로 보이니? 게다가 눈뜨고 일어나자마자 배고프다니! 자네 능력자일세.
"아침이야? 점심 같은데. 오토김밥 사 왔어. 방학 첫날 기념이다."
"엄마엄마 닭강정 같이 있는 김밥 맞지? 아 맛있겠다."
좋아하는 메뉴라 움직임이 재빠르다.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양치하고 나오라니 알겠다며 얼굴에 물만 찍어 바르고 입은 물로만 헹구고 후다닥 나온다. 내참 어이가 없다. 고양이도 아닌 게 고양이 세수하고 아주 당당하게 식사를 하신다. 맛있게 김밥과 닭강정을 잡수시고 티브이를 좀 보시겠단다. 방학이니 아주 여유 터진다.
학원 시간이 1시면 미리 씻고 양치도 하려면 지금 준비시작 해야 하는데 계속 누워서 티브이만 본다. 리모컨 뺏어서 전원 끄고 오전 공부를 권했지만 거절당했다. 공부는 안 할 거 같고 티브이보다 낫겠다 싶어 소설책을 권했다.
"강아지똥 작가님 알지? 권정생작가님 몽실언니야. 예준이 형아가 인생책 이래. 엄마도 몇 번씩 읽어도 재밌더라."
게으름뱅이가 책을 건네어받고는 빠져든다. 티브이 보고 시시덕거리는 것보다 낫다. 오전 시간 이걸로 되었다.
1시가 다돼 가는데 이번에는 또 책 속에 빠져서 안 나온다. 아.... 너무 힘들다. 정말. 영어이름 노무브라고 지어야 하나. 당최 안 움직일라고 한다. 인상을 쓰고 채근해서 샤워는 무슨 옷만 겨우 갈아입고 학원을 가려는데
"어 이상하다. 너 옷이 왜 이래?"
"키키키 왜 엄마. 안 이뻐?"
"야 옷 앞뒤가 바뀌었잖아. 뒤판이 니 배로 왔잖아."
"아 나 그냥 입을 거야. 앞에 모양 마음에 안 들어서 거꾸로 입었는데?"
너 모냐. 알고 거꾸로 입은 거네. 와... 가지가지해서 할 말을 잃었다. 누가 봐도 티셔츠 거꾸로 입은 티가 나는구먼. 나한테 잡힐세라 재빨리 현관으로 도망갔다. 이럴 땐 노무브가 동작이 번개처럼 빠르다. 저래서 장가는 갈 수 있을까? 어쩌지. 평생 나랑 살려고 하면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