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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스런 후후작가 May 30. 2024

넌 잘 때가 제일 예뻐

볼빨간 삿춘기


늦은 주말아침. 10시넘어 일어나서 기지개를 편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아들을 확인하고 혼자 있을 시간이 확보되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넌 잘 때 제일 예뻐






 라는 광고의 카피가 떠오르며 그 광고 참 잘 만들었네 생각했다.


인스타그램을 주루룩 훑고 카페글을 탐독하는데 영통이 걸려온다. 3주째 일본출장을 가 있는 남편님이다. 사춘기에 들어선 아들램이 그나마 제일 무서워하고 말듣는 어른인 남편이다. 나이들어가니 아이덕분에 동지애만 계속 커져간다. 반가운 남편과 잠시 통화 후 아침만들기 돌입.


영통소리에 아들이 깨서 방을 나온다. 부시시한 얼굴 아직 빠지지 않은 젖살. 쿰쿰한 머리냄새. 말하기 전까지 모든게 사랑스러운 너.


입열면 싸울것을 알기때문에 최대한 거리두기 하는 중이다.


"우리 귀염둥이 일어났네? 아침 머 줄까?"


"배 안고파."


"그럼 배고프면 말햐."


"네."


물어보지도 않고 패드를 갖다 키득대며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 그래 나도 그랬으니 너도 하고싶겠지.


못본 눈 하고 아침으로 냉모밀을 들이밀었더니 송송썬 파는 어딨냐며 되묻는다. 그래 그렇지 너가 그렇지.


송송썬파와 강판에 갈아나온 무, 들큰 짭짤한 가쓰오부시향이 퍼지는 살얼음 동동 모밀 육수까지 완성되었다.


육아 난이도 훅 낮아지게 저를 도와주셔서 밀키트님 감사합니다. 그래 이제 투두리스트 뭐가 남았지?


학교 독서록 숙제와 플랜에이 오지게 많은 수학숙제, 새로 다니는 개인교습소 영어과외 숙제를 해야 화요일이 몰려있는 스케쥴을 소화할 수 있다.


이 모든것은 애미만 생각하고 아이는 유투브의 세상속에서 정신 줄 빼놓고 탐독하고 있다.


사춘기의 뇌는 공사중이라 매우 불안정하고 분노조절이 안되며 한마디로 삐꾸라고 하더라도 이건 뭐 기능 상실 수준을 넘어 갖다 버리고 싶다.


갱년기가 이기나 사춘기가 이기나 대결은 몇주간의 실갱이 끝에 무의미해 졌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있나.


얘랑 나랑 32년 차이나는데 얼굴 붉히고 말다툼을 하며 현타가 왔다. 해서는 안될 가시돋힌 말까지 오간후에 깨닳은 소중한 각성이다.


그래 얜 옆집애야. 손님이야. 귀하신몸이야. 내가 막 대해도 되는 사람아니야. 라고 되내이며 최대한 서비스 모드로 대해준 날은 그나마 무난히 지나간다.


내가 엄마들과 속풀이하며 이놈저놈 찾듯이 이것이! 몰래 핸드폰 살펴보니 지 친구랑 애미욕을 하고 있지 않은가?!


평소같으면 현타 씨게 와서 지랄을 했겠지만 일단 참고 내가 봤다는 걸 알면 기분 나빠할테니 못본눈 했다.


속에서 불같은 열이 훅 올라와 식도가 마르는 느낌이 들었다. 시원한거! 아이스크림. 먹자.


의식의 흐름대로 애 영어공부할 때 살금살금 냉장고 문 열고 구구 아이스크림을 처묵처묵 했다.


몰래 먹으면 맛있어서 흘리는 줄도 모르고 먹었다. 그래 내손으로 내가 빨래 하는데 난 혼내는 사람도 없는데 괜시리 민망하다.


나 분명 어른인데 13살 먹은 애랑 말씨름하고 질질흘리며 초코아이스크림 먹으니 퇴행느낌도 들고 뭔가 부끄럽다.


내 아들 어린시절 사진보며 예뻤던 시절 떠올리며 가슴에 훅 올라온 화를 눌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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