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 등짝 때리기도 아까워, 이 인간아!

- 등짝을 딱! 때려주고 싶어

by Li Pul

06 / 등짝 때리기도 아까워, 이 인간아!


일흔이 가까운 할머니의 절규. 존속 살인. 쇠망치로 남편을 죽였다.


결혼 직후부터 남편의 주사가 심했다. 술을 마시면 살림살이를 때려 부수고, 머리끄덩이를 잡아챘다. 이혼이란 걸 생각지도 못하던 시절. 아이가 태어나면, 가난한 살림이 조금 펴지면, 억압적인 시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면 나아지겠거니 했지만 여전했다. 아들이 태어나고 딸이 태어나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럼에도 이혼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엄마 없이 자랐기 때문에 그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엄마 없는 아이라는 소리는 듣지 않게 만들려고 뭉텅이로 빠진 머리카락을 쥐고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매일 부서지고 깨지는 세간을 보면서도 아들과 딸이 엄마 치마폭에서 자라는 게 기쁨이고 보람이었다.


아이들에게도 폭력이 가해졌다. 엄마가 몸으로 막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참고 있을 아들과 딸이 아니었다. 아들은 일찍부터 술을 마시고 친구들과 밖으로 나돌았고 딸은 중학교를 마치고 타지로 사라져버렸다. 집안에 저주를 퍼부으면서.


그 아들이 여자를 데려와 사는가 했는데 아이 하나 떨구어 놓고는 여자가 도망가 버렸다. 그렇게 아버지가 싫다더니 어느새 아들은 아버지를 고스란히 닮아 있었다. 할머니는 기가 막혔다. 자신은 아들을 억지춘향으로 ‘엄마 있는 자식’으로 만들었지만 손자만큼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할머니는 손자의 엄마가 되는 수밖에.

아들은 되는 것이 없다며 술로 나날을 보냈고, 그런 와중에도 늙은 아버지는 폭력과 술주정을 그치지 않았다. 서로 닮은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를 증오하며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날따라 부자간의 싸움이 거칠었다. 아버지는 집에서, 아들은 바깥 편의점에서 아침부터 술을 마셨다. 뭔가를 때려 부수는 소리가 집 밖에서도 들렸다. 술에 취한 아들은 손에 망치를 들었고, 방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것으로 아버지의 머리를 내리쳤다. 작은 방에 숨어 손자를 재우던 할머니는 비명을 듣고 이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았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안방으로 달려갔을 때 이성을 잃은 아들은 또다시 내려치려고 망치를 치켜들고 있었다. 할머니는 생각할 것도 없이 망치를 빼앗아 들었다.

“차라리 내가! 너는 아이를 키워야 해!”

할머니는 눈을 부릅뜬 채 빼앗은 망치로 남편을 내려치고 또 내려쳤다.


함께 체포됐던 아들은 이내 풀려났다. 늙은 엄마가 다 뒤집어썼다. 누가 누구를 탓하겠는가. 그저 아들 녀석 등짝을 있는 힘껏 후려갈기고 싶다. 남편은 그럴만한 가치도 없고!

keyword
이전 06화05 / 허무의 깊이와 넓이