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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스런 후후작가 May 30. 2024

전운이 감도는 시간

볼빨간 삿춘기

어김없이 찾아온 10시.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끝이고 누군가에게는 달콤한 휴식의 시작일테지.

하.지.만

우리집은 본격적으로 숙제 시작 타임이다.

낮동안 짬짬이 숙제하면 이시간에 실컷 놀면서 여유를 즐길수 있을텐데...

미루고 미루고 미루고 하다 결국 이시간에 시작하기 일쑤다.

해떨어지면 어김없이 체력고갈로 눈풀리는데 이시간에 눈에 힘주고 숙제 시키려니 애미 체력이 필요했다.


'그래, 엄마가 행복해야 짜증을 덜내지.'

'운동을 하자. 나의 건강과 너의 정신건강을 위해. '


그렇게 시작한 필라테스는 꽤! 혁신적으로 ! 기분풀기에 적합했다.

여러차례 과거 수술 병력이 화려하다 못해 퐈려한 나는 처음부터 다대일 클래스에 따라가기 역부족이다.

이왕 지르는거 뽐나게 1:1로 내몸을 위해 사치를 부려봤다.

현금으로 지불하면 2회권 더 준다는 달콤한 제안에 한걸음에 달려가 현금으로 결재해버렸다.

'감히 돈따위가 나의 자존감을 올려주지 않아!' 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야 정신차려.

'세상 속물적으로 살지 말아야지 돈을 쫓지 말자.' 이런 신념을 곱씹으며 살면 덜 초라해 보여서 그랬을까?

 오롯히 나만을  위해 200 가까이 결재하고 1:1로 친절하게 내 온몸의 근육을 어떻게 쓰는지 코칭받으며 운동하니 힘들지만 쾌감이 밀려온다.


어머 이해력이 좋으세요.

너무 잘하셨어요.

와 훨씬 나아지셨어요.

오늘 컨디션 좋으시네요.

귀걸이 새로 사셨나 봐요.


뭐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없는 필라테스 개인 담당 선생님의 워딩.

나이 마흔 중반에 이런 칭찬을 어디서 받아볼까.

운동 개인레슨은 자존감 올리는 바로미터이다.


그동안 너무나 자유분방하게 배를 후루룩 내밀고 다니고 짝다리 짚고 온몸 뒤틀리게 막살았던 과오가 온몸 구석구석에 그대로 드러났다.

몸의 근력이 없으니 팔다리 자체의 근육대체제로 온몸을 내밀고 그러다 보면 몸의 균형이 흐트러진다. 운동하면서 '내 몸사용설명서'라는 책을 읽어볼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일주일에 2번씩 선생님을 만나서 힘들지만 두 눈 질끈 감고 최대한 지시하는 동작을 하려고 애쓰고 집에 돌아오면 뭔가 해냈다는 기분이 들어 운동과 함께 정신까지 개운함이 든다. 이렇게 힐링하고 집에 와서 아이를 만나면 기분이 좀 나아지겠지?


웬걸? 5분 만에 성질이 난다.


10분 공부하고 엉덩이 들썩 거리다가 침대에 누워서 패드 보며 '엄마 나 6분만 쉴게.'

야 뭘 얼마나 했다고 고새 또 쉬냐?

-힘들단 말이야.

패드 하지 마 그냥 쉬어.

-그럼 모 하고 쉬어? 싫어 게임 안 하면 되잖아.

6분 쉬지 마 타이머 하고 5분만 쉬어

-아 싫어 왜 엄마 마음대로 해?

정작 자기 마음대로 쉬는 타임 정한 건데 엄마 마음대로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회원님 너무 잘하셨어요. 오른쪽은 훨씬 잘하시네요.

리마인드 하며 나도 1:1 개인 트레이너 처럼 해볼까 보다.

아드님 6분 탁월해요.

게임 안 한다고 말한 것 너무 잘했어요.

어금니 꽉 깨물고 오늘도 등짝 스매싱 안 하려고 애쓰는 나를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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